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1년 365일 축제 중!
대한민국은 1년 365일 축제 중!
  • 박병준 기자
  • 승인 2013.08.26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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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지역의 축제문화와 부족한 운영능력으로 발생하는 문제들
[이슈메이커=박병준 기자]

[Festival Focus] 축제의 겉과 속





9월은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공주․부여 일원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를 비롯해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 등 굵직굵직한 축제들이 열린다. 사람들은 축제에 참여를 통해 다채로운 이벤트를 체험하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돌아간다. 최근 각 지역마다 고유의 축제를 경쟁적으로 개최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오이, 옥수수, 포도, 복숭아 등 각 특산물을 주제로 한 축제부터 개똥쑥, 헛개 등 이슈가 되고 있는 약재들까지 축제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축제를 진행하며 생산농가에는 판로개척과 홍보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어설픈 운영으로 인해 방문객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새로운 축제들

9월은 큰 축제가 많이 열린다. 백제문화제, 천안국제웰빙식품엑스포를 비롯해 세계태양에너지엑스포, 원주한지문화제, 부산 영도다리 축제, 이천도자기 페스티벌, 공주 알밤축제, 여주 도자기 축제 등 다양한 축제들이 각 지역마다 열려 관광객들의 방문을 기다린다. 이들 중에는 60년 이상 이어온 백제문화제도 있으며, 10년 이상을 이어온 축제들도 있지만, 상당수 의 축제가 이제 막 시작을 알리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새로운 축제들, 즉 유사축제들의 범람으로 인해 축제가 축제답지 못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강원도의 대표 겨울축제였던 화천 산천어축제와 평창대관령 눈꽃축제, 인제 빙어축제, 평창 송어축제, 태백산 눈꽃축제 등 강원도 5대 축제는 지난해 3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관광비수기에 새로운 관광시장을 창출하는 성

▲빙어가 주제인 축제만 해도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과를 거뒀다. 그러나 2010년 가평 자라섬 씽씽겨울축제를 시작으로 파주․청평 송어축제, 양평 빙어축제 등 유사축제가 다른 지역에 서 개최되며 경쟁 구도가 심화되었다. 특히 강원도라는 지리적 특성상 수도권 사람들은 장거리를 이동해서 축제를 즐기곤 했는데, 경기도에 유사축제가 생겨나면서부터 먼 강원도보다 가까운 경기도를 찾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원발전연구원 유영심 박사는 “강원도의 겨울축제는 콘텐츠의 획일화, 유사성, 반복성에다 정체성의 부재와 함께 관주도형으로 인해 지속가능한 발전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만화나 뮤지컬, 게임캐릭터, 음악 등 축제의 핵심 콘텐츠를 다양한 스토리로 구성하고 과학적 경영기법 도입을 통해 운영의 합리화, 서비스 품질관리의 질적 개선, 축제와 관광자원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45개 축제에 148억 혈세를 펑펑 썼다는 비판을 받으며 축제 통․폐합 등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치맥(치킨과 맥주)축제를 성공리에 진행한 대구시는 공연예술 중심도시를 지향하며 한방문화축제, 국제뮤지컬축제, 호러공연예술제, 국제바디페인팅축제, 국제오페라축제, 칼라풀축제 등 1년 내내 공연축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구시 2012년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매년 45개 행사에 148억 5,000만 원이 축제 진행으로 인해 소비되며, 이는 같은 해 인천시가 39개 행사에 77억 6,800만 원을 사용한 것과 비교해 훨씬 많은 규모다. 35개의 축제를 진행하는 대구시와 비슷한 규모의 광역시인 인천은 29개, 대전은 18개, 광주 8개, 울산 11개의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부족한 준비와 어설픈 운영은 역효과

대한민국 관광 1번지 제주도는 해마다 50개가 넘는 축제가 열리고 있으나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제주도에 제출한 제주향토문화예술진흥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제주에서 열린 축제는 문화예술축제 10건, 지역특산물축제 8건, 지역특성화 8건, 축제․생태자연축제 8건, 전통문화축제 7건 등 모두 48건이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2006년부터 8년간 전국 지역 축제를 대상으로 심사해 선정하는 문화관광축제에 포함된 지역축제는 들불축제와 서귀포칠십리축제 2개뿐이다. 특히 제주도의회는 제주도가 지난해 처음 개최한 ‘탐라대전’은 예산 26억 원 중 정작 중요한 스토리텔링 관련 예산은 전혀 없고, 어느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불꽃놀이에 3억 3,000만원을 쏟아 부었으며, 26억 원을 쓰고도 2억 5,000만 원짜리 가설건축물 같은 덕판배 하나 남긴 실패한 축제라고 비판했다. 많은 축제들이 돈을 많이 들여 연예인을 초청하거나 단순히 먹거리 장터만 들어서 어디를 가든 똑같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제는 있으나 마땅한 콘텐츠는 없고 방문객들은 축제를 참여한 목적마저 잊게 된다. 또한 주제에 맞는 콘텐츠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어설픈 운영으로 인해 혈세가 낭비된다는 비판을 받는 축제 역시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김천에서 열린 한국민속예술축제는 방만한 기획, 예산 운영으로 ‘돈잔치 축제’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축제의 주목적은 경연이지만 먹고 즐기는 축제성 행사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김천시에 따르면 한국민속예술축제는 15개 시․도, 이북 5도 대표들이 민속예술과 관련해 열띤 경연을 벌이는 축제로 지난해 국비 5억 5,000만 원, 지방비 6억 5,000만 원 등 모두 12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그 이전 여수축제 예산 9억 3,000만 원에 비해 2억 7,000만 원을 증편한 액수이지만 김천 지역 문화계는 추가로 부담한 예산에 비해 내

▲순천하늘빛축제는 자가발전 시설을 가동하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일었다
용은 여수대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축제추진위는 증액된 예산을 바탕으로 ‘수맥이 어울림 축제’를 기획했고 ‘중국 연변 밀강향 퉁소마을 초청 공연’을 마련했지만 김천시가 태풍 ‘산바’로 수해를 입는 바람에 ‘수맥이 어울림 축제’는 예정대로 열리지 못하고 논란 끝에 전야제 행사와 병행해 열렸다. 이미 공연팀을 초청한 마당에 예산집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행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또 경연이 주목적인 축제에 ‘경북 민속예술인의 밤’, ‘막걸리와 민속 굿 is good' 등 이벤트성 행사에 예산을 지나치게 퍼부었다는 지적도 일었다.

최근 순천시에서 열린 ‘순천하늘빛축제’는 전력난을 이유로 일반 전기료보다 4배 가까이 비싼 자가발전 시설을 가동하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월 8일부터 매주 금․토․ 일요일 저녁에 열리는 순천하늘빛축제는 한 달 동안 13만 7,000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축제에 사용되는 LED 조명 시설에 자가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가 사용된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순천시는 해당 시설의 전기가 한전에서 생산한 전기보다 3.6배가 비싸다고 설명했다. 순천시 한 관계자는 “일반 전기료로는 한 달에 100만 원 정도지만, 자가발전기 시설 때문에 360만 원이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 달 동안 260여만 원의 세금이 낭비됐다는 이야기다. 하늘빛 축제는 10월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도 세금이 고스란히 낭비될 처지에 놓였다. 그렇다면

자가발전기를 사용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축제 개말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순천환경운동연합 등 1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순천시민연대’는 “탈핵도시를 선언한 순천시가 에너지 대란이 우려되는 여름철 야간에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하는 축제를 열고 경관조명을 잇따라 설치하는 것은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축제 철회를 주장했다. 순천시는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당초 매일 점등하려던 계획을 바꿔 주말인 금, 토, 일요일에만 점등하고, 점등 시간도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였다. 그리고 국가 전력 낭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자가발전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결국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의식한 순천시의 눈치보기식 행정에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꼴이 됐다.


성공적 축제 사례를 통해 배울 점은

충청도의 한 도시에서 지난 7월 한 달간 오이축제, 개똥쑥축제 등이 열렸으나 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해당 물건을 판매하는 직판장 형태로 운영되었다는 사실은 방문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이에 반해 충청도의 대표적인 축제인 백제문화제와 보령머드축제는 성공적인 축제의 사례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열린 제58회 백제문화제는 관람객 유치만 153만 8,000여 명으로 하루 평균 171,000명

▲지난해 열린 제58회 백제문화제는 관람객 유치만 153만 8,000여 명으로 하루 평균 171,000명이 다녀갔다.
이 다녀갔다. 한화그룹의 메세나 활동으로 선보인 중부권 최대의 불꽃쇼, 교류왕국 대백제를 상징하는 퍼레이드, 황산벌전투 재현, 700명의 대합창, 백제기악 미마지탈춤 공연, 백제역사문화 행렬, 웅진성 퍼레이드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국군방송 위문열차 특집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의 오감을 사로잡은 백제문화제는 올해에도 큰 기대를 받으며 9월 28일부터 충남 부여군, 공주시, 논산시 일원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발굴 20주년을 기념해서 ‘금동대향로의 세계’라는 부제로 백제문화의 우수성과 개방성을 널리 알릴 축제로 추진되고 있다

백제문화제가 여타 축제와 다른 점은 60년을 이어온 축제답게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으로 직접 참여하며 체험을 통해 문화를 배울 수 있어, 관람객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한화그룹의 ‘멀티미디어 불꽃쇼’나 마사회의 ‘황산벌전투재현’, ‘백제마보무예’ 유치 등 민간기업 및 단체의 참여를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비용대비 효율적인 홍보와 운영이 가능했다. 아울러 퍼레이드나 대합창 등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성공적인 개최를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 24만 명을 포함해 총 308만 여명의 관광객이 참여하며 ‘최다방문객 부문 및 최다 외국인 방문객 부문’에서 대상에 선정된

▲ 보령머드축제는 올해에도 317만여 명이 방문함으로써 성공적인 축제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뜨거웠던 관심을 증명하듯 로이터통신, AP통신, AFP통신 등 세계 3대 통신사를 비롯해, 세계적인 사진통신사인 게티이미지(Getty Images), EPA 관계자가 참여했으며, 신문방송사는 미국 3대 방송사인 ABC NEWS를 비롯해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서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과 전 세계의 뉴스를 방송하는 ‘CNN’ 인터넷 판에서 축제전과 축제날 두 번에 걸쳐 보령머드축제를 보도했으며, 영국 ‘가디언(The Guardian)’, ‘BBC NEWS’, 프랑스 ‘France 24’, 독일 ‘슈테른’ 등 세계 30여개 나라의 200여개 매체에 보도되며 전 세계적인 축제의 면모를 보여줬다.

오랜 기간을 이어오며 발전해 온 백제문화제와 지역특색에 맞는 선택과 집중으로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난 보령머드축제. 이 두 축제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생계형 축제들에게는 지향해야 할 바를, 존속을 위협받고 있는 기존의 축제들에게는 멘토 역할을 하는 축제이다. 넘쳐날 만큼 너무 많은 축제는 문제이지만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 축제는 하나 정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의 축제들이 어설픈 운영으로 돈이나 벌어 볼 생각을 갖고 있지 않고, 방문객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를 고심하며 발전을 계속해 나간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축제를 참여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더 이상 경쟁의 의미보다는 공존과 상생발전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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