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threat I] 바이러스의 습격
무엇이 우리를 떨게 하는가
인류의 영원한 숙적 ‘바이러스’
발문: 인류는 나약하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높은 치사율로 생명을 위협하는 수많은 바이러스에 노출돼 있다. 지난 인류의 역사는 감히 바이러스와의 전쟁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이러스는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공포이자 두려움이다. 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여전히 바이러스의 공포 안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다.
전쟁보다 무서운 전염병의 공포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은 원인불명의 전염병에 노출된 인류의 혼란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감염자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무능함 속에서 바이러스의 두려움은 질병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은 오랜 세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바이러스는 인류가 처음 문명을 형성할 때부터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나타나 전염병을 퍼뜨렸고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 갔지만 원인이나 예방책을 몰랐던 당시 사람들은 이 병이 신의 노여움이라고만 생각했다. 아테네와 로마 제국의 멸망 원인으로 전염병이 이야기될 만큼 바이러스는 한 나라의 역사뿐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까지 바꾸어 놓기도 했다. 역사 속의 대표적인 전염병인 천연두 바이러스는 ‘두창’, ‘마마’라고도 불리는데 기원전 1143년에 사망한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가 최초의 천연두 환자로 기록돼 있다. 천연두에 걸리면 열이 나고 특히 얼굴 부위에 발진과 포진이 생기며 병이 나은 후에도 눈에 띄는 흉터가 남게 된다. 로마의 아우렐리우스 황제, 영국의 여왕 메리 2세, 프랑스의 왕 루이 15세, 러시아의 황제 표트르 2세 등 유럽의 많은 통치자들이 천연두에 걸려 목숨을 잃었고 청나라의 순치 황제 또한 천연두로 목숨을 잃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천연두 바이러스는 여러 면에서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역사와 문화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16세기 스페인이 신대륙 정복에 성공한 것도 당시 남아메리카 대륙의 아즈텍인들이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응할 면역체계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0세기 초에는 스페인독감이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당시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스페인 독감에 감염되어 5천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사망했으며 전쟁보다 더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남아있다. 이로부터 40년 뒤인 1957년에는 아시아 독감으로 100만 명이, 그로부터 10년 뒤인 1968년에는 홍콩 독감으로 70만 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바이러스의 존재가 밝혀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염병의 공포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바이러스에 의한 병의 종류는 많고 감염의 방법이나 발병하기까지의 경위 등이 종류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이다. 또한 바이러스의 특이한 생존방식인 변이를 통해 신종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어 인류의 대응을 무색케 하고 있다. 최근 40년간 발견된 신종 전염성 바이러스는 모두 24종이며 이 중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된 것은 신종플루를 포함해 고작 5종에 불과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