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視界) 제로’의 지방선거, 정부 무능론 여론 악화 '판세' 급변
‘시계(視界) 제로’의 지방선거, 정부 무능론 여론 악화 '판세' 급변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05.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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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에 정치일정 올 스톱…역풍 우려에 여권도 긴장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시계(視界) 제로’의 지방선거, 정부 무능론 여론 악화 '판세' 급변


세월호 침몰 사고에 정치일정 올 스톱…역풍 우려에 여권도 긴장






6.4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 왔다. 세월호 참사로 정치권 일각에서 6·4지방선거 연기론이 나오고 있지만 여야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세월호 참사 직전까지만 해도 야당 기초공천 문제,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북한 무인기 사건 등이 지방선거를 뒤흔들 이슈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부의 무능하고 안일한 위기대응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면서 판세는 급변하고 있다. 여당과 청와대를 향한 정권심판론이 뚜렷한 쟁점으로 떠오른 이번 지방선거의 흐름을 분석해 본다.




최대 격전지 서울, 박원순 시장 오차범위 내 선전


  이번 6·4지방선거의 최대승부처는 역시 서울이다. 서울시장선거 후보군은 4명으로 좁혀진 상태다. 야권에서는 박원순 현 시장이 사실상 확정됐고, 여권에서는 이른바 '빅3(이혜훈·정몽준·김황식)'가 서울시장 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확정지은 상태다. 


 지난 2011년 10·26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으로 전개되며 범야권의 박원순 후보에 비해 1억 피부과, 부친 사학재단 논란 등 치명적 의혹이 더 많았던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승리한 박원순 시장도 병역기피, 아름다운재단 공금 횡령 등 각종 의혹 공세에 시달렸지만 더 센 의혹이 제기된 나 후보가 결국 패한 것이다.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은 역대 선거에서 숱하게 사용됐고, 때로는 잘나가던 후보를 한 방에 주저앉히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후보들의 약점은 성패를 가르는 주요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 시장은 현역 프리미엄, 소통의 리더십 등을 바탕으로 확정된 후보군 중 현재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하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정도여서 사소한 네거티브 공세에도 지지율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이 그동안 정 의원을 앞서는 흐름이었으나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4월 11~12일 서울지역 19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정 의원이 48.5%의 지지율을 기록, 45.5%의 박 시장보다 3% 포인트 앞섰다. 여권후보들은 아직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 시장에 대한 파상적인 비판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경선이 끝나고 본선이 시작되면 박 시장에 대한 공세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서울시장후보는 지난 3월 15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마지막으로 합류하며 앞서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 간 3파전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상대후보는 깎아내리고 자신은 돋보이게 하기 위한 치열한 내부 비방을 이어가는 한편 각자의 공약을 선포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3월 3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정식을 방불케 한 대규모 비전선포식을 열었다. 공약 역시 8개 분야, 총 64개를 제시해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3월 23일에 이어 2차 정책 발표로 정책 이미지를 강조했고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유일한 여성 후보임을 내세워 여성공약 5대 정책을 발표했다.


  세 후보는 모두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해 한동안 정체됐던 서울의 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규제 위주의 정책으로 서울시의 활력을 감소시키고 있다며 '반(反) 박원순' 표심을 잡겠다는 포석이었다.


  김황식 예비후보는 구체적으로 주택 재건축 연한을 현행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최장 40년에 달하는 재건축 연한 규제가 노후 주택 재건축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해 이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재건축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새울시 재건축 연한 단축의 범위와 대상을 결정하고 서울시 조례를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세월호 참사 이전, 격전지 백중세 속 여권 우세


  한편 4월 15일 기준 여론조사 전문가 5명은 수도권 등 격전지 8곳의 판세에 대해 새누리당 우세 3곳(경기·대전·세종), 백중 3곳(서울·인천·충북), 새정치민주연합 2곳(충남·강원)으로 전망했다. 여야의 텃밭인 영남 5곳(경남·경북지사, 대구·울산·부산시장)과 호남 3곳(전남·전북지사, 광주시장)은 설문조사에서 제외했다. 또 우근민 현 지사의 무소속 출마 등 변수가 많은 제주지사 선거는 평가를 유보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1998년 제2기 지방선거 이후 16년 만에 3자 구도로 치러질 뻔 했다가 야권 통합으로 양당구도로 재정립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수도권과 ‘중원’ 충청권을 승패의 향방을 좌우할 최대 관심 지역으로 꼽았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소장은 지나 4월 14일 한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영호남 텃밭 지역에서의 강세 속에 수도권과 충청, 강원 등 이른바 ‘핫 세븐 지역’이 지방선거 승패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인천을 백중 지역으로 보는 데 이견이 없었고, 경기와 대전은 새누리당 남경필·박성효 의원의 우세를 각각 점쳤다. 세종시장에 대해서는 당초 인지도에서 앞선 새누리당 소속 유한식 현 시장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세월호 침몰사고의 와중에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수에 오르면서 향방을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지난 4월 20일 유 시장에게 ‘경고’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충남(안희정)과 강원(최문순) 지역에 대해서는 현역프리미엄과 더불어 인물론에서 앞서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손을 들어줬다. 많은 전문가들은 충남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지역으로 꼽았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후보가 아직 모두 결정이 안 됐는데 판세를 판단하기에는 언론이 너무 빠르다. 그런 의미에서 전 지역 모두 백중세라고 본다”고 전제하면서도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은 높지만 대구·경북 다음으로 대통령 국정지지율과 새누리당 정당지지율이 높은 지역이 충남”이라고 강조했다. 인물론은 안 지사가 앞서지만 보수성향의 선진당 지지자들이 대다수 새누리당 쪽으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구도상으로는 절대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도 “충남과 강원이 현재까지 야당이 우세한 것은 맞지만 워낙 야권의 지지율이 낮아서 막판 혼전으로 갈 가능성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충북은 이시종 현 충북지사와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 이전 여야는 향후 선거 프레임과 현역 프리미엄 효과, 네거티브 폭로전 등 여러 변수에 따라 판세가 출렁일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지방선거는 현재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형국으로 변했다.






숨죽인 정치권…물밑에선 지방선거 대응 고심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4월 17일부터 정치권은 6·4지방선거 경선 일정과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당분간 아예 경선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와 부산·인천시장 경선, 경기도지사 경선이 모두 연기됐다. 당분간 경선과 관련한 여론조사도 중단키로 했고 각 후보들에게는 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의상도 착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예정됐던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 TV토론과 서울시장 TV토론도 개최되지 않았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남경필 의원 등 주요 경선 후보들은 침몰 사고 대책본부가 꾸려진 전남 진도군을 찾아 슬픔에 빠진 사망·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온 국민이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에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에 임해줄 것을 당부했다.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신중한 발언과 처신을 주문하는 동시에 골프 및 음주 자제령을 내렸다. 당 차원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대책특별위원회’도 꾸리고 심재철 유수택 최고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해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선거 관련 모든 일정을 중단·연기하도록 지역위원회와 시·도당에 공지했다. 선거 토론, 후보자 사무소 개소식뿐 아니라 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거리에서 하는 선거운동도 모두 중단하도록 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김진표 의원,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 원혜영 의원과 함께 이틀째 진도군에 머무르며 구조 현장을 지켰다. 안 대표는 팽목항에서 구조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구조대원과 가족들을 위로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침몰사고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식을 둔 어른으로서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점에 대해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당 대책단을 대책위로 격상시키고 24시간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야권 일각에선 6·4지방선거 연기론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여당에서 선거 연기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지방선거 연기를 위해서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김한길 공동대표에게 이런 내용이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검토한 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사고를 두고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참사를 키웠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청와대와 여권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벌써부터 일각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로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 가족 등은 이번 참사를 둘러싼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무능하고 안일한 위기대응시스템에 대한 비난여론은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와 새누리당 등 여권은 여론에 의해 무차별 난도질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야권은 벌써 서서히 날을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이 '세월호 사고대책특위' 회의를 개최한 4월 18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ㆍ여객선침몰사고대책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체계나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 외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의 미흡한 재난 대응 시스템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고 여파로 새누리당이 6ㆍ4 지방선거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야권이 이번 사고를 지나친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삼을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불똥이 정치권 전반, 특히 여권의 핵심부로 튀어 책임론이 발화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여권과 야권, 청와대가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지금, 민심의 향방은 사고 수습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날 여·야와 정부 그리고 청와대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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