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분석해 질병 진단하는 ‘날숨진단센서’ 개발
호흡 분석해 질병 진단하는 ‘날숨진단센서’ 개발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07.0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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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을 한 차원 높인 과학자가 되겠습니다”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한국의인물_신소재부문]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

“일반 국민들이 바라보는 ‘창조기술’은 눈에 보이는 완제품과 부품입니다. 하지만 이 첨단제품들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의 핵심은 ‘소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소재의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소재개발과 기존 소재의 고성능화야말로 저에게 있어 진정한 ‘창조’라고 할 수 있죠.” 대화를 나누는 내내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 KAIST 김일두 교수는 소재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창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창조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냄새만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는 중이다.

 

날숨 측정해 당뇨병 및 각종질병 진단

 

▲김일두 교수는 사람이 호흡할 때 배출되는 미세한 아세톤 가스를 정확히 분석해 당뇨병 여부를 판단하는 ‘날숨진단센서’를 개발, 연구 결과는 신소재 응용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인간이 숨을 내쉴 때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아세톤·톨루엔·일산화질소·암모니아 등 약 200여종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함께 배출된다. 당뇨병이나 폐암, 천식에 걸린 환자들이 건강한 사람보다 많은 농도의 특정 날숨 가스들이 배출되는 특징으로 인해 휘발성 유기화합물 가스들은 생체표식인자(바이오마커)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상인은 날숨을 쉴 때 900ppb의 아세톤 가스를 내뿜는 반면 당뇨병 환자는 이 수치가 2배(1800ppb)에 달하기 때문에 날숨 속 아세톤 가스의 농도 차이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당뇨병의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이에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 연구팀은 사람이 호흡할 때 배출되는 미세한 아세톤 가스를 정확히 분석해 당뇨병 여부를 판단하는 ‘날숨진단센서’를 개발, 연구 결과는 신소재 응용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되면서 그 우수성을 입증 받았다.
  김 교수 연구팀은 얇은 껍질로 겹겹이 둘러싸인 다공성 산화주석에 백금 나노입자를 입힌 나노섬유 소재를 개발한 뒤, 아세톤 가스가 흡착되면 전기저항 값이 변하는 아세톤 농도 검출용 센서에 해당 소재를 적용했다. 그 결과 나노섬유 센서는 1000ppb급 아세톤 농도에서 소재의 저항 값이 최대 6배 증가했으며, 7.6초라는 매우 빠른 반응시간 덕택에 실시간 진단이 가능하다. 센서를 전기방사 기술로 제조해 나노섬유 형상을 쉽고 빠르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것도 상용화를 앞당기는 요소 중 하나이다. 더욱이 연구진이 개발한 센서가 사람의 호흡가스 속에 포함된 다양한 유기화합물의 농도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 외에도 다양한 질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과 신장병을 가진 환자의 날숨에서는 각각 톨루엔과 암모니아 가스 농도가 정상인보다 더 높게 배출된다. 이 때 각각의 가스들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센서를 어레이(array) 형태로 제조하여 날숨 가스들을 분석한다면 폐암, 신장병, 천식 등의 질병의 동시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인체에 유해한 유독가스나 환경가스 진단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저희 연구팀이 보유한 섬유형상의 고감도센서 기술은 낮은 농도의 가스를 분석하는데 적합합니다. 현재는 한 차례의 임상실험으로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향후 대학병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센서의 정확도를 높이고, 다양한 촉매와 금속산화물 나노섬유의 조합을 통해 많은 종류의 날숨가스를 동시에 정확하게 진단하는 센서 어레이를 개발,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입니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꿈꾸는 연구자

 

김일두 교수는 전기방사로 나노섬유를 만드는 연구를 지속해왔다. 공공장소의 유해가스 및 가스테러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초고감도 가스센서’와 전기화학적 에너지 저장 매체로 이차전지 대체용이나 배터리 보조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슈퍼커패시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술, 고용량·고출력의 이차전지용 나노섬유 전극소재를 값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이차전지용 나노전극 소재 개발 등 다수의 원천특허 확보와 기술이전의 성과를 거듭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환경센서 연구에 집중하던 차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날숨진단센서’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자신의 연구인생을 빛낼 보다 밝은 등대를 찾았다는 김 교수는 “부친이 암 4기 판정을 받고, 치료를 위해 방문한 종합병원에서 ‘짧은 진료를 위한 기나긴 기다림’의 광경을 목격했어요. 수많은 환자들을 바라보며 이들의 아픔이 비단 개인만의 고통이 아니라 가족과 나라경제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저의 연구는 발병후 관리가 아닌 질병의 조기진단을 통해 삶의 질을 더욱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의 말미, 김 교수의 연구철학이 궁금했다. 앞선 연구과제 설명에서와 마찬가지로 주저함을 찾아볼 수 없는 그는 ‘늘 깨어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을 건넸다. 이는 그가 ‘항상 깨어서 노력하고 간절히 원한다면 결국에는 이루어낼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신뢰가 과학자의 소중한 덕목임을 깨달았기에 가능한 대답이 아닐까? 향후 이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질병 진단센서 개발에 힘 쏟을 것임을 밝힌 김일두 교수. 그의 진심어린 노력을 통해 한 차원 높아질 건강한 대한민국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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