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광 흡수·방출하는 산화물 나노튜브 개발
가시광 흡수·방출하는 산화물 나노튜브 개발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09.12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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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발명은 없습니다. 끊임없는 연구 산물이죠”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한국의인물_신소재공학부문] 아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서형탁 교수


영어에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단어가 있다. 18세기 중반부터 문학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이 단어는 ‘오랜 노력 끝에 그동안의 고생을 보답하듯’ 뜻하지 않게 좋은 것을 발견하거나 결과를 얻는 경우를 뜻한다. 세렌디피티라는 단어가 단순히 사고나 우연보다는 심오한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과학기술의 세렌디피티도 이해가 가능하다. 즉 과학기술의 세렌디피티란 진리를 위해 불철주야 자신을 헌신하는 현대의 영웅에게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는 운명의 선물인 셈이다. 이에 아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서형탁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좋은 발명은 현상의 결과가 아닌 과정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발견되는 것이 많습니다. 연구자의 끝없는 의문과 끈기가 만들어낸 산물이죠.”

 

가시광 흡수율 3배 이상 증가…태양전지, LED, 광센서 등에 응용 기대

합성이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한데다 표면적의 극대화가 가능하여 에너지 소자나 전자 소자의 재료로 주목받는 나노구조 산화물. 특히 TiO2(이산화티타늄)로 대표되는 광기능성 산화물은 반도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차세대 에너지 소자로의 적용연구가 활발하다. 이러한 에너지 소자로서 산화물의 광기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이 가시광의 흡수와 방출이다. 하지만 이산화티타늄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용 산화물은 자외선 영역의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고 가시광 영역에 대한 흡수·방출은 미비한 수준이다. 이것은 태양광을 흡수하거나 가시광을 방출해야하는 에너지 소자에는 적절하지 못한 특성이므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관심사항이었다. 이에 아주대학교 서형탁 교수팀은 한양대 정형탁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로 가시광 흡수율을 기존보다 3배 이상 개선한 산화물 나노튜브를 개발, 해당 논문은 물리화학분야 권위지인 ‘저널 오브 피지컬 케미스트리 C’지 온라인판에 게재되면서 연구의 우수성을 입증 받았다. 서 교수는 이전에도 ‘루테늄옥사이드(RuO2)’를 이용해 태양광의 흡수를 최대 400% 높인 금속나노입자를 개발한 연구자로 가시광 흡수를 증가시킨 나노입자 연구를 지속해왔다.
  현재까지 나노산화물의 가시광 흡수율을 높이려고 연구자들이 주로 사용한 방법은 저농도의 불순물을 임의로 주입해 기존 물질의 전자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도핑(Doping)’ 작업은 나노 스케일에서 원하는 위치에 균일하게 불순물을 넣기 어려운 것과 획기적인 가시광 흡수율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중 서 교수 연구팀은 나노튜브 표면 바로 아래 격자에 불순물 탄소를 균일하게 주입해서 나노튜브의 구조 변형 없이도 자외선 이외의 가시광 흡수율을 약 350% 높인 이산화티타늄 나노튜브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정도의 흡수율 증대는 지금까지 보고된 산화물 주입 효과 중에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연구팀은 튜브의 외벽과 내벽의 표면적을 극대화하여 빛 흡수 시 전달도 원활하게 했다. 또 기존에 보이지 않던 가시광 영역의 광 방출 효과도 관찰되었으며, 나아가 전자구조 분석결과 나노튜브의 특성상 전하가 표면의 국소적 에너지 준위에 포획되어 전하수송이 느려짐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팀은 보호막을 추가로 도포하여 전하 수송 저하 없이 변환효율 4.9% 정도의 염료 감응형 탄소가 도핑된 이산화티타늄 나노튜브 태양전지를 제조하기에 이른다. 서 교수는 “나노구조 이산화티타늄의 가시광 흡수율 증대 효과로 인해 태양광 흡수를 필요로 하는 태양전지나 태양광 촉매제, LED(발광 다이오드), 광센서 등 다양한 에너지 소자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 됩니다”라고 기대하며 “향후 센서적용과 개발된 탄소 표면 도핑기법을 여타 산화물 나노 구조체에 적용해 가시광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며 후속연구를 밝혔다.

 

“융합의 첫 시작은 의식적인 노력입니다”
학사시절부터 박사과정까지 재료공학, 전자공학, 물리, 화학, 바이오공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을 연구해 온 서형탁 교수. 그간의 경험이 현재 자신의 연구의 방향과 길을 결정짓는 열쇠가 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 연구가 있지만, 다른 분야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연구도 다른 연구자들이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 갖지 않았던 부분을 서 교수가 관심을 갖은 데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융합’이라는 시대적 사고를 중요시 하는 그는 미국 유학시절 다음의 멘토링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네 주위에 바로 전화해서 연구를 논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들라.’ 이후 아주대학교에 임용된 그는 가장먼저 타 전공의 교수들과 커피타임을 마련했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여기에는 그 만의 철학이 담겨있다.
  “‘융합’이라는 것은 의식적인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B,C라는 연구자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들이 융합해서 하나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즉 같이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려고 애를 써야 하고, 그에게 무엇을 제안할지 고민하고,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죠.”
  인터뷰 말미 향후 신소재를 개발해서 이것이 기반이 되는 소자나 시스템의 획기적인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고 밝힌 서형탁 교수. 발명에서부터 개량·발전, 시스템을 만드는 이들과의 협업까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누구보다 연구를 사랑하는 그의 눈은 흐트러짐 없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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