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트 쿠튀르’ 자존심을 이어간다
한국 ‘오트 쿠튀르’ 자존심을 이어간다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03.27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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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한 땀에도 미쉔주만의 완벽함이 배어있어야 하죠”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여성의날_패션부문] 미쉔주 주미선 대표

 

 

 

누구나 옷장 속 깊이에는 시간과 역사가 스며든 옷 한 벌 쯤은 간직하고 있을 테다. 옷감이 너무 좋아서 혹은 그 옷을 입었던 날이 기억에 남아서,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들어서... 등등 갖갖의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 옷들의 특징은 무작정 트렌드를 쫓은 옷이 아닌 트렌드를 결정지을 만한 디테일과 소재로 소장가치가 있는 옷들이 대다수이다. 가치 있는 것에 가치를 더하고자 하는 사람의 욕망이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저렴한 값에 구매해서 입고 버리는 형태인 페스트패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자신의 역사를 담아내기 위해 가치 있는 옷을 찾는 고객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에 32년의 세월동안 한국의 맞춤식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정신을 지켜온 미쉔주 주미선 대표(수석 디자이너)를 만났다.

 

 

 

체형에 맞춰 철저하게 조율된 디자인

여성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옷을 만들겠다는 신념에 주미선 대표의 열정이 더해져 1981년 문을 연 미쉔주. 미쉔주의 ‘쉔(schon)’은 독일어로 ‘아름답다’는 뜻이다. 한 가지 의미로 정의되기 힘든 아름다움에서 미쉔주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궁금증을 안고 기자가 찾아간 곳은 강남구 신사동의 미쉔주 의상실. 고급스러운 소재와 우아한 라인이 돋보이는 의상들 가운데 주 대표의 분주한 손놀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미쉔주 의상이 그녀의 손끝을 통해 창조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객에게 최고의 옷을 완벽한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외형의 화려함 보다는 신뢰받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 온 주 대표. 기존 디자이너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독특한 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여성 체형에 대한 연구로 패턴에 있어 완벽함을 추구했기에 고객들 사이에서는 ‘완벽한 옷’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고. 주 대표는 “단 한 벌의 옷을 사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고 가치를 빛낼 수 있는 옷이야말로 미쉔주가 추구하는 패션입니다”라고 말한다. 혹자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다’는 말을 듣고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을 살다 보면 요행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주 대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옷의 필수조건은 개개인의 체형을 고려한 옷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성복은 서양인 체형에 맞게 디자인 되어있어 한국 중년 여성의 경우, 신체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더불어 40, 50대가 되면 가슴과 허리, 엉덩이 사이즈가 제각각인 불균형 체형이 되면서 자신의 몸의 일부인 것처럼 딱 떨어지는 옷을 만나기 쉽지 않다. 이에 미쉔주는 불균형한 체형의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극대화 하는 패턴작업으로 정장임에도 편안하고, 안감과 부자재 모두 구김이 없는 신축성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럽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까다로운 안목의 여성 CEO와 여성 정치인, 유명 연예인 등의 고객을 확보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옷의 기본은 체형에 잘 맞고 활동하기에 편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화려한 디테일과 브랜드만 보고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구입하고 결국에는 옷장에만 보관하기 일쑤이죠. 저희 미쉔주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기본에 충실한 옷으로 고객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미쉔주의 고객 3,000명 중 아무나 이름만 대면 키, 어깨, 바지 길이 등 사이즈를 줄줄 외우는 주 대표. 그녀의 장인정신은 고객감동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강세와 대량생산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미쉔주의 자리를 굳게 지켜주었다.

 

한국의 ‘오트 쿠튀르’ 감성 세계에 전하고파

미쉔주가 처음 문을 연 순간부터 현재까지 32년간 직접 드로잉하고 있는 주미선 대표는 새로운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설렌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힘들지 않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기에 행복하다는 주 대표. 지금도 옷 한 벌 만드는 데 10여 명이 붙어 수제공정을 거치지만 그녀의 열정을 꺾을 수 없다.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기본을 지키는 고집은 ‘대한민국 상류층 0.1%가 입는 옷’, ‘고객이 더 아끼는 브랜드’라는 평판을 가져왔고, 이제 그녀는 미쉔주만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주 대표의 안목과 감각을 배운 딸이 디자인에 합류하면서 한 충 젊은 감각으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로써 기존의 ‘오트 쿠튀르’가 중년층의 소수 고객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고객층을 20, 30대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고객층 확대 뿐 아니라 한국의 ‘오트 쿠튀르’ 감성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바늘 한 땀, 한 땀에도 미쉔주만의 완벽함이 배어있어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고객의 사랑과 신뢰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시기로 한국의 오트 쿠튀르 감성을 세계에 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입니다.”

주미선 대표가 정의하는 ‘아름다움’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 쇼윈도에 걸려 화려함을 뽐내는 드레스가 아닌 입은 사람이 아름다워 보이는 옷을 만드는 주 대표의 노력을 통해 한국의 ‘오튀 쿠튀르’ 감성이 더욱 깊고 풍요로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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