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을 추적을 통해 흡연이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 연구
16년을 추적을 통해 흡연이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 연구
  • 박병준 기자
  • 승인 2013.08.06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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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추적연구 위한 제도적, 법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슈메이커=박병준 기자]

[한국의 인물 _ 예방의학연구부문]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배종면 교수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 담배에 쓰여 있는 문구다. 누구나 흡연이 폐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폐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는 알고 있다. 하지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배종면 교수는 1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국내 남성을 대상으로 흡연이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적연구를 진행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 남성에서의 흡연이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16년 추적연구’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교 배종면 교수는 지난 제39차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서 ‘한국 남성에서의 흡연이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16년 추적 연구’ 논문으로 대한암학회가 주관하는 GSK학술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번 학술상 수상에 대해 “20년 전에 씨앗을 뿌리신 은사님이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교수님에게 공적을 돌리고 싶습니다. 그동안의 업적에 대한 또 하나의 결실을 맺어서 보여드렸다는데 제자로서 더 기쁩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배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의 사망원인 1위가 암이고 부위별로는 폐암이 1위라는 사실 때문에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흡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미 2007년에 10년간의 추적 관찰연구로 흡연을 할 경우 폐암 발생이 4배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던 그는 영국에서 같은 주제로 연구의 기간이 2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했을 때, 폐암발생 위험이 8배에서 16배로 뛴다는 보고를 접했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에서도 관찰기간을 연장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확인해보기 위해 연구를 계속한 배 교수는 ”10년 추적에 4배로 나온 것도 큰 수치인데 이보다 더 높은 위험도를 보인다면 정말 심각한 겁니다. 그러나 16년으로 관찰기간을 연장했을 때 위험도는 4배로 변동이 없음을 이번 연구로 확인했습니다”라며 결과를 밝혔다.

영국은 흡연과 폐암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40년 이상 추적해왔다. 그 연구는 흡연을 이어온 기간이 20년은 8배, 40년은 16배 더 폐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결과를 나타냈다. 배 교수는 영국은 20년이 8배, 한국은 16년이 4배로 수치상 절반이라는 사실에 그냥 좋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4배는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의 위험이 4배 높다는 상대적인 수치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 위험도가 영국인 비흡연자에 비해 그만큼 높다고 달리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에 대해 ‘간접흡연’의 피해라고 해석했다. OECD 34개국에서 성인남성의 흡연률 평균이 약 2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40%이다. 흡연습관이 없더라도 흡연에 간접 노출될 기회가 더 높다는 것을 통계수치가 말해준다. 배 교수는 우선 흡연률을 줄인 다음 장기적 관찰을 통해 폐암발생이 어떻게 변화하는 가를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 41%를 반영했을 때, 성인 남성 폐암 발생의 55.6%가 흡연이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폐암은 조기 검진법이 없어 어떤 암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며, 예방을 위해선 암을 일으키는 요인을 알아내어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이에 대해 배 교수와 연구팀은 우리나라에서 폐암 발생의 반 이상이 흡연에 의한 것임을 이번에 확인하였으며, 우리 국민 모두가 금연을 한다면 폐암 발생을 현재의 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임을 전했다. 그는 금연이 성공하려면 개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자신의 건강은 자신에게 달렸다’라는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이 흡연을 할 경우 간접적이지만 배우자와 자식 모두 흡연을 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자신의 흡연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 전체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흡연은 비단 암뿐만 아니라 중풍, 심혈관질환, 폐질환, 당뇨 등 만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흡연습관을 없애면 이 질환들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법적 개선 필요

1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추적 연구를 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배종면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은 주민등록번호란 개인 식별정보를 가지고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장기적 추적연구를 하는데 상대적으로 쉽다고 전했다. 그가 밝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연구대상자에게 평소의 생활습관 등을 얻어내는 과정이었다. “흡연, 음주 이외에도 운동, 식사습관, 질병력 등의 정보를 얻기 위해 방문, 전화, 우편 등 동원 가능한 다양한 방법으로 내용을 채워갔습니다. 빠진 내용이 없어야 했기에 이 과정이 참 힘들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이런 산통을 겪으면서 서울남성암코호트(Seoul Mal Cancer Cohort, SMCC)란 이름의 암 연구 자료가 20년 전 탄생한 것입니다.” 서울남성코호트 자료처럼 구축은 어려웠지만 일단 제대로 만들어 놓은 의학연구 자료는 장기간 추적을 할수록 국민 보건에 더 유용한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얻어낼 수 있다. 배 교수는 지속적인 추적 연구를 위해 질병 발생 및 사망 여부 등의 정보를 빠짐없이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립암센터, 통계청 등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배 교수의 연구진은 추적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최근 발효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다. 법의 취지는 맞으나 국민보건에 필요한 근거를 만드는 공익적 연구라면 자료 활용이 가능하도록 별도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도 공공 자료 연계를 통한 공익적 연구가 가능하도록 법령의 보완이 시급히 요구됩니다.”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은 공익적 연구라면 정해진 틀 내에서의 정보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는 장기적 추적연구를 수행하려는 국내 의학연구자들의 의지는 충만하기에 이를 펼칠 수 있는 제도적·법적 지원이 있다면 영국처럼 우리나라도 40년, 50년 이상의 추적을 통해 국민보건에 유용한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배 교수는 앞으로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1위인 암의 위협을 줄이기 위한 관련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예방과 조기 발견 등을 위해 관련 근거들을 창출하기 위한 연구를 기획,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검진은 줄이면서 생존율을 높이는 검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국민에 맞는 검진 지침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예방의학을 전공하는 그는 질병에 대한 예방대책을 제시하기 위한 위험 요인들을 찾아낸다는 목표를 향해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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