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 후 4반세기, 동·서 신(新)냉전 시대 도래하나
소련 붕괴 후 4반세기, 동·서 신(新)냉전 시대 도래하나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04.0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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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양극 구도…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 우려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소련 붕괴 후 4반세기, 동·서 신(新)냉전 시대 도래하나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양극 구도…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 우려

 

 


 

최근 부각된 가장 큰 국제정치 이슈인 크림반도 사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미국, EU등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어 서구 국가들과 러시아 간의 군사적 긴장감까지 돌고 있다. 한편에서는 크림반도 사태가 미국과 러시아 간 신(新)냉전 시대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크림 사태의 근원과 세계정세에 끼칠 영향을 알아본다.

 

 

 

뿌리 깊은 분열, 야누코비치가 대통령 되며 갈등 심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의 접경지로 여러 민족이 교차했던 크림반도는 1783년 러시아 제국에 병합됐다. 이후 오스만 터키제국 등이 지배하기도 했지만 200여년 대부분의 시기에 지배적인 힘을 행사해 온 것은 러시아였다. 크림반도는 소비에트 연방(소련) 시절인 1954년 후루시초프 당시 공산당 서기장에 의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우호의 상징으로 우크라이나에 편입되었던 지역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당시 크림반도의 민심과는 맞지 않았는데 러시아계 주민들은 나치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가 침략 독일군 측에 ‘부역’한 반역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림지역의 러시아 편입은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후 소련이 붕괴하고 소비에트체제가 무너지자 결국 '내재된 모순'은 터져 나오게 되었다. 1992년 우크라이나 독립 선언과 함께 크림 지역 의회는 즉각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 결국 러시아의 중재 하에 크림 지역은 자치공화국으로 우크라이나에 남기로 했다. 이후 크림 자치공화국은 러시아어를 쓰고 자체 정부도 구성했다. 현재 이 지역 인구 구성은 러시아인이 58%, 우크라이나인이 24%, 타타르인이 12%이다. 친러시아 성향의 동부와 친유럽 성향의 서부로 내부적으로 분열된 상태이며, 각각 사용하는 언어도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 다르다. 동부는 17세기부터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서부는 우크라이나 민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강하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 2010년, 친러시아계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연히 친유럽 성향의 서부세력은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11월 동부 출신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과의 협정 체결 중단을 선언, 러시아로부터 차관을 꾀하려 하자, 서부에 기반을 둔 야당세력이 불만을 가지면서 시위가 촉발됐다. 시위는 우크라이나 자체의 지역갈등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었다. 반정부 세력에 의해 야누코비치가 탄핵되었고 때문에 친러시아계인 다수의 주민들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쿠데타의 희생자라고 믿고 있다. 새롭게 구성된 우크라이나 신정부가 친유럽 행보를 걷는 만큼 해당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동·서 이해관계 얽힌 요충지, 러시아 군사행동으로 ‘선점’
크림반도 사태는 러시아와 유럽, 미국 등의 이해관계와 맞물리면서 사상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 크림반도는 동북부에 위치했지만 얼지 않는 부동항을 가지고 있고 반도이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요충지다. 거기다 내부적으로 분열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럽과 러시아 중 어느 국가가 크림반도 지역에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2월 27일 러시아 군으로 추정되는 군복을 착용한 친러시아계 무장 세력이 크림반도 및 세바스토폴의 지역 청사와 공항, 군사 기지 등을 점령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내부 문제에 개입하는 러시아에 대해 비난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협정에 따른 것이라며 반박했다.
  3월 1일, 러시아 상원 의회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요청한 우크라이나 내에서의 군사력 사용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의 러시아 군사 기지에 2000여명의 군을 추가 파병했고, 우크라이나의 올렉산더 투르치노프 대통령 대행은 이를 침공으로 규정하며 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3월 1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군사 행동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푸틴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의 군사 행동 중지를 요구하며 위기가 고조됐다. EU와 유럽 국가원수들도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연일 쏟아냈다.
  3월 2일에는 페오도시야 부근의 우크라이나 해병대 사단이 항복을 요구하는 무장 괴한들에게 포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다크 지역의 레이더 기지 또한 포위당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언론인 ‘우크라인시카 프라우다’는 세바스토폴의 우크라이나 해군 빌딩이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안드리 파루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100만 명에 달하는 예비군 소집이 시작되었으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결의에 따라 올렉산더 투르치노프 대통령 대행이 우크라이나 전군에 전투태세 돌입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거가 1997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체결된 군사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1997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체결한 군사협정은 양국이 흑해 함대기지를 공동 운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협정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 지역에 병력 2만 5000명과 전투 및 지원함 100척을 주둔시킬 수 있다. 유효기간은 당초 2017년까지였으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前)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가스 공급가격을 할인해주는 조건으로 2042년까지 연장시켰다. 러시아 정부는 이 협정을 근거로 “크림반도에 군 병력을 보낸 것은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정당한 행동”이라며 “군사훈련과 이동을 보장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협정에 근거한 합법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편입안,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
한편 크림자치공화국에서는 러시아의 품에 안길 내부적 준비가 착착 진행됐다. 러시아의 최고회의(의회)가 결의한 러시아 편입 방침이 ‘기정 노선’으로 대대적으로 선전됐고, 주민들에게 러시아 편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실효지배를 굳히고 있는 러시아군의 위력 앞에서 소수파인 우크라이나인과 타타르인의 반대론은 말살됐다.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크림•타타르인 ‘민족회의’의 추바로프 의장은 “무장한 병사가 노상에 전개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주민투표도 있을 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이미 체제 측 언론은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있었고 주위를 아랑곳 않는 무장한 친 러시아 세력 앞에서 주민투표를 비판하는 시민은 없었다. 3월 16일(이하 현지시간)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투표가 열리기 직전, 안드리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크림반도를 지켜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크림자치공화국은 전체 유권자 127만 2000명이 참여한 주민투표에서 96.6%라는 압도적 지지로 러시아로의 귀속을 결정했다. 주민투표는 ‘(1)러시아에 편입한다, (2)우크라이나에 남지만 보다 강력한 공화국 권한을 규정한 1992년 독자헌법으로 돌아간다’는 두 가지 선택지만 제시했을 뿐이었다.
  한편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15일에는 러시아가 4대의 헬기 및 3대의 장갑차를 동원해 가스공급기지가 위치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州) 해안 마을 스트렐코보예에 침투, 본토에 군사도발을 감행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더욱 팽팽해지기도 했다.

 

 

전광석화 같은 크림 병합, 각국 촉각 곤두세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18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공화국 총리와 크림의 러시아 합병 조약에 서명했다. 이는 러시아 하원과 상원이 사전 논의에서 크림공화국 합병안을 승인해도 푸틴 대통령이 서방 세력의 반발을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세간의 관측을 뒤엎은 것으로, 푸틴 대통령은 승인 요청을 받은 다음날 이를 신속히 승인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 유럽 등 서방 세력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러시아의 크림자치공화국에 대한 행위는 영토 점령이다. 미국과 유럽은 크림자치공화국을 병합한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2차 대전으로 번진 국수주의적 열망의 재현이다. 현 상황에서 크게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유럽의 각국도 러시아의 크림 합병을 인정하지 않으며 강한 제재를 가할 것을 결의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크림 주민투표와 독립선언, 푸틴 대통령의 크림 합병 등이 모두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달 20∼21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더 강한 대응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러시아에 대한 군수품 수출허가를 중단하고 해군의 러시아 방문과 합동훈련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위스 및 리히텐슈타인으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개입으로 러시아와의 무역회담을 중단했다. 그러나 서방 내부에서는 제재 수단과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으며 내부 이견도 노출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고민 또한 깊다.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양극 구도가 펼쳐지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러 양국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우리나라가 자칫 잘못하면 신냉전 구도 한가운데 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 경제제재에 나서면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을 포함한 한·러 협력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여기에 우리가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보조를 맞출 경우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추진은 물론 한·러 관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이 개입할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루디거 프랑크 교수는 3월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만일 국제사회가 러시아 영향권인 크림 반도에 러시아의 개입을 용인한다면, 중국이 자국 영향권에 있는 북한에 개입했을 때에도 국제사회가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개입이 중국에게는 전례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랑크 교수는 또한 이번에 미국 및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제지하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가 추후 6자회담 및 북핵 협상은 물론 한반도 문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소련 해체 후 4반세기 가까이 지속돼온 국제질서에 직접적으로 도전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번 사태의 실질적인 열쇠는 서방이 아닌 푸틴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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