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신경계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 4B3’ 발견
새로운 신경계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 4B3’ 발견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08.26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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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 향상 위해 노력할 터”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한국의인물_생명과학부문] 정기화 공주대학교 생명과학과 맞춤유전체학연구실·기초과학연구소 소장

 

“재래시장 과일가게를 방문해 보세요. 가게 앞쪽에는 탐스러운 과일이 바구니에 놓여 있고, 그 옆에는 덤으로 주는 과일이 어지럽게 쌓여 있어요. 연구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어요. 해당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자가 될 수도 있고, 영향력 없이 사장되는 연구가 될 수도 있죠. 당신은 어떤 모습이길 원하세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행하는 연구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의지입니다.” 혹자는 생명과학 연구자를 찾아가서 왜 과일이야기를 하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이 15년 동안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으며 세계적으로 연구업적을 인정받고 있는 정기화 소장의 연구철학이다.

 

 

CMT 치료법 개발 획기적 전기 마련

최근 발과 손의 근육 위축과 변형을 유발하는 희귀난치성 신경계 유전질환의 일종인 ‘샤르코-마리-투스병’(Charcot-Marie-Toothe disease, 이하 CMT)의 치료법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공주대학교 생명과학과 정기화 교수(기초과학연구소 소장) 연구팀과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최병옥 교수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CMT의 새로운 유형을 세계 최초로 발견, 새로운 병명으로 ‘CMT4B3(샤르코-마리-투스 4B3)’를 부여 받은 것이다. 임상신경과학 분야 최고의 권위지 ‘뉴롤로지(Neurology)’ 7월호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은 유전 질병들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정 소장은 “국내에서 CMT를 앓고 있는 환자는 대략 2만 명 정도로 추산되며 전 세계적으로는 280만 명 정도가 고통 받고 있습니다”라며 “CMT는 학계에 보고된 희귀난치성질환 중에서는 발생빈도가 높고 흔한 질병이기에 이번에 발견한 CMT4B3는 희귀난치성질환 연구 모델케이스의 대표격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유전성 말초신경병증인 CMT는 발병하는 유전 양상에 따라 1형에서 4형 및 X형으로 분류되며, 이번 연구 결과 SBF1 유전자에 의해 발생하는 병은 CMT의 4형 중 4B3로 분류되었다. CMT는 유전양상에 따라 보통염색체 우성유전을 하면서 신경수초 손상이 있는 1형, 신경 축삭 손상이 있는 2형, 어려서 발병하고 매우 심한 장애를 보이는 3형, 보통염색체 열성유전을 하는 수초 손상의 4형, X염색체 유전양상을 보이는 X형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다시 원인 유전자의 종류에 따라 세부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질병은 선천성 말초신경병을 가지고 태어나 상지와 하지의 심한 근위축, 하지 기형 및 보행 장애가 발생하고, 성장하면서 장애가 심해져 독립 보행이 불가능해지고, 30~40대부터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되는 퇴행성 유전 질병이다. 이에 공동 연구팀은 선천성 말초신경병으로 보행 장애와 하지 기형을 가진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신경 및 근육에 관련된 검사를 하면서 유전체 연구 방법 중 인간 유전자 전체를 검사할 수 있는 최신의 차세대 유전체 검사방법인 전체 엑솜 염기서열 분석법(Whole Exome Sequencing: WES)을 6명에게 시행해 이제까지 국제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보통 염색체에서 열성으로 유전하는 새로운 질병을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CMT는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까지 CMT를 발병시키는 원인 유전자는 60가지 이상이 밝혀진 상태로 동일한 약을 투약하게 되도 유전적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 교수는 CMT 유전질병을 체계적으로 규명한 이번 연구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쳤다. “CMT4B3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CMT의 한 종류로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개인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법 및 유전자 치료법 개발에 적용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즉 유전적 원인에 따라 효과가 있는 약재들이 보고되고 있는 만큼 수 년 내에 동일한 유전적 원인을 가진 CMT 환자들을 맞춤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희귀질환 연구는 제 인생의 보람입니다”

인간의 Genome project 연구성과가 공개된 후 선천성 질병의 유전적 원인을 동정하는 연구는 세계적인 이슈로 등장했고, 이에 정 교수는 유전성 신경질환 및 각종 퇴행성 질환의 원인 돌연변이를 가계도의 연관분석, 염색체 지도작성, 염기서열분석 등의 앞선 연구 방법으로 탐색해 질병의 조기진단이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보건복지부(신경계 희귀질환센터)와 한구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치료법을 개발하는 중이다. 그 중 CMT의 유전적 원인을 규명하고 나아가 분자진단시스템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 교수는 2001년부터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최병옥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말초신경병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더불어 암이나 당뇨 등 주요 질병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명을 할 수 없었던데 반해 CMT는 백퍼센트 유전학적 원인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제약회사의 입장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희귀질환 연구이기에 비활성화 된 분야인 것도 한 몫 했다. 하지만 그가 새롭게 밝힌 질병과 원인 유전자는 생명현상의 이해 및 개별 유전자의 의의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르다. 희귀질환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국제 학계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정 소장은 앞으로도 질병과 원인 유전자를 규명하고, 분자진단칩을 개발해 질병의 조기진단 및 맞춤치료를 통한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인터뷰 내내 연구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질병과 원인 유전자가 새롭게 등록되거나, 하나의 희귀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실마리가 될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관심이 적은 희귀질환 분야라서 그런지 간혹 만난 환자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희귀질환이나 소수학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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