[Sick Society] 쇠약해진 중국, 병든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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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4.11.21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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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사회변화의 반작용, 극심한 혼란에 빠져버린 중국인
[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Sick Society] 병들어가는 중국사회




쇠약해진 중국, 병든 중국인


급격한 사회변화의 반작용, 극심한 혼란에 빠져버린 중국인





최근 중국에서는 차에 치인 어린이가 노상에서 그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나가는 행인이나 차량 운전자, 상가 상인 모두 쓰러져있던 아이를 모른척한 것이다. 이는 중국에서 심각하게 지적되는 현상인 ‘비에관센스(別官閑事, 별관한사 =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를 그대로 보여준다. 





서구 선진국이 2~3백 년에 걸쳐 이룬 경제 발전을 3~40년 만에 달성한 중국. 채 반세기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서유럽이 18세기에서 21세기에 걸친 경제적 풍경이 빛의 속도로 지나간 셈이다. 이런 놀라운 발전은 그 반대급부인 사회 부작용을 낳고 있다. 환경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변화를 강요당하면서 정신적, 심리적 스트레스로 고통 받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인민논단이 실시한 대규모 설문조사에서 중국인들은 우려되는 사회현상 10가지를 꼽았다.





부정부패가 당연시되는 사회


  지난 5월 중국에서는 사이비종교에 심취한 두 부녀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의 유명한 사이비종교인 ‘전능신교’ 신도인 한 부녀가 패스트 푸드점에서 피해자를 신입회원으로 개종시키려는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한 피해자를 ‘악령’이라며 마구 때려 숨지게 한 것이다. 재판 끝에 이 부녀는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당시 구타 살인에 가담한 다른 세 명의 신도는 각각 무기와 징역 7년, 10년을 구형받았다.


  중국인들 대부분인 민간신앙을 믿고 있다. 중국의 전통적인 민간신앙은 수천 년을 내려오며 중국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점은 있지만, 강력한 행동규범이나 자제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약한 구조를 갖고 있기도 하다. 중국인들의 신앙결여 문제는 반드시 종교적 믿음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말로 ‘신조’의 결여라고 할 수도 있는 이 현상은 급격한 사회구조의 변화로 가치의 다원화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발생했다. 개개인의 가치 판단 체계 자체가 무너지고, 이에 따라 도덕에 대한 관념이 흔들리고 희미해진 것이다. 


  설문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5%는 이러한 신앙 결여 현상이 가장 심각한 그룹으로 ‘공무원’을 꼽았다. 공무원들에게 아무런 신조가 없다보니 도덕성도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중국 사회를 시끄럽게 한 ‘왕린 대사 사기사건’이다. 왕린 대사는 기공으로 사람을 치료한다고 속이며 많은 고위 관료와 부유층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아 챙기다 해외로 달아났다. 왕린에게 류즈쥔 전 철도부 부장이 찾아가 ‘권력을 오래 유지하는 비법’을 물은 적이 있는데, 당시 왕린이 ‘다리를 많이 건설하라’고 답했다. 이후 류즈쥔은 실제 필요 이상의 많은 다리를 건설했고 부패 관료라는 악명을 얻었다.





더 이상 타인을 돌보지 않는 사람들


  앞서 이야기한 방관자적 심리도 중국인들이 꼽은 심각한 사회현상 중 하나이다. 중국의 방관자 심리를 퍼트린 가장 유명한 사건은 2006년 발생한 ‘펑위사건’이다. 당시 버스에서 사람들에 밀려 떨어진 할머니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던 일용직 근로자 ‘펑위’는 이후, 정작 자신이 도왔던 할머니로부터 가해자 지목을 받고 손해배상 청구를 받게 된다. 할머니는 자신을 넘어뜨린 가해자로 펑위를 지목하며 배상금으로 13만 위안(한화 2,300만원)을 요구했다. 많은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왔지만 중국 법원은 1심에서 공평의 원칙을 내세워 양쪽에 과실이 있다고 판결, 펑위가 40%, 즉 4만 위안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다. 펑위는 이에 불복하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합의하며 법정싸움을 종결짓게 되었다. 당시 펑위는 한 인터뷰에서 울먹이며 “앞으로 내가 타인을 도울 것인지에 대해 자신이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선의로 베풀었던 행동이 도리어 자신에게 화가 미칠 수 있다고 여긴 중국인들은 타인을 돕는 일에 인색해지게 되었다.


  이 현상은 얼마 전 한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며 화제가 된 「44번 버스」라는 단편영화에서도 드러난다. 사람이 가득한 만원버스에 강도가 탄다. 여운전수를 위협하는 강도를 보고도 승객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한 남자만이 그녀를 구하려다 칼에 찔린다. 버스로 돌아온 여운전수는 자신을 도와줬던 남자승객을 차에 태우지 않고 가버린다. 남자가 후에 듣는 소식은 그 버스가 낭떠러지 밑으로 추락했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을 모른 채 내버려뒀던 승객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고간 여운전수의 이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제 중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헐값 노동력, 짝퉁 공화국


  설문조사에서 중국인들은 ‘사회적 노이로제’ 또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급격한 경제성장 뒤에 가려진 중국의 이면에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값싼 노동력’이 있다. 현재 중국의 인구는 13억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중국 사회의 특성상 집계되지 않은 인구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인구로 인한 인력시장의 과다 경쟁은 결국 그들의 일자리를 ‘언제 잃을지 모르는’ 파리 목숨으로 만들어 놓았다. 중국인들은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몰라서, 한순간에 극빈층으로 밀려날지 몰라서 전전긍긍해 한다. 불안정한 직업 탓에 노후에 대한 보장도 없어서 모든 사람이 장기적인 긴장과 초조함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불안함은 ‘습관성 회의’로도 나타난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한 부정부패 탓에 사람들은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정부의 발표는 물론이고, 기업, 학교, 주변인들까지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인민논단에서는 이를 두고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안전감이 결핍된 상태’라고 평했다. 실제로 값싼 제품의 대명사였던 ‘Made in China’는 이제는 ‘가짜 쓰레기 제품’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뉴스에서 흔히 보듯 가짜 쇠고기, 가짜 식용유, 가짜 젓가락, 가짜 달걀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제품의 가짜를 만들어 내는 나라가 중국이다. 유명 IT기업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을 출시하기도 전에 중국에서는 이를 배껴서 만들어낸 유사 스마트폰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Ailbaba)’는 자신들도 모르게 유입되는 ‘짝퉁’ 제품들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리바바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장터 ‘타오바오’가 ‘짝퉁’ 제품의 온상이 되면서 오리지날 제조업체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미국의 아웃도어 의류업체 ‘컬럼비아스포츠웨어’는 타오바오에서 지난해 유통된 자사 재킷 39개 중 32개가 가짜 상품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는 자체적인 모니터링 요원을 고용해 지난해 2만 1,311개의 가짜 상품을 적발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가짜 상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연 1억 위안(한화 약 164억 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빈부격차 극심화, 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드러나


  최근 중국의 최고 부자에 등극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올 2분기에만 2조 원에 이르는 순이익을 기록했고, 지분 8.8%를 보유한 마 회장은 재산이 20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중국에 자산 천만 위안, 우리 돈으로 16억 원 이상의 부자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이 1,600억 원 이상인 갑부는 8,300명에 달하며 1조 6천억 원을 넘긴 슈퍼부자는 300명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자산의 3분의 1 이상을 상위 1% 부자가 독식하고 있는 중국의 빈부격차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베이징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소득분배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12년 기준 세계 최고를 기록했으며 이는 아프리카의 극빈국인 나미비아도 제친 수준이다. 


  이처럼 일부 계층으로 급격히 부가 집중되면서 ‘과시 욕구’와 ‘향락 주의’ 또한 중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싶어 어쩔 줄 모르며, 한껏 허세를 부린다. 누군가 나를 무시하고 깔볼까봐 더욱 치장하고 전시한다. 이런 허영은 강한 자극과 변태적인 쾌락에 물들어 간다. 한창 이슈가 되던 ‘얼나이(부유한 남성의 첩으로 지내는 여대생)’와 같은 현상은 지금 남자 첩까지 생기며 심화되고 있고, 최근 아이폰6 출시 이후 ‘발가벗고 돌아다니면 아이폰을 사주겠다’는 얘기에 나체로 활보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도 이러한 과시욕을 잘 보여준다. 


  극심한 빈부격차는 저소득 계층의 불만 표출과 폭력 성향을 부추기고 있다. 상대적인 박탈감이 지속적으로 이어진 중국의 저소득 계층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비뚤어지고 있으며, 무조건 트집을 잡고 딴죽을 거는 일이 늘었다. 또한 조그마한 자극에도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 8월에도 중국 연길시의 한 백화점 앞에서 ‘묻지마’식의 살인사건이 일어나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 보도에 따르면 범인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20대 젊은 남성으로 사건당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렀다고 한다. 또한 반사회적 성향이 짙어지며 시내버스에 대한 방화테러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에도 광저우 도심 정류장에서 시내버스가 갑자기 화염에 휩싸여 2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 사건 다음날 체포된 범인은 20대 남성으로 불을 붙인 폭발물을 버스에 놓고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한 변화에서 오는 가치 혼란과 부재를 고통스러워 하는 중국인들은 인터넷을 비롯한 사회적 관계망에 중독되거나 스스로를 비웃고 괴롭히며 자학하는 등 정신적인 질환도 얻고 있다. 사회 변화 속에서 항상 초조하고 불안하며 현실에 뛰어들 힘도, 용기도 잃게 된 중국인들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을 아닐까 깊이 고민해봐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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