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급진적, 문화적 페미니즘의 화학적 결합
[이슈메이커] 급진적, 문화적 페미니즘의 화학적 결합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8.07.24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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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급진적, 문화적 페미니즘의 화학적 결합

의도적 남성 배제로 성 갈등 키운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계기로 한국 페미니즘 운동의 중심은
엘리트 여성에서 대중 여성으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 

한국 페미니즘 운동은 2번째 단계로 진입했다. 과거 제도적 평등을 주장했던 자유주의 페미니즘 시대를 지나 가부장적 한국 문화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남성을 배제한 여성만의 페미니즘이 도래하고 있다. 한국 페미니즘의 사상적 현주소를 살펴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여성 대중이 중심이 된 페미니즘

지난달 6월 9일 혜화역에서 홍익대 몰카 사건 수사를 비판하는 여성들이 2만 명 운집한 가운데 집회가 치러졌다. 여성들이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며 모인 집회 중 건국 이래 최다 인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사진 유출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재빨리 수사에 착수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집회에서는 “여성들이 피해자들 때는 이렇게 빨리 수사를 하지 않았다”라며 공권력 또한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페미니즘은 ‘유리천장’으로 대표되는 여성에 대한 경제적 차별, 남성 대비 격차 등 주로 제도적 평등을 논의했다. 그리고 여성 혹은 남성 엘리트들이 중심이 된 모양새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정치권이나 학계가 아닌 여성 대중이 주도하는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해졌다. 2016년 5월 17일 일어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은 여성 대중이 결정적으로 페미니즘 운동의 주도권을 가져온 사건으로 평가된다.

  과거 페미니즘 운동이 엘리트 중심일 때는 엘리트 지식인과 일반 남성 간 대결구도였다면, 오늘날 여성 대중이 주축을 이룬 상황에서는 일반 남성과 일반 여성의 성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페미니즘 운동을 반대하는 남성들은 현 페미니즘 운동이 양성평등이 아닌 여성우월을 주장하고 있으며 비속적 의미를 담은 각종 신조어로 남성을 비난한다고 성토하고 있다. 엘리트가 아닌 대중이 페미니즘 운동의 중심이 되면서 논쟁의 수준과 파장이 확대됐다.  

극진적 페미니즘+문화적 페미니즘

일부 사람들은 오늘날 페미니즘 운동 세력을 가리켜 페미니스트(Feminist)와 나치(Nazi)의 합성어인 ‘페미나치’라고 비하한다.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과연 오늘날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 아닐까? 사상은 그 내용이 옳다고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지적 양상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 따라서 오늘날 페미니즘을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성 대중이 중심이 된 최근 페미니즘의 성향을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법적·제도적 권리를,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경제적 평등을, 급진적 페미니즘은 ‘가부장적 제도 타파’를 주장한다. 이 중 오늘날 페미니즘은 급진적 페미니즘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활동으로 여성의 참정권, 노동권에 있어서는 진보를 이루었으나, 여성이 개인과 사생활 영역에서 생각보다 심각한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바로 그 원인을 가부장적 제도라고 지적한다.

  급진적 페미니즘은 사회가 가부장적이기 때문에 여성은 여성적으로, 남성은 남성적으로 길러졌다고 본다. 남성적으로 길어진 남성은 남성 우호적인 사회로 인해 혜택을 받고, 이에 반해 여성은 불리한 입장에 놓인다고 주장한다. 이에 오늘날 페미니즘 지지 여성들은 ‘여성스러운’ 옷과 헤어스타일이 아닌 중성적인 옷을 입자고 외친다. 사회적으로 여성성을 상징해온 코르셋을 벗자는 ‘탈코르셋’ 운동이 시작된 이유다.

  하지만 오늘날 급진주의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여성 대형 커뮤니티인 워마드는 남성 회원을 받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남성 중심 극우 커뮤니티 일베가 해왔던 여성 혐오 방식을 벤치마킹한 이른바 ‘미러링’이라는 방식으로 남성을 조롱하거나 장난의 소재로 삼는다. 이 때문에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 해방은 커녕 양성대결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양상은 문화적 페미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남성의 성기와 달리, 여성의 성기는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돼 왔다. 워마드는 오히려 여성의 성기를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드러낸다. 이는 남성에 의해 왜곡되고 평가절하됐던 여성적 특성, 문화를 적극적으로 재평가하는 문화적 페미니즘의 모습이다. 가부장적 사회가 남성성을 여성성보다 우월하다고 여긴 것과 달리, 문화적 페미니즘은 여성성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가부장제에 맞서 왜곡된 여성성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남성과의 성대결이 확대되거나 여성우월주의가 대두된 것이다. 문화적 페미니즘의 극단적인 양상은 여성혐오적 남성과 불행한 여성을 낳지 않기 위해 후천적인 레즈비언이 되자는 레즈비어니즘이다. 성대결을 방관한다면 페미니즘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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