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곧 기회다. 세계 시장 뒤흔드는 도전적 경영 전략
위기가 곧 기회다. 세계 시장 뒤흔드는 도전적 경영 전략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3.09.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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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환경 급변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승부처 모색하는 글로벌 기업들
[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Global Management II]  글로벌 기업의 경영 전략

 

 

장기 경기 침체의 여파로 글로벌 시장의 분위기가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하다. 잘못된 의사 결정 하나로 기업의 운명이 갈린다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다. 모토로라, 노키아, 코닥, 소니, 샤프 등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들이 경영 혁신 실패와 시대를 잘못 읽는 투자로 몰락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들의 사례를 보며 기업들은 끊임없는 혁신과 연구개발로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 자국 기업 보호 정책으로 난국에 빠진 글로벌 경영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와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는 기나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IMF는 201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5%에서 3.3%로 하향 전망했으며, 유엔무역개발기구는 세계 교역이 앞으로도 수년 동안 둔화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경기 둔화 여파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신흥시장들도 근본적인 전략 수정을 요구받고 있다.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은 올 들어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둔화됐고, 중국은 이런 가운데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수출 주도 모델에서 내수를 통한 성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 유로존 등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과 신흥국의 외환개입으로 '환율전쟁' 재현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으며, 정부, 미디어 등이 주도하는 해외 글로벌기업에 대한 압박도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미국정부는 사이버 보안 등을 이유로 중국산 IT 장비 구매제한 법안을 통과시키며 중국IT기업인 화웨이, ZTE 등의 견제에 나섰다. 중국도 CCTV, 인민일보 등 주요 미디어를 통해 최근 애플, MS 등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자국 보호무역 강화 기조는 글로벌 기업의 수출무역에 새로운 장벽으로 등장해 글로벌 경영의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기침체 속에서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전략을 통해 세계 시장의 흐름과 경쟁판도의 변화를 파악하고 새로운 성장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IT기술과의 연계로 새로운 서비스 제공 - 나이키(Nike)

미국의 저명한 경영월간지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2013년 최고의 혁신기업 나이키는 신발회사에서 출발, 의류 및 골프용품 사업 진출, 신소재 개발 등 혁신을 지속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기업이미지를 유지해왔다. 나이키는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극복 전략으로서 IT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선택했다. 나이키라는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와 최고의 디지털 혁신 제품인 아이팟(iPod)을 만들어낸 애플(Apple)이 공동 마케팅을 통해 ‘나이키 플러스’라는 획기적인 상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나이키 플러스는 나이키 런닝화와 애플의 아이팟이 연동할 수 있는 스포츠 장비를 런닝화에 장착해 운동 속도와 거리, 소요시간, 칼로리 소모량 등의 데이터를 아이팟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음악 감상 중에 운동기록에 대한 실시간 음성정보도 전달하는 새로운 러닝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나이키는 ‘nike plus’라는 별도의 온라인 서브 브랜드 사이트를 개설해 제품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자신의 트레이닝 데이터를 분석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러닝 목표 설정, 기록의 체크 그리고 기록 향상을 위한 다른 나이키 플러스 이용자와의 기록 경쟁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 이용의 재미와 만족감을 지속해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이키는 애플 아이팟과의 ‘하이브리드 마케팅’을 통해 탄생한 나이키 플러스에 달리기를 의미하는 ‘RUN’과 아이팟을 상징하는 ‘TUNE’의 단어를 사용하여 ‘Tune Your Run’이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다양한 브랜딩 전략을 통해 나이키 플러스를 하나의 새로운 스포츠 문화로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브랜드 마케팅에서는 기존에 나이키가 즐겨 사용하던 유명 스포츠 선수들을 광고에 등장시키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케냐 마라톤 국가대표이자 2003년 베를린 마라톤 우승자인 폴 터갓(Paul Tergat), 2005년 제10회 세계 여자 육상 선수권 대회 마라톤 우승자인 폴라 래드클리프(Paula Jane Radcliffe), 노르웨이의 미녀 허들 선수인 크리스티나 부키체비치(Christina Vukicevic)가 직접 광고에 출연해 나이키 플러스를 이용, 운동을 즐기는 방법을 보여주거나 인상적인 비주얼로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과감한 사업구조 조정으로 브랜드 전환 - 필립스(Royal Philips)

 

1981년에 설립된 세계적인 전자기기 회사 ‘필립스 전자’는 지난 5월 3일을 기점으로 122년 된 사명을 ‘필립스’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한때 소니와 더불어 세계 TV 시장을 양분했고, 특히 유럽시장에선 절대강자의 지위를 누렸던 필립스이지만 삼성전자 LG전자에 밀려 전자산업에선 더 이상 설 땅이 없다고 보고, 아예 사명까지 바꾸게 된 것이다.

필립스의 사명 변경은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가 있다. 1891년 에인트호벤에서 백열전구를 유럽 최초로 상용화하며 출발한 필립스는 전기면도기, 라디오, TV, 오디오, 반도체, 음반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30년대엔 세계 최대 라디오 생산업체였고, 1983년에는 세계 최초로 콤팩트디스크(CD)를 개발했으며 1997년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도 개발했다. 특히 TV는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소니와 함께 주요 매장의 가장 앞자리를 차지할 만큼 브랜드파워나 품질에서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가 평면TV에 일찌감치 투자해 세계 1, 2위로 부상하면서 필립스는 위기를 맞았다. 2001년 약 25억 유로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한 필립스는 결국 반도체와 전자를 차례로 정리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TV와 오디오사업부문도 사라졌다. TV 사업은 중국계 TP비전, 오디오와 비디오기기 사업은 일본 후나이에 매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필립스의 사명 변경을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글로벌 전자회사의 몰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필립스는 제2막을 위해 지난 2000년대부터 ‘헬스 앤드 웰빙(Health & Well-being) 기업’으로 방향을 정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왔다. 일찌기 전 세계 인구의 노령화 추세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장 변화에 맞춰 ‘건강기업’으로 노선을 정하고 의료기기·LED조명·소형가전 등 3대 분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온 것이다. 현재 필립스는 조명시장에서 세계 1위, 의료장비 3대 제조사이며, 최근 전동칫솔·면도기 등 소형가전 시장에서도 선전 중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 이케아(IKEA)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스웨덴의 이케아는 미국의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Marriott International)와 손잡고 새롭게 호텔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1943년 설립한 이케아는 신세대 감각에 맞는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이다. 현재 35개국에 260여 개 매장을 가지고 있고 침대, 소파 등 가구부터 패브릭, 커튼, 조명, 그릇, 욕실용품, 문구류까지 생활용품에 관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두 회사가 합작해 만든 ‘막시(Moxy)’는 저가 호텔 브랜드로 향후 5년 동안 50개 호텔에 5억 달러가 투입되며, 10년 안에 유럽 전역에 150여 개의 호텔을 건립할 예정이다. 막시 호텔의 객실은 이케아 가구처럼 반조립 형태로 미리 만든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시공되며 이케아 가구나 디자인은 사용하지 않는다. 모듈식 시공법은 그간 고급 호텔브랜드를 유지하던 메리어트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방식으로 1년 안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1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이케아는 이미 부동산임대업과 부동산금융업 등에 손을 대며 대규모 호텔체인을 갖출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이케아와 메리어트의 저가 호텔(budget hotel) 진출은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관광객을 상대로 한 저가 호텔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케아와 메리어트는 모듈형 시공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대신 실용성과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충실해 저가 호텔을 찾는 여행객들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케아는 그 외에도 2006년 식품사업 부문인 이케아푸드서비스를 설립해 음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구 매장 내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지난해 13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8월에는 스웨덴의 한 양조업체에 위탁해 자체 브랜드 맥주를 출시했으며, 6월에는 자체 설계한 스마트TV를 출시하며 사업 확장에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저렴하고 매력 있는 제품 제공 - 유니클로(UNIQLO)

금융감독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유니클로의 국내 매장 수가 100개를 돌파한 가운데 매출액도 전년 수준을 넘어 현재 6,500억 원 가량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니클로는 내년까지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니클로의 이 같은 성공은 경기침체 여파로 선진국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이 하락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국의 중산층 이하 소비자들이 싸고 매력 있는 제품에 대한 소비를 시작한 것에 기인한다. 하버드MBA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선정한 2013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인 ‘검약하는 소비자(Frugal Customer)’들은 단순한 저가가 아니라 차별화 요소를 함께 갖춘 제품을 원하는 똑똑해진 소비자로 대표된다. 이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현재 세계 패션업계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유니클로, 자라, H&M으로 대표되는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들이다. 이들 브랜드는 칩 시크(Cheap-Chic, 저렴하게 세련되고 시크한 스타일)라고 불리며 패션 외의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는 유니클로는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경영 전략이 정확하게 세계시장에 먹혀들며 지난해 매출 1조 690억 엔을 달성했다.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야마구치현의 오고리상사를 30년 만에 세계 4위 의류유통업체로 키워낸 야나이 회장은 블룸버그가 집계한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서 43위, 일본 내에선 최고 부자로 집계되고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객의 80% 이상이 ‘어느 나라 기업인지 잘 모른다’고 답할 정도로 다국적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한 유니클로는 현재 일본의 대표기업으로 2009년 일본 최대 판매 실적 기록, 최근 5년간 매출 90% 증가, 매장 수 3배 확장 등의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매 시즌마다 ‘플리스 자켓’, ‘에어리즘’, ‘히트텍’ 등의 히트작을 만들어내며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좀 더 실용적이고, 좀 더 현대적이며, 좀 더 대중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소비자들이 유니클로의 옷을 소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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