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박유민 기자]
여의도 옆 대나무 숲
뿔난 국회종사자들, 대나무 숲에 모이다
정치권 미투운동부터 갑질폭로까지
지난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으로 정치권 미투 운동이 본격 가열화 됐다. 이어 한 언론사에서 폭로한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이슈까지 가세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청와대에도 ‘미투 바람’이 불어 닥쳤다. 청와대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는 한 보좌관의 성폭행 폭로와 함께 청와대 인사들의 성폭행·추행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 정치인들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국회 내부 ‘미투 운동’ ‘갑질 폭로’
‘금뱃지들’ 내부 직원끼리 갈등도 치열
‘여의도 옆 대나무 숲’은 지난 2016년 12월 개설된 페이스북 페이지로 국회의 사무처직원이나 보좌진, 정당 사무처 관계자 등 국회 재직자들을 위한 익명게시판이다. 처음 만들어졌을때부터 화제가 되었다가 ‘여의도 옆 대나무 숲’이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르게 된 것은 올해 3월, 한 국회 보좌관의 성추행 증언이 안 전 지사 사건과 정 의원사건에 가세하며 ‘미투 운동’물결위에 급물살을 탔다. 이에 여성 정치인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보좌관들에게 사과하라는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국회종사자들의 고충과 불만이 네티즌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여의도 옆 대나무 숲’을 통해 국회종사자들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 회관에서 벌어지는 의원들의 사적 이야기뿐만 아니라, 보좌진들의 온갖 갑질, 성추행 등 국회의원들의 사적인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하루에도 많게는 5건에 이르는 장문의 글들이 게재되고 있다. 그러다 대나무숲 운영자는 약 3주만에 돌연 운영을 중단했다. 소모적인 논쟁 때문에 운영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던 운영자는 잠정적으로 게시판을 폐쇄했다가, 5월 대나무 숲이 다시금 재탄생했다. 지난 3월에 비해 페이지 좋아요 수치상승과 더불어 더 많은 게시글들이 올라오며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5월 2일 오전에는 “보좌진들에게 고한다. 모 의원실에서 비서직 하다가 짤려놓고 로스쿨 다녀왔다며 기존의 보좌직원들 무시하는 안하무인인 사람들, 제발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글에 다시 익명으로 “한심한 글쓴이에게 고한다. 이런 글을 써봤자 편견과 열등감만을 보여준다. 묵묵하게 일하라. 익명 뒤에 숨지 말고”라는 식의 댓글이 이어지며 ‘갑질 적당히 해라’는 입장과 ‘본인의 피해의식 아니냐’는 의견이 맞붙으며 익명게시판 내 갈등도 치열해보였다. 익명게시판 내용에는 국회의원들과 보좌진들의 다양한 갑질 퍼레이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잔 심부름을 시킨다’는 이야기부터 ‘수도세, 행정세, 텃밭 가꾸도록 비서 시키지 좀 말아라’는 이야기까지 정치권 인사들의 다양한 갑질 사례들을 두고 ‘금배지들 갑질 논란’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어 업무시간 중 잡일을 하거나 사적인 일을 보는 것에 대한 보좌진 성토 글도 많았다. “아프리카TV, 유투브 이런 것 접속 안 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루 종일 게임 관련된 동영상 본다” “온종일 카카오톡 띄워놓고 SNS관리하다니. 밖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포장하는 게 너무 부끄럽다”는 회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며 의정활동에 매진해야 할 보좌진들이 근무태만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또 “회식문화 강요하지 말아라” “회관 안에 캐쥬얼 차림으로 돌아다녔는데 정장 입은 남자들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쭉 훑어본다. 너무 불쾌했다” 라는 의견 등 국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적인 불만들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비공식적 이야기 통해 좀 더 나은 국회되는 계기 삼길
“모든 일상이 다 정치라지만 이 곳에서의 생활은 정치 스릴러 같을 때가 있다”라는 한 직원의 이야기처럼, 언론을 제외하고 국회에서 일어나는 사적이고 비공식적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여의도 옆 대나무 숲’이라는 익명게시판을 통해 국회 또한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미투운동’ ‘갑질폭로’ ‘워라밸’등의 키워드와 멀리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당한 일들을 수면 위로 이끌어내는 일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대나무 숲 운영진들의 말처럼 여지껏 공론화되지 않았던 국회 내부의 이야기들이 분출되며 국회 직원들은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를 시행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게 되길 바래본다. 또한 내부에서 바라보는 국회와 외부에서 바라보는 국회의 온도차를 좁힐 수 있는 방안들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좀 더 긍정적인 측면으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전망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