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를 향한 끊임없는 항해 ‘패러다임 개척자’
미지를 향한 끊임없는 항해 ‘패러다임 개척자’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11.01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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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목표는 있어도 끝은 없습니다”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한국의인물_연구부문] 경상대학교 화학과 백우현 명예교수

 

“과학자로서의 최종 꿈이요? 글쎄요. 제 연구인생에서 ‘목표’는 있지만 ‘끝’은 없습니다. 죽는 순간까지도 연구하고 싶은 것이 과학자 아닐까요?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학문을 위한 학문이 아닌, 모든 사람들과 인류 미래를 위한 실천적인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로 기억되는 것이죠.” 혹자는 신진 연구자의 패기어린 답변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말은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연구에 정진한 결과 세계적인 연구업적을 달성한 황토분야의 권위자, 경상대학교 백우현 명예교수가 그리는 내일이다.

 

원적외선 관련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

무병장수, 말 그대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에 현대사회에서 발생한 각종 질병에 ‘원적외선’이 유익하다는 것이 밝혀지자 관련 의료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원적외선이 혈액순환촉진, 신진대사의 활성화, 각종 호르몬의 분비촉진, 물 분자의 활성화 등을 통해 징별의 치료와 예방의학으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증명과정을 통해 밝혀져 왔지만, 원적외선의 실체가 인간세포 자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전무후무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상대학교 백우현 명예교수는 1998년 ‘원적외선이 인체에 미치는 온열효과’라는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게 된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원적외선은 물체에 닿은 순간 그 내부로 침투하여 그 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분자활동을 활성화시킬 뿐만 아니라, 에너지로 전환돼 외부로 열을 방출하거나 주변 물체의 분자운동으로 물질을 활성화시키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세계의 과학자들은 지구상에서 인체에 좋은 원적외선이 풍부하게 함유된 자연물질을 찾는 데 골몰해왔는데, 21세기 생활문화혁명을 주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백 명예교수 역시 원적외선이 다량 함유된 자연 물질을 찾아 헤매던 끝에 황토와 마주했다. 기쁨도 잠시, 국내 최고의 황토연구 권위자로 불리는 그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바로 예부터 선조들은 황토의 효능을 피부로 느끼고, 실생활에 응용해왔기 때문이다. 이후 백 명예교수는 황토의 신비와 효능에 대한 과학적 입증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국내외 학술지 180여 편, 황토와 원적외선 관련 연구실적 50여 편 및 35여 개의 관련 특허 취득·출원으로 LG화학을 비롯한 국내외 약 100여 개 업체의 기술지도와 산학협력을 맺어왔다. 다시 말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황토를 활용한 기술 및 개발되는 제품은 대부분 그의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이전을 통한 황토제품 상용화 이외에도 그가 일반인에게도 ‘황토박사’로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는, 남해안에 발생한 적조를 황토로 퇴치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부터다. “적조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바닷물의 인 성분 등을 과량 섭취하여 이상증식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인데, 황토는 이 성분을 흡착하기 때문에 플랑크톤의 먹이사슬을 깨버립니다. 여기에 황토에서 발생하는 풍부한 원적외선이 바다에 생기를 불어넣어 4대강의 수질개선의 대안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끊임없는 연구로 지칠 법도 하지만, 한국환경과학회 명예회장, 4대강살리기범국민운동 중앙회 명예회장, 태안군군정자문교수로 활동하는 그의 환경을 생각한 연구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더불어 우리 조상들이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이룩한 황토문화를 현대 의식주 전반에 접목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친환경 브랜드로 완성해 세계 각국의 생활문화를 변화해나가는데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독도가 숨겨 놓은 보물 ‘하이드레이트’

백우현 명예교수는 황토 이외에도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가치를 국내에 처음 알린 장본인이다. 1997년 그는 러시아 과학원 소속 무기화학연구소에서 외국인 최초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게 됐다는 소식과 함께 연구소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Vladimir Kuznetsov) 소장에게서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당시 러시아 측이 파악한 전 세계 가스 하이드레이트 자료에는 놀랍게도 한국의 동해바다 한 지점에 붉은 색으로 하이드레이트 분포 추정지역이 표기돼 있었다. 이듬해 5월, 러시아에 재방문한 백 명예교수는 일본이 독도에 대해 영토권을 주장하는 중요한 이유가 동해상의 풍부한 해양자원 확보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그가 쿠즈네초프 소장에게 자세한 정보를 부탁하자 “우리 연구소 규칙상 공개할 수 없는 자료다. 그런데 일본이 동해의 독도영유권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다지요?”라는 의미심장한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이 일화는 독도 해양자원의 존재 가능성 뿐 아니라 그 자원의 경제적 가치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일반인들에게 전혀 생소하게 들리는 하이드레이트는 에너지 자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21세기의 새로운 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귀중한 자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가 얼음처럼 고체화된 상태를 말하는 하이드레이트는 기존 천연가스의 매장량보다 수십 배 많은데다가 그 자체가 훌륭한 에너지 자원이면서도 석유자원이 묻혀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시자원’으로의 가치가 있단다. 하지만 현재 하이드레이트의 개발수준은 그 매장량이 막대한데도 개발기술이 초보단계이므로 러시아만을 제외하고 상업적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하이드레이트 층에 대한 축척된 탐사자료를 통해 99년 11월 난카이 해구에서 시험생산체계에 돌입한다고 전해진다. 이에 백 명예교수는 “독도주변해역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정부는 분명 상기해야 할 것이며, 결코 독도주변해역의 경제적 가치와 무관하지 않을 일본정부의 독도영유권 주장을 의미 깊게 상기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독도를 사랑하는 작은 실천과 관심이 모여 큰 목소리가 되고, 큰 힘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하이드레이트와 관련된 지식을 ‘우리 독도를 바로 알기 위한 정책토론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알리는 중이다.

 

“연구는 인류를 위한 저의 소명입니다”

한 분야에서 30여 년간 연구하며 주옥같은 학술논문과 발명특허, 그리고 국내외 기업체의 기술 지도를 해 온 백우현 명예교수에게도 힘든 시절은 있었다. 학계의 틀을 깨는 연구는 동료 과학자들과 잦은 충돌을 빚게 되기 마련이며, 모험에 도전하는 과학자는 상대적으로 소수다보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연구에 사람도 연구비도 쏠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 명예교수는 “당장 중요한 연구에만 모두가 집중하면 과학의 미래는 없습니다, 후세를 위한 고민이 눈부신 과학의 발전을 이루는 것이죠”라고 단언한다. 덧붙여 후속 연구자들을 향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과학이라는 것은 자연과 같이 순수합니다. 인류가 자연과 함께 공생하고자 할 때 이들이 우리를 품어주는 것처럼, 과학도 연구자의 순수한 호기심과 끈기 앞에 그 뿌리를 내어주게 되죠. 결국 연구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매너리즘입니다.”

늘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으로 연구에 정진하고 있는 백 명예교수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과제는 ‘건강과 물의 관계’이다. 1970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액체화학연구실에서 세계적인 물 연구의 권위자였던 전무식 교수를 만나면서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임종을 맞은 전 교수의 바람대로 백 명예교수가 물에 대한 후속연구를 진행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 산하 각각의 절을 직접 방문해 길어온 물을 채집해 각 지역의 물의 구조와 성질을 파악하고, 이 물이 우리 생명을 유지하는데 어떠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근본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는 현재 90%정도 진행된 상태다. 이밖에도 그는 과학자의 이기심을 버리고, 자신이 묵묵히 진행해온 연구를 정리하며 후속연구자들과의 공유를 통해 인류를 위한 자신의 소명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백 명예교수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기자의 머릿속엔 ‘굽은 나무가 선산(先山)을 지킨다’는 말이 떠올랐다. 쓸 만한 나무는 재목이 되어 베어나가거나 팔려나가지만 굽은 나무는 아무도 베지 않아 거기 그대로 남아 있다는 데서 온 이 말은 최근 그 뜻이 재해석되고 있다. 누구도 오르지 않은 험한 야산에서 세월의 무게를 오롯이 간직한 굽은 나무는 온전한 모습으로 자신의 가치를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나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 뒤, 이어서 백우현 명예교수를 떠올린다. 인류를 위한 과학자의 소명을 바탕으로 누구도 생각하지 않은 패러다임을 개척한 그야말로 대한민국 과학계의 굽은 나무가 아닐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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