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Focus] 엄혁용 조각가·전북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
[Art Focus] 엄혁용 조각가·전북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06.03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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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나무, 엄혁용 작가 손에서 새 생명을 얻다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예술 작업을 통해 되찾다

 

 

엄혁용 작가는 지난 5월 ‘제6회 한국미술상’ 수상 작가로 선정돼 ‘천년의 노래-직지Ⅲ’ 주제로 한국미술센터에서 수상 기념전을 열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엄 작가의 작업 ‘직지’는 천년을 넘게 한국인의 마음과 한국문화의 자긍심으로 각인돼 온 활자문화의 근본에 대한 경배이자 찬사이다. 그는 “ ‘직지’에 대한 나의 작업은 이번에도 그 연장선상에서 직지의 근본과 숨결에 대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특히 ‘직지’의 근간이 되었던 자연, 그 가운데 나무에 대한 무한대의 사랑을 이번 작업에서도 이어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직지’라는 매개체 통해 전통과 현대의 새로운 만남 시도

엄 작가는 1992년 등단 이후, 작품제작에 있어서 끊임없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왔다. 그의 변화는 단순히 재료와 기법에만 국한되지 않고 작품의 설치방법, 작품의 형식과 내용, 작품의 의미와 주제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실제 책만한 크기의 부조 작품, 책상의 기능을 완벽히 갖춘 작품, 탁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작품 등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작품들은 모두 크기와 재료,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직지’라는 전통적인 모티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신작들에선 얼굴과 꽃 이미지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진화한 ‘직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코가 보이고 눈이 보이기도 한다. 부조 작품에는 매화꽃 등 다양한 꽃들이 등장해 미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한지라는 재료와 상감기법 등 전통적인 기법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측면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들은 故 박병선 박사에 대한 존경과 경의의 표시를 담고 있는가 하면 ‘직지의 영혼’을 작가가 오늘의 새로운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작업에 대해 엄 작가는 “한 나무가 땅에 발을 딛고 하늘을 향해 치솟는 것처럼 나무의 무한대의 정성과 노력을‘직지’를 근간으로 하면서 이번 작품에 표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자연성을 최대한 살린 나무 위에 직지라는 소재를 표현했다. 따라서 작품들은 전통적인 기법위에 오늘의 목조가 펼쳐낼 수 있었던 다양한 예술성을 근저에 깔고 있다. 그리고 주제처럼 ‘천년의 노래’가 과거형이 아닌 미래형이란 점에서 금속조각과 석조각의 만남도 시도했다.

그의 이번 작품들은 결과물로서 작품자체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작품들을 다시 공간에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였다. 엄 작가는 “‘직지’를 통해 내 고향 전주와 한국 전통 문화를 새롭게 다지기 위한 약속이란 점도 말하고 싶습니다. 유장하면서 아정한 한국음악처럼 이번 작업은 나무와 직지, 그리고 한지의 예술성과 조형성, 실용성을 통해 지나온 천년보다 앞으로 천년에 대한 작업의 시금석을 이어내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예술작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한 선구자

그의 칼끝을 허락한 나무마다 오묘한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의 칼끝은 강약이 조화롭게 나타나며 긴장감과 이완감이 동시에 느껴지는데, 조각도의 강약과 삐침의 방향에 따라 질감이 다르게 나타나며 변화가 무쌍한 것이 특징이다.

또 그의 작품을 대하면 역동적인 흐름이 있는가 하면, 명암과 원근, 심천의 변주가 잘 아우러지는 따뜻함과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작품 속에 잔잔하게 배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엄 작가의 작품세계는 결국 작가의 심성과 내면의 질서, 날카로운 칼끝이 합해져 작가의 영혼과 생명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엄 작가는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지요. 작품으로 나를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작품으로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바로 작가 자신의 마음을 새긴다는 의미입니다. 내 마음이 삿되지 않도록 차를 마시며 마음을 비우고 작품을 하면서도 마음을 비웁니다. 비우고 비워 나무가 가진 따스함과 차가 가진 겸손함을 작품에 채워 넣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편안한 말투와 인상에서 조각은 마음의 수양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만이 가지고 있는 개성있는 창작활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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