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이 국제시장을 지배한다
국제표준이 국제시장을 지배한다
  • 김현해 기자
  • 승인 2014.04.01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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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없는 표준화 전쟁
[이슈메이커=김현해 기자]

 

 

국제표준이 국제시장을 지배한다

 

총성 없는 표준화 전쟁

 

 

1980년대 삼성은 세계 최초로 초소형 4mm 캠코더를 개발해 냈고, 이 제품을 통한 엄청난 수익창출을 기대했다. 하지만 당시 소니의 8mm 캠코더가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서 많은 자금과 시간을 투자한 삼성의 제품은 사장될 수밖에 없었다. TBT(무역기술장벽) 협정으로 적합성 절차(설정된 표준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역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기업 간의 치열한 표준 경쟁
지난 2004년 11월 방한한 인텔(Intel)사의 CEO 크레이그 R 배럿(Craig R. Barrett)은 정부 및 교육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IT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표준(국제표준)에 기반을 둔 제품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교육에 대한 끊임없는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표준이란 국제적으로 공인된 표준화 기구에서 채택되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으로, 무역을 통해 유통되는 거의 모든 산물이 그 영향아래 있다. 배럿은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기업이 국제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시장에서 각 기업 간의 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은 ‘표준 전쟁(standard war)'이라 불릴 정도로 치열하다. 과거 네비게이터(Navigator)와 익스플로러(Explorer) 간의 표준화 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5년 넷스케이프가 개발한 인터넷 브라우저인 네비게이터의 시장점유율은 80%를 넘었다. 그러나 MS사가 윈도우즈에 자사의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면서 시장 중심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미국 법무부는 MS사를 독점방지법(Anti-Trust) 위반으로 고소했지만 이미 익스플로러는 사실상 시장의 표준이 되어 관련 산업을 재배하기 시작한 이후였다. 이렇게 인터넷 브라우저의 표준을 선점한 MS사는 경쟁 상대였던 넷스케이프를 몰아내고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천문학적인 로열티를 벌어들이고 있다.

 

 

국제표준 선점을 위한 각국의 노력
WTO 출범 이후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은 세계시장 지배전략으로써 이 국제표준화를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자율적인 합의에 기반을 둔 표준(Voluntary Consensus Standard)을 강조하고 있으며, 국가기술이전진흥법(NTTAA)과 표준개발기술진흥법(SDOAA) 등의 법률을 기반으로 민간 표준화 활동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장려하고 있다. 유럽연합도 공동 연구개발 정책을 통해 연구개발과 표준화 간 연계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TSI, CEN, CENELEC 등 유럽 표준화 기구를 중심으로 국가 간의 협력을 통해 제정한 유럽표준을 EU 회원국들이 수용하고, 이를 다시 ITU, ISO, IEC와 같은 국제표준화기구에 제안하여 국제표준화 추진에 힘쓰고 있다. 국제표준 전문가인 영남대학교 정병기 교수는 “특히 미국의 경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국제표준을 ‘대통령 직속 수출회의’의 의제로까지 설정하고 세계주요 시장에 표준관을 파견하는 등의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였기에 2006년 이후부터 ISO 간사 수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제표준을 추진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한다. 그러나 한 번 만들어 놓은 국제표준이 상품화로 연결될 때는 수많은 기업들로부터 로열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당초 투자된 비용의 수백 배 이상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국가 브랜드 홍보 등 수치화할 수 없는 부대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에 각 국가들이 국제표준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요한 때
우리나라 역시 국제표준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한 전문가는 과거 2007년 DMB와 와이브로(WiBro)가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 역시 과거부터 국제표준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아 적지 않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6월 신정부의 청사진으로 제시한 ‘창조경제 실현계획’에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여 기존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취지의 ‘비타민정책’을 발표했다. 이와 연계해서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수요자 맞춤형 표준화에 주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무역의 80%는 국제표준의 영향 아래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7조 달러에 이르는 수치다. 이는 표준화가 세계 경제 시장에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 경제의 89.8%를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제표준 인증은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국내 기술의 국제표준 반영을 통한 표준특허 확보와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민간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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