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새누리당 새지도부 선출
새누리 이끌 ‘비주류 리더십’, 당청관계 변화 예고
당청관계, 당내구도, 여야관계 변화 예상돼, 당내 대권주자들 반발 가능성도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후보가 1위를 차지하여 앞으로 2년간 당을 이끌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강력한 경쟁자이자 친박의 좌장격인 서청원 후보는 상당한 표차이로 뒤진 채, 2등에 머물러 최고위원에 오르는데 만족해야 했다. 전당대회 이후 언론은 연일 ‘비박, 비주류의 승리’라고 보도했다. 미래권력이라고 불리는 김무성 대표의 선출로 차기 대권경쟁이 조기화 될 것으로 예측되는 향후 당청관계, 당내역학구도, 여야관계 등에서 커다란 변화가 올 전망이다.
7.14 전당대회, 비박의 승리?
김무성 대표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2012년 대선 당시 총괄본부장을 맡아 전국 조직을 지휘한 경력의 소유자였으니 기초적인 조직은 그때 이미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 대표를 뽑는 선거는 당원과 대의원의 선택이 절대적인데다 여기에 약간의 국민적 여론이 더해지는 자기 집안의 대표를 뽑는 선거인만큼 처음부터 유리한 조직적 환경을 지니고 출발한 김무성 대표의 선출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 서청원 후보는 상당히 긴 세월을 새누리당 외곽에 있었던 탓에 공백 기간도 상당했다. 화성시 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입성했으니 변변한 당 조직이 있을 리가 만무한 일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1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총 5만2706표를 획득, 3만8293표에 그친 서청원 의원을 큰 표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4명의 최고위원에는 7선의 서청원, 재선인 김태호, 6선의 이인제 의원이 득표순으로 선출됐고 재선인 김을동 의원은 여성을 선출직 최고위원에 포함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5위 득표자인 홍문종 의원을 탈락시키고 지도부에 입성했다.
김 대표는 과거 ‘원조친박’이었으나 현재는 비주류의 리더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전임 이명박 정부 시절 국무총리로 지명됐던 김태호 최고위원과 충청권이 기반인 이인제 최고위원도 비주류이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친박이긴 하지만 주류와 구별되는 친박 비주류로 이번 경선에서 서청원 최고위원과 각을 세운 바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끝나자 각 언론에서는 비박계의 승리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분석이 전부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을 때 공천을 받아 국회로 입성한 사람들이 전부인 점을 감안하면 비박, 친박으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언론과 당 일각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비박·비주류의 승리로 규정짓는 것에 대해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황우여 대표 체제가 지나치게 청와대의 눈치를 보면서 당을 운영해 왔던 탓에 반대급부로 그런 분석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성공위해 최선 다하지만 할 말은 한다”
김무성 대표는 ‘원조친박’ 인사로 분류되지만 필요에 따라 ‘친박’과 ‘탈박’을 오고가는 탄력적인 행보를 보이는 등 자기정치를 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렇기에 그간 청와대의 명령에 충실했던 ‘관리형 당대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당장 박근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정권을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14일 당선 직후에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한 몸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다음 날 김무성 대표와 지도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국가 혁신과 경제 회복을 위해 2기 내각과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도 '풍어동주'를 인용하며 "우리 모두는 어떤 비바람 속에서도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대통령을 잘 모시고 잘 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그간 정치행보를 두고 두 사람의 충돌을 예측하기도 한다. 원칙주의자인 박 대통령과 현실주의자인 김 대표 간 정치스타일이 분명히 다르고 일부 정치 이슈를 두고는 온도차가 크기 때문이다. 김 대표를 아는 인사들은 이런 전망에 손사래를 친다.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정치는 대립과 충돌은 타협으로 풀고, 위기는 만들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고 본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를 "현실주의자"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 사익을 목적으로 한 박 대통령과의 충돌은 있을 수 없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이 대통령의 밝은 눈과 큰 귀가 돼 국민 여러분의 구석구석에 있는 여론을 모두 경청해 대통령께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면서 할 말은 하는 당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친박 일색이었던 전임 지도부가 임기 내내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러한 점이 오히려 민심과 청와대를 유리시킨 측면이 있어 당과 박 대통령의지지율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당청관계가 비판보다 청와대 감싸기에 급급한 기존의 수직적 종속관계에서 필요하다면 비판도 하는 수평적 협력관계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상황에 따라 과거 이명박 정부시절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와의 각을 세워 범여권의 전체적인 중심을 잡아주고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것처럼, 김무성 대표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야는 정치적 파트너’인식, 원만한 여야관계 예상
김무성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다른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대탕평인사’를 하겠다. 그동안 당에서도 소외받았던 인사를 중심으로 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당내 역학구도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일단 ‘탕평인사’를 앞세웠지만 ‘소외된 인사 중심’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그간 당을 장악했던 친박주류를 대신할 비주류의 전면등장을 예고한 셈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경선으로 선출된 당 대표를 포함한 5인의 최고위원과 당대표가 임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으로 구성된다. 현 원내사령탑인 이완구 원내대표는 ‘친박’이지만 색채가 옅은 ‘범친박’이며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친이계’ 출신이다. 여기에 지명직 최고위원을 김 대표가 공언한대로 비주류 인사로 임명한다면 당내 친박주류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김무성 대표의 등장으로 여야 관계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또 어느 정도는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26일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여야는 정치적 파트너로 여당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먼저 줘야 얻는다’는 얘기처럼 여당이 야당과 부단히 대화하고 양보하고 해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상도동계 막내로 민주화 운동에도 헌신했던 김 대표는 1984년 발족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의 창립멤버로 이후 회장과 공동의장을 맡기도 하는 등 야권인사들과의 폭넓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님을 위한 행진곡’ 5.18 광주민주화항쟁 기념곡 지정 논란에서도 김 대표는 “오랫동안 5.18 추념식에서 불러왔던 노래를 (정부가) 왜 중단시켜 국론을 분열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해 야권과 정서적 교감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2011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에는 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와 짝을 이뤄 ‘세종시법 수정안 본회의 표결’과 ‘집시법 개정안 처리’를 교환해 처리한 성과가 있고, 지난해 말 ‘코레일 파업 사태’에서도 철도노조와 정부가 극한 대립을 하는 와중 박기춘 민주당 의원과 중재안을 도출해 내는 등 야당과의 협상을 중시하는 화합형 면모도 가지고 있어 대체적으로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가 예상된다.
대권경쟁 조기화…본격적 대권국면 펼쳐지나
그렇지만 김무성 체제가 2년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여부에는 몇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우선 가장 먼저 박근혜 정권 초반에 당권을 내놓게 된 친박주류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전대 결과를 통해 친박 주류에 대한 당심과 민심의 이반이 확연히 확인됐기에 당분간은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겠지만 차후 정국전개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의 갈등이 심화되고 당의 지지율이 흔들린다면 친박주류가 치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잠재적 대권주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서청원 최고위원이 경선과정에서 문제제기한 것처럼 이번 당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들의 레이스를 관리할 책임도 지고 있다. 그러나 만약 잠재적 대권주자인 김 대표가 당대표직을 유지한 채 20대 총선 공천권 등을 통해 대권레이스에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두 번의 공천 탈락이란 정치적 시련을 겪었다. 한 번은 이명박 정부에서, 또 한 번은 박근혜정부에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정부 모두 위기 때 그를 '소방수'로 기용했고 결과는 모두 성공했다. 친박이었지만 친이계와도 소통이 가능했고, 비박이었지만 친박을 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란 평가는 이 때문이다. '무대(무성대장)'이란 그의 별명도 그의 이런 선 굵은 정치행보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김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서용교 의원은 "김무성 대표는 현실주의자다. 자기 주장만 고집하지 않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다른 측근 의원들도 "다른 정치인과 달리 보스 기질이 있다. 그럼에도 권위적이지 않아 따르는 의원들이 많다"고 말한다. 실제 계파와 상관없이 의원들은 사석에서 그를 "형님"이라 부를 만큼 친화력이 뛰어나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김 대표가 계파와 상관없이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의 정치에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가 대립과 반목만 반복하는 지금의 정치와 달리 인간적이며 타협과 합의가 가능한 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가 친박 주류의 견제 속에서도 크게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친박에 대한 당내 거부감 때문이라기보다 김무성이 기존 정치와 달리 매력적인 정치를 해왔고 그에 대한 인간적 매력이 기대감으로 표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무성 대표의 새누리당 대표 선출과 관련, 필연적으로 차기 대권 경쟁은 조기화 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차기 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신임 대표가 차기 공천권을 가진 대표가 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김 대표에게 당의 힘이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몽준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당내 대권주자들의 대선 활동이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여권 대권 주자들의 활동이 본격화되면 자연스럽게 야권 주자들의 대선 활동 역시 시기가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대권 국면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차기 주자들의 활동이 본격화되면 현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2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레임덕 최소화를 추진하는 청와대·친박 핵심과 비박 신주류·차기 주자들의 여권 내 갈등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