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경제대국, 거품 시한폭탄이 될 것인가?
1위 경제대국, 거품 시한폭탄이 될 것인가?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4.06.25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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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악재 아닌 구조적 한계 우려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Economy Focus] 기로에 선 中 경제




1위 경제대국, 거품 시한폭탄이 될 것인가?


일시적 악재 아닌 구조적 한계 우려





최근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이 구매력 평가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미국 추월’은 오는 2019년쯤으로 예상됐으나 급속한 성장세로 5년 앞당겨졌다. 또 중국건설투자연구원은 2027년에 중국이 경제규모에서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고 자체 분석했다. 중국은 실제로 최근 10년간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은 3배 이상 뛰었고, 소비가 두 자릿수로 늘고 있어 ‘수출형 경제’에서 ‘내수형 경제’로 빠르게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2000년 이후 연간 성장률이 평균 10%를 유지하고 GDP는 무려 4배가 급증했다. 이와는 반대로 최근 중국 경제엔 빨간불이 켜졌다. 우선 정부의 공공투자와 기업들의 설비투자로 성장해 온 경제모델이 큰 벽에 부딪히고 있다. 거액의 투자를 이어온 결과 지방정부와 기업의 빚이 크게 늘었고, 부동산에 거품이 끼면서 언제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불리는 중국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실정이다. 중국은 과연 세계경제의 엔진일까?





지방정부 부채 연평균 20% 급속한 증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중국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중국 경제의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지방채 관리 강화 등으로 중앙정부가 통제에 나섰지만 지방정부는 불어나는 이자와 원금 상환에 허덕이고 있다. 중국 심계서(감사원)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발표한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총계는 17조 9,000억 위안(약 2,994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1%에 이른다. 2010년과 2012년 말 지방정부 부채가 각각 10조 7,000억 위안, 15조 9,000억 위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지방부채는 연평균 19.97%씩 늘어나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를 규모별로 보면 시급 정부가 7조 2,901억 위안, 성급이 5조 1,938억 위안으로 전체 지방부채의 70%를 차지한다. 주로 성정부와 시정부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지방정부의 직간접 지원이 이뤄지며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지방부채 종류별로는 은행대출이 10조 1,186억 위안에 달했고 개발채권 발행은 1조 8,455억 위안에 그쳤다. 지방부채 상환기일은 전체 채권 중 21.89%가 올해, 17.06%가 2015년에 돌아온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중국 지방부채가 심각한 수준이 아닐 수도 있다. 중앙과 지방부채를 모두 합쳐도 GDP의 39.8%로 경제협력기구 국가재정안전성기준(40%)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증가속도에 있다. 20%에 달한 증가속도는 언제든 금융 시스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지방정부의 전체대출 가운데 은행대출 비중이 2010년 80%에서 56.6%로 낮아졌다는 것은 지방정부가 그림자금융에도 손을 벌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책임자였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지방부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중국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금을 지원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은 망가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31개 성과 시 가운데 지방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충칭시다. 정부 개입에 의한 도농격차 해소를 추진했던 충칭은 지방부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충칭의 부채비율은 156%로 최하위권인 산둥성(69%)의 2배를 넘었다. 그 뒤를 베이징(135%)과 상하이(123%)가 잇고 있다. 지방정부의 부채 성격도 위험하다. 지역별 그림자금융 의존도는 산시성이 27%로 가장 높고 충칭이 15%로 뒤를 이었다. 저장성·장쑤성·허베이성도 그림자금융 의존도가 1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자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 중앙정부는 지역별 부채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부채관리 능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도시화의 성공 모델들이 부채증가라는 후유증을 앓고 있다며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지방정부의 재정수입인 토지양도금이 감소해 리스크를 더욱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국유지 사용권 매각 전체 수입은 4조 1,250억 위안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류상시 중국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부소장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지방정부의 디폴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중소 지방도시의 부채상환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는 시간문제’ 발 빼는 큰손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유명한 재벌이 부동산 처분에 나섰는가 하면 기업의 부도 자체가 흔하지 않은 중국에서 대형 부동산 기업이 문을 닫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중국 부동산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리며 버블 붕괴 경고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월 5일 노무라증권이 펴낸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중국 부동산 붕괴는 무조건 일어나며 얼마나 심각할지가 문제이지,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올 들어 발표된 각종 지표도 버블 붕괴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중국지수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1월 주요 도시 부동산 거래량을 보면 전달에 비해 베이징이 36.8%, 상하이가 30.6%, 선전이 44.4%나 거래량이 줄었다. 다롄은 53.1%로 거래량이 할 달 사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신년 전후로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는 이런 추세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주택 가격 상승세도 주춤한 상태다. 지수연구원은 “중국 100대 도시의 지난 4월 평균 집값이 전달에 비해 0.1% 올랐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주택 가격은 2012년 중반부터 최근까지 23개월 이상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하지만 올 1월 들어 0.63%로 떨어지더니 2월 0.54%, 3월 0.38%에 이어 급기야 0.1%대로 주저앉았다. 불과 1년 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위기감은 더욱 확연해진다. 2013년 100대 도시의 평균 주택 판매 가격은 11.5%나 상승했다. 특히 1급 도시(대도시)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는데, 베이징(28.3%)·상하이(15.6%)·광저우(27.6%)·선전(23.4%) 등 4대 도시가 대표적이다. 2013년 1급 도시 평균 주택 가격 상승률은 23.4%에 달했다. 해가 바뀌었다고는 하나 불과 한 달 사이에 급격히 얼어붙은 시장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9년 12월에는 개인 부동산 매각 시 세금 우대 정책을 폐지했고 이듬해에는 부동산 대출 조건도 강화했다. 특히 2010년부터 다주택에 대한 주택 대출 선수금 비율 인상에 나섰는데, 제도 시행 직후 주택 가격이 연초 대비 16% 하락하는 등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양도소득 과세를 골자로 하는 ‘신국5조’ 등의 규제책이 지방정부의 반대로 유보되면서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 폭만 커지는 결과를 맞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폭락’으로 상징되는 거품 붕괴, 이른바 ‘경착륙’이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이르는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가계 자산의 70%가 부동산에 몰려 있는 한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벗어나 거품이나 폭락에 노출된다면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노무라증권이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7% 이하로 떨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5.8%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다.




 

고개 숙인 ‘메이드 인 차이나’ 신화


  중국은 첨단산업의 중심이자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중국이 제품을 기획하고 시장을 창조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는 첨단산업과 미래산업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저가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은 사라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임금상승과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며 중국이 누려왔던 가격경쟁력이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국가로 이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앤드루 틸턴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수출에서 경쟁우위를 점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출은 2~3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가격경쟁력이 사라지며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도 인도 등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이미 보쉬·ITC·고드레 등 16개 글로벌 기업이 저임금과 노동력이 풍부한 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했으며 중국의 완구업체 팔스플러스도 생산비 절감을 위해 인도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루피화의 하락, 싼 임금, 풍부한 노동력과 내수시장 등 인도가 가진 매력은 불과 5년 전까지 중국이 가졌던 매력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내수확대’다.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 중국의 중산층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인 6억 명으로 늘어나면 45조~50조위안의 소비를 창출하고 여기에 투자수요까지 더해지면 중국 내수시장은 100조 위안(약 1경 7,6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내수증가가 수출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성장의 불균형을 해결할 것으로 보면서, 지난해 36%였던 내수비중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내수확대에 있어서 문제는 ‘임금’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 채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9개 성에서 최저임금이 13%나 상승했고, 늘어나는 임금부담에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서 이미 발을 빼고 있다. HP·IBM·존슨앤존슨은 올해 중국 내 현지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으며, 대만의 팍스콘은 지난해부터 신규채용을 중단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맨파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일자리는 임원진을 포함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나 감축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많은 규모다. 





‘과잉생산’ 고삐 죄는 중국


  중국경제 최대 골칫거리인 생산 과잉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지위를 흔들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 심각하다. 중국의 수출은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9년간 연평균 2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 주도의 경제발전으로 큰 이익을 낸 수출업체들이 생산설비 확충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세계경기가 주춤하면서 중국 제조업의 과잉생산이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월 23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황췬후이(黃群慧)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장은 지난 22일 열린 중국 국무원 신문부 발표회에서 “최근 떠오르고 있는 과잉 문제는 유례없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번 생산과잉 문제는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철강, 시멘트, 조선 등 전통 산업군 뿐만 아니라 태양열, 풍력 등 미래 산업에까지 두드러지고 있으며, 선진국들의 재공업화로 중국의 생산 기지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는 중국의 제조업 과잉생산이 산업별 평균 28%에 달하며 전체 산업 가운데 35.5%가 생산능력이용률이 75%에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특히 철강업계는 지난해 이윤율이 0.04%에 불과할 만큼 대표적으로 돈이 되지 않는 산업군이다. 2t의 철강을 팔아봐야 남는 돈으로 고작 막대사탕 하나 살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중국의 연간 조강 생산능력은 10억t이나 되며, 지난해 총 생산량은 7억 1,700만t에 불과해 생산능력 활용률이 72%에 그치는 등 과잉생산의 대표적인 사례다. 철강업계 뿐 아니라 지난해 생산량 2,000만대, 세계 소비 2위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가진 자동차산업까지 과잉생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4월 8일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경제전문가들은 인구뿐 아니라 자원소모량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이미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최고점에 달했고 곧 과잉생산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국 자체 자동차 업체는 경쟁력 저하로 과잉생산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압박을 시작했다. 중국정부망(中國政府網)에 따르면 국무원 판공실은 ‘국무원 생산과잉갈등 해소에 관한 지도 의견’을 각 성, 자치구 등 전국 관공서에 지시했다. 이 지침에는 생산과잉 문제를 적극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무원은 “해당 산업들을 엄격히 관리하고 각 지역, 각 관련 부서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생산 과잉이 심각한 산업군의 프로젝트에 대해 승인 또는 등록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기업이나 업종의 도태를 가속화해 생산량을 줄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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