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극복하고 일상으로 내딛은 용기의 한걸음
두려움 극복하고 일상으로 내딛은 용기의 한걸음
  • 이정원 기자
  • 승인 2014.07.24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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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재개한 단원고 학생들, 지나친 관심보다는 배려가 필요
[이슈메이커=이정원 기자]

[Social Issue] 세월호, 그 이후



두려움 극복하고 일상으로 내딛은 용기의 한걸음


등교 재개한 단원고 학생들, 지나친 관심보다는 배려가 필요




2014년 4월 16일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참혹한 사고를 겪게 되었고 이 사고는 유족들에게는 물론 생존 학생들에게까지도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다. 아직 찾지 못한 10여 명의 실종자 수색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지난 6월 25일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사고 71일 만에 등교를 재개했다. 





“원래의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형언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았다. 그것은 유족들에게는 물론 살아남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잃은 아이들은 그동안 안산의 한 연수원에서 학부모들과 함께 심리치료를 받으며 지냈다. 하지만 학생들은 외부의 지나친 관심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등교 재개 전날인 24일 SNS를 통해 부탁의 글을 게재했다. ‘우리는 단원고 2학년 학생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에는 아이들이 사회에 바라는 당부의 내용이 담겨있다. 글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고 이후부터 학교 복귀를 앞두기까지 아이들에게 집중된 세간의 이목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이 전해진다. 글을 작성한 아이들은 앞으로 학교를 다니면서도 사람들과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뒤따를까 걱정하며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고 있다.


  사고 당일, 단원고에 가장 많이 모인 사람들은 경찰도, 학부모도 아닌 기자들이었다. 출동한 기자들은 큰 사건을 맞이해 경쟁적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학생들을 취재하며 그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사고 해역인 진도 팽목항에서도 기자들의 취재경쟁과 연이은 오보에 의한 혼선으로 생존 학생들과 유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했다. 사고 9일째인 지난 4월 24일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등교할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많은 취재진이 몰리자 아이들은 불편한 모습이었으며, 당일 교내에서 시행한 치료프로그램에서 한 3학년 학생은 ‘직업병에 걸린 대한민국의 기자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해 언론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번에 2학년 학생들이 게재한 부탁의 글에서도 ‘단원고를 기자 출입 금지구역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학생들이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받은 상처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언론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계속되는 관심은 생존 학생들을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로 둔갑시켜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을 막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동정심 어린 눈빛이 없는 곳에서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25일 등교 후, 2학년 학생들은 사회에 드리는 글에서 ‘좋은 관심, 나쁜 관심 모두 그만해 주시고 그저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로 대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을 밝히며 그토록 바랬던 일상으로의 한걸음을 내딛었다.





세월호는 기억하되 단원고는 잊어야


  세월호 사고 3일 후, 김은진씨는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2000년 7월 14일 발생했던 부일외고 수학여행 사고의 생존자인 김씨의 글에는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겪었던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14년이 지나도 사고 당시가 어제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며, 다시 만날 수 없는 친구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힘들어한 시간들은 제 3자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김씨는 글을 마치며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고의 아픔은 지워지지 않겠지만 세월호 생존자들은 자신이 겪은 고통을 받지 않도록 국가와 주변에서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단원고에 상주하며 학생들의 심리치료 수업을 진행해온 경북대 소아정신과 정운선 교수는 6월 25일 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 아이들의 상태를 설명했다. 정 교수는 “세월호 사고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라며 “내 마음 편하자고 건네는 위로의 말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지켜봐 주고 들어주는 자세가 더 큰 힘이 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유가족들과 생존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모든 것을 바로잡아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여야 정치 다툼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책임자의 엄벌’을 부탁했던 단원고 학생들을 봐서 이제부터라도 이런 모습을 탈피하고 국가와 어른들이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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