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증가하는 위조지폐
[Global Issue] 증가하는 위조지폐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3.11.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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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진짜와 가짜 사이, 위조지폐를 둘러싼 경제전쟁


미국 각종 보안 장치 적용한 신권 발행으로 위조지폐 사전 차단


지금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국가로서 문화, 경제, 정치 등 다양한 국면에서 각국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언어인 영어가 만국공통어로서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용되는 화폐로서 미국 달러화(dollar)의 지위는 확고하다. 시중에 실제로 유통되고 있는 미국 달러화 지폐 권종 가운데 최고액권인 100달러 지폐는, 전체의 3분의 2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100달러 지폐는 위폐범들의 주요 위조 표적이 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위조되는 지폐로 그 유명세만큼의 피해도 톡톡히 치르고 있다.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는 지난 10월 8일, 위조 방지 기술을 강화한 100달러 신권을 선보이며 위조지폐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위조 불가능한 보안장치 선보인 100달러 신권

미국 역사상 4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100달러 신권은 지난 1996년 이후 14년 만에 새로 선보이는 100달러 지폐이다. 연방준비제도는 성명을 통해 “이번 신권에는 3-D 보안리본과 청색 띠 등 새로운 보안 장치를 적용해 일반인은 위폐 판별이 쉽지만 위조는 훨씬 어렵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수십 년간의 연구와 디자인 과정 끝에 탄생한 이 지폐는 당초 2011년 2월 유통이 예정됐으나, 인쇄과정 중 지폐에 주름이 잡히는 심각한 결함이 드러나 도입을 연기하고, 2010년 디자인이 공개된 지 3년 만에 시중에 유통되게 되었다.

100달러 신권에는 다양한 위조방지 장치가 담겨있다. 우선 앞면에 인쇄된 굵은 청색 띠에는 ‘100’이란 숫자와 종 모양이 특수잉크로 새겨져 있어 지폐를 기울이면 도안이 변한다. 청색 띠 옆에는 구릿빛의 잉크병 모양이 있고 그 안에는 ‘자유의 종(Liberty Bell)’이 그려져 있어 기울이면 색깔이 녹색으로 변한다. 또한 지폐를 빛으로 비추면 숨겨진 여러 무늬가 보이는 ‘워터마크’ 기술도 도입됐다. 자외선으로 비추면 청색 띠 옆에 은색 띠도 보인다. 극소형 문자 등 갖가지 위조 방지 장치도 포함됐다.

기존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 부분도 존재한다. 앞면에는 1928년 이래 특정된 미국 화폐 법에 따라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의 초상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동안 유통된 100달러 지폐엔 ‘벤저민스(Benjamins)’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뒷면 역시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문이 채택된 펜실베니아의 독립기념관 모습이 그대로 실렸다. 이 같은 100달러 지폐의 역사는 18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형 지폐였던 것이 지금과 비슷한 크기가 된 것은 1929년부터이며 1969년부터 유통된 화폐가 현재까지 유통된 100달러 지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정교한 위조지폐, 슈퍼노트

사실 미국 신권 발행의 계기는 정교한 위조지폐인 ‘슈퍼노트(Super Note, Super Dollar)’가 불러온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1989년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발견된 슈퍼노트는 진짜와 똑같이 면섬유 75%와 마 25%로 제작된 용지를 사용해 육안이나 촉감으로는 물론 위폐감식기도 식별하지 못할 정도로 유사하다. 적외선과 특수 확대경을 이용해 500장 이상 사용하지 않은 채 다발로 묶였을 때만 식별이 가능했다. 재단할 때 각도를 다르게 하기 때문에 일련번호와 비교해 위폐를 감식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낱개로는 진위 감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일련번호에 따라 '슈퍼K' '슈퍼X' 등의 유형이 있는데, 새로운 위조지폐 감별법이 나오면 그에 따라 위조지폐 제조 기술도 향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처음 슈퍼노트가 발견되자 미국 의회는 ‘미국에 대한 경제전쟁’이라고 선포했다. 맨 처음 꼬리가 잡힌 건 북한 무역회사 간부들.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그들은 1994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25만 달러를 입금하려다 체포됐다. 1998년엔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이 3만 달러를 지니고 있다 발각됐다. 김정일 비자금을 관리하던 그는 4년 후 서방으로 망명해 “북한이 만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슈퍼노트는 중국 단둥과 선양, 일본 사카이 모나토항 등 북한과 연계되는 항구도시에서 종종 발견된다. 부산에선 2008년 9,904장(약 100만 달러)이 압수됐다. 카지노가 많은 홍콩과 마카오, 일본도 슈퍼노트의 천국이다. 북한 요원들은 슈퍼노트로 카지노 칩을 산 다음, 한두 시간 즐기다 진폐로 바꾸는 방식으로 세탁한다. 단둥에선 관광객으로 위장한 북한 요원들이 노골적으로 70달러, 50달러에 할인해서 판다. 2000년대 초 북한의 비밀 아지트였던 일본 니시아라이병원 내 재일조선인과학기술협회 사무실에서 스위스산 용지와 토너, 잉크, 화학약품이 발각되면서 슈퍼노트 생산지로 북한이 특정됐다. 미국은 북한이 중고 동판 15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5년 미국이 BDA의 북한 예금 2,500만 달러를 동결한 건 그 때문이다.




매년 증가하는 국내 위조지폐범죄

위조지폐에 대한 고민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월 국회에서 발의된 내용에 따르면 농협은행에서 발견되는 위조지폐가 한 해 평균 1,100장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조지폐의 발견 건수는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금액은 한해 평균 940만 원 정도에 이른다. 2011년에는 1,313건에 1,000만 원 수준, 2012년에는 1,263장에 1,260만 원, 올해는 10월 현재 374장에 200만 원 수준이다. 3년 동안 발견된 위조지폐는 총 3,000장에 2,556만 원 수준이다. 위조지폐는 영업점 창구에서도 발견되지만 한국은행 자금수납과정에서 농축협 수납분에서 발견된 것을 포함한다. 농협은행의 위조지폐 식별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농협의 대책도 다양하다. 위조방지장치 동영상 교육을 시키는가 하면 현금정사직원 전문성 제고에도 노력중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위안화 위조지폐도 문제다. 한중간 관광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중국서 만연한 위안화 위조지폐에 따른 피해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인 관광객은 방문 국가 중 관광객 수가 가장 많은 173만여 명, 중국으로 여행간 한국인 관광객 역시 190만여 명으로 방문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위안화 위조지폐 적발 건수는 71건. 2008년 10건에서 2012년 150여 건으로 10배 이상 훌쩍 뛰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달러화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발견된 위폐가 전체 유통량의 5%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유통되는 위폐는 훨씬 많다. 국내에서 그간 많은 예방활동과 캠페인을 통해 원화에 대한 위폐감별법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직 낯선 위안화의 경우는 위폐와 진폐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중국은 연간 10억 위안(2,000억 원) 이상의 위폐가 발견되고 있다. 세계 최고 위조지폐라는 미국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심지어는 은행의 현금지급기에서도 위폐가 나오는가 하면 은행 창구 직원이 돈을 바꿔치기 하는 사례도 신고됐다.



위조지폐와의 전쟁, 예방과 인식 확산이 필요

정부와 위조지폐범과의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는 조폐공사와 함께 ‘위조지폐 유통방지 캠페인’을 실시했다. 한편 10월 29일에는 전북 전주에서 컬러복사기를 이용해 위조지폐를 만들어 슈퍼마켓 등에서 사용한 10대 두 명이 체포됐다. 11월 11일 한국조폐공사에서는 수표의 위·변조 여부를 쉽게 식별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겠다고 밝혔고, 다른 한편에서는 충북 옥천, 충남 공주, 전북 전주 등지에서 위조지폐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처럼 위조지폐가 급증하는 데에는 어려워진 경제 상황도 있지만 복합기 등의 장치가 널리 보급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도구를 손에 넣게 되면서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최근의 위조지폐 범들이 대부분 10대~20대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지 못한 어린 계층에서 유흥비 마련을 위해 위조지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위조지폐를 만드는 행위와 유통은 국가경제를 악화시키는 행위이므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고 이를 어겼을 시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위조지폐를 만들면 통화위조변조죄가 성립되는데, 형법 제207조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최대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위조지폐를 사용할 목적으로 취득·수입·수출하는 경우는 형법 등 관련법에 따라 별도로 범죄가 성립되며, 위조지폐임을 알고도 사용했을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매년 위조지폐사건 발생건수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8년부터 지난 2012년까지 사건 발생건수는 3,644건, 4,389건, 5,440건, 7,899건, 8,202건으로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위조지폐 범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사회에 한탕주의 정신이 만연해 있는 게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박억선 외환은행 위변조센터 차장은 한 인터뷰에서 “최근 복합기 등 위조에 사용되는 기계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 두 번, 세 번 재범이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경제가 어렵고 삶이 팍팍해지면서 위폐로 한탕하자는 식의 고액 위조지폐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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