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꼼꼼함과 섬세함으로 줄기세포기술 선도
여성의 꼼꼼함과 섬세함으로 줄기세포기술 선도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04.08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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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기다려 줄 수 있는 국가적·사회적 인식전환 필요”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과학의날_여성과학자부문]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유전공학과 손영숙 교수

 

 

“과학은 코끼리와 코뿔소를 구별하기 위해 전체 사진을 찍지 않아요. 코끼리와 코뿔소의 다른 점을 입증할 방법, 뿔과 상아라는 차이점으로 이 둘을 구분하죠. 다시 말하자면 가장 축약된 증거를 가지고 유추하는 것이 과학의 핵심이기에 퍼즐 한 조각으로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직관 능력을 길러야 해요. 여기에 ‘이번에는 무엇을 볼까’라고 탐구정신을 발휘한다면 금상첨화겠죠?” 인터뷰 내내 손영숙 교수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조약돌 하나가 잔잔한 호수에 변화의 파장을 전파하듯 끝없는 창의성을 갈망하는 연구자였다.

 

 

 

세계최초 우리 몸 내재한 ‘자가 치유 기전’ 규명

“기자님이세요? 저 손영숙입니다.”

기자의 시선이 한 여성에게 쏠렸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옷차림과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유전공학과 손영숙 교수이다. 연구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과학자를 인터뷰 한다는 것이 대화의 장벽이 되지는 않을까하는 기자의 우려도 잠시, 그녀의 열정은 연구실 밖에서도 빛이 났다.

손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과학자로 세포생물학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수행해왔다. 발생학을 전공한 그녀는 1999년 국가지정연구실(NRL)을 통해 화상환자에게 쓰이는 피부세포치료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화상환자에게 자가세포를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화상치료제 ‘케라힐’을 상용화하기도 했다. 그 후 세포응용연구사업단과 근골격계 바이오장기센터 연구 지원을 통해 손 교수는 줄기세포를 불러내 상처를 빨리 치료하게 하는 줄기세포 촉진제(물질-P)를 밝혀내게 된다. 물질-P는 손상부위에서 조직 재생을 도울 줄기세포 지원군을 부르는 파발마로 몸에 상처가 나거나 염증이 생기면 물질-P가 골수에 있는 중간엽줄기세포를 끌어내고, 이 줄기세포들은 혈액을 타고 상처 부위로 이동해 손상 부위를 치유한다. 결국 손 교수는 도마뱀의 잘린 꼬리가 다시 생기는 것처럼 우리 몸 내부에 ‘자가 치유 기전’이 존재한다는 것을 규명하기에 이른다. 그녀가 규명한 물질-P를 자가 치유 기전이 잘 작동되지 않는 당뇨성 궤양이나 방사선에 의한 장염, 척수손상 등에 인위적으로 넣어주면 회복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환자에게서 줄기세포를 체외로 꺼내 배양하지 않아도 아미노산 11개로 된 물질-P가 생체 내에서 줄기세포가 직접 조직재생을 촉진시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약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발생학에서 시작된 연구는 세포생물학에서 나아가 재생의학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그녀의 연구소신이기도 하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줄기세포분야의 특성상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올해 안식년 보내고 있는 손 교수는 우리 몸속에 있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경희대 심장외과, 신장내과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줄기세포를 이용한 심근경색과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다. 심근경색이 발생한 환자는 관상동맥이 막혀 심근세포가 괴사하게 되는데 여기에 내 몸의 줄기세포를 치료제로 쓰는 것. 현재 물질-P를 치료제로 쓸 경우, 기존보다 산소부족으로 괴사되는 세포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더불어 국내 당뇨병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물질-P가 이동시킨 줄기세포가 허혈성 혈관질환에 응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생을 바쳐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현실과 멀어지기 쉽지만, ‘현대 의학으로 고칠 수 없는 질병을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치유하려는 연구’를 목표로 삼은 손 교수는 현장과 연구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연구에 열정을 쏟고 있다.

 

과학자에게 실패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한 토대

“여성과학자들은 일과 삶의 양립이라는 관점에서 한계가 있죠. 하지만 연구는 평생을 걸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해답을 찾아야하느니 만큼, 얼마나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요. 일단 진입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특히 생명과학분야에서는 섬세하고 꼼꼼한 여성의 장점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29년 전 갓난 아들을 데리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배우자와 함께 박사학위, 박사후 과정을 마치고, 함께 돌아왔다는 손영숙 교수. 그녀는 현재 여성과학자들로 활동하는 이들은 이러한 일련의 어려움을 극복한 이들이라며, 후배과학자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말을 이었다. 손 교수가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R&D연구비는 선진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단기간 양성되기 어려운 과학자들을 기다려 줄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 즉 과학자에게 있어 실패와 좌절은 더 나은 연구결과를 위한 토양이 될 수 있음을 감안 한다면, 지금처럼 수많은 연구업적들이 숫자화 되고 정량화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실제 그녀도 국가지정연구실(NRL), 세포응용연구사업, 근골격계 바이오 장기센터 사업 등 중·장기적 사업을 통해 과학자로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결국 작은 인식의 변화가 과학자들의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터뷰의 끝, 기자는 자신의 발전 뿐 아니라 과학자체의 토양을 바꿔 국민들에게 더 큰 행복을 선사하길 바라는 손 교수의 꿈이 궁금했다. 그녀는 연구를 통해 얻은 기술을 환자에게 적용해 생명과 희망을 선사하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너무도 어려운 길이지만, 바이오나 의료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은 저와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동물실험 단계에서는 좋은 결과를 보이더라도 임상단계에서는 끝없는 장애물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 때 환자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열망이 수많은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는 창의성의 원동력이 되죠. 이번 경희의료원에 재생의학 연구소가 설립된 것을 발판으로 MD들과 치료에 관한 의논을 지속 하면서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기 위해 전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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