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estic Politics] 6.4 지방선거와 향후 전망
새누리 ‘선전’, 새정치연합 ‘기사회생’
절묘한 균형…조화를 추구하는 국민 의지의 표출인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6.4지방선거가 모두 끝나고 이번 달 민선 6기가 정식으로 출범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부 심판론과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의 프레임이 강력하게 충돌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박빙의 양상을 보였다. 이번 6.4지방선거뿐만 아니라 앞선 지방선거에서도 항상 이슈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프레임과 이에 맞서는 여당의 프레임이 팽팽히 맞섰다.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분석하고 그 결과가 향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짚어 본다.
광역단체장 호각, 기초단체장 새누리 승
6.4 지방선거는 전국단위 지방선거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선거로 기록됐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중원의 대표적인 접전지역인 강원과 충북이 선거당일 이후 자정을 넘어서면서부터 100표 미만의 초박빙 시소게임을 이어가는 혈전을 벌였고, 경기와 인천, 부산에서도 5일 새벽까지 승패를 장담하기 힘든 접전이 이어졌다.
광역단체장 선거결과는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 새누리당이 8곳을 이겨 야당의 근소한 승리로 귀결됐다. 그러나 어느 당도 압승을 주장할 수 없는 선거 결과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지만 인천은 새누리당에 내줬다. 경기에서도 김진표 후보가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에 거센 도전을 펼쳤지만 끝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반면 충청, 강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석권했다. 안희정 후보가 충남을 굳건히 지킨 가운데 새누리당이 차지했던 세종시와 대전마저 야당이 가져갔다. 충북의 이시종 후보는 청주고 동기동창인 새누리당 윤진식 후보에게 신승을 거뒀고, 강원에서도 최문순 후보가 최흥집 후보와 혈투를 벌인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영호남 등 여야의 텃밭에선 결국 기대를 모았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새정치연합 김부겸 후보가 야당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을 올린데 것과 야권 단일후보인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부산에서 49%가 넘는 득표율로 서병수 후보를 위협한 것은 지역구도 타파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성과로 해석된다.
호각을 이룬 광역단체장 선거와는 달리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새누리당이 전국 기초단체장 226곳 가운데 117곳에서 승리하면서 4년 전의 패배를 설욕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에 80곳을 얻는데 그쳐,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25개 구청장 가운데 20곳을 차지해 압승을 거둔 반면 새누리당은 서초와 강남, 송파, 중랑, 중구 등 5곳에서 승리하는데 그치기도 했다.
여·야 각각 두 곳에서 ‘트리플 크라운’
한편 6·4지방선거의 주요 격전지였던 서울 등 광역자치단체 8곳을 분석한 결과 여야가 각각 두 곳씩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회를 석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른 4곳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회 승자가 달라 상호 견제 또는 충돌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과 대전에서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회 선거를 모두 이기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서울과 대전의 야당 성향이 공고해진 점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원순 시장을 당선시킨 데 이어 구청장 25명 중 20명, 비례대표를 포함한 광역의원 106명 중 77명을 당선시켰다. 대전은 권선택 시장을 당선시켰고, 구청장 5명 중 4명, 광역의원 22명 중 16명을 배출했다.
새누리당은 부산과 인천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이뤘다. 부산은 전통적인 여당 텃밭이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무소속 바람이 워낙 강했고,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는 1.31% 포인트 차로 겨우 신승했다. 기장군수를 무소속에 내주긴 했으나 구청장 15명을 당선시켰고, 광역의회 42석을 싹쓸이했다. 영화 ‘변호인’에서 돼지국밥집 아들의 실재 인물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송병곤 후보는 관심을 끌었지만 여당 후보에 졌다.
인천 역시 새누리당이 석권했다. 유정복 전 장관이 인천시장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기초단체장 10명 중 6명을 배출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또 광역의회는 새누리당 23명, 새정치민주연합 12명을 기록해 야당이 다수당을 기록했던 4년 전과 권력구도도 바뀌었다.
개표 당일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경기·강원·충남·충북은 광역단체장과 광역의회가 여야로 갈라졌다. 합리적인 상호 견제와 협조가 없다면 공약이행 및 지방정부 운영에서 차질이 불가피하다. 경기도는 새누리당 남경필 전 의원이 도지사에 당선됐으나 광역의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이 78석, 새누리당이 50석을 각각 얻었다. 여당 도지사와 야당 의회가 충돌할 수 있다. 기초단체장의 경우도 새정치민주연합이 17명을 배출한 반면 새누리당은 13명에 그쳤다. 무소속은 가평군수 1명이 나왔다.
그러나 강원도와 충남·충북은 반대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최문순·안희정, 이시종 당선자가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모두 새누리당이 이겼다. 충남의 경우 기초단체장은 새누리당 9명, 새정치민주연합 5명이고, 비례대표를 포함한 광역의회는 새누리당이 30명, 새정치민주연합 10명이었다.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 교육감 직선제 폐지?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서울 조희연, 경기 이재정 후보가 당선된 것을 비롯해 13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승리 했다. 이는 과거 6명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세월호 참사에 따른 '앵그리 맘' 표심이 교육감 선거에 대폭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그것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상적으로 표현하려는 영업사원적인 마인드”라며 “물론 남자보다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정서가 크게 반영됐을 거다. 하지만 그 비중은 작다. 부분적으로 학부모의 비판적인 의식이 조금 부가되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선거결과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 결과에 대한 손쉬운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다.
실제로 이번 교육감 선거는 보수후보들이 단일화되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또 고승덕 후보의 에피소드가 없었다면 조희연 후보의 당선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우연적 요소가 큰 변수였다. 민심에는 포트폴리오(분산투자)적 요소가 있고, 민심을 그런 우연적 요소에 꿰맞추려고 하는 것은 아전인수 격의 선거분석 이라는 견해는 여기서 비롯된다.
한편 교육부 장관에 보수적 성향을 가진 김명수 전 교원대 교수가 내정(6월 13일 현재)가 내정됨에 따라 6.4 지방선거 이후 당선된 진보 교육감과 곳곳에서 갈등이 예상 된다. 김 내정자는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 관해 “많은 교사들이 좌편향을 보이고 있으며 교원양성대학에 전교조가 지회 형식으로 들어와 예비교사들을 포섭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내정자는 전교조에 대해서도 스스로 법외 노조화를 자초했으며 정치 참여가 지나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한국교육학회장으로서 보수 교육감 후보의 당선을 지지하기도 했다.
또한 교육감 선거와 관련,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마련해 의결을 거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6.4 지방선거 결과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새누리당과 보수 언론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한 이후 직선제 폐지안이 추진되는 모양새여서 위원회의 직선제 폐지안 추진 취지도 의심을 받고 있다.
양 쪽 모두에 ‘옐로우 카드’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쪽에 경고와 기회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집권 2년차인 정부여당에는 국민들이 세월호 심판론을 통해 경고를 준 셈이지만, 수도권에서의 선방으로 완패를 안기지는 않았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형성된 심판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압승을 거두지 못했으나, 지난 4년 동안 이어진 선거패배의 고리를 끊고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는 야당이 부각시킨 '세월호 심판론'과 여당이 방패로 삼은 '박근혜 마케팅'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시킨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어느 정도 선전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당분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 비(非)박근혜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박근혜 마케팅에서 보듯 선거의 여왕인 박대통령의 존재감이 과시됐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이번 선거가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당내 리더십의 위기를 모면하는 계기가 됐다. 전략공천 파문의 당사자인 윤장현 후보가 광주시장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도 안철수 대표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월호 심판론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완승하지 못했고,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의 높은 여론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압승을 거두지 못한 것을 두고 민심이 양측에 모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11일 ‘한국의 유권자들이 말한 것(South Korea’s Voters Speak)’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 와중에 벌어진 이번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그저 그런 실적(so-so showing)을 냈고 야당 또한 불행한 사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들기엔 충분치 못한 결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거결과는 정치 성향과 상관없이 유권자들이 무조건적 경제성장이 아닌 다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에 대한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결과와 관련된 손쉬운 해석과 일반화는 경계해야 한다. 또한 선거에는 이런 저런 우연적 요소가 개입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이번 선거결과는 국가운영 전반에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뜻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해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