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d Issue] 신용카드혜택 축소 논란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자신이 쓰고 있는 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들이 들고 나온 카드는 연회비가 60만 원에 달하는 VIP카드. 일반 사람들은 연회비가 20만원이 넘는 VIP카드들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일부 소비자단체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카드 혜택 축소가 VIP카드들의 혜택경쟁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반해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과 신용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카드사 수익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용카드 혜택은 왜 축소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까지 다양한 VIP 카드를 내놓고 있다. 연회비가 고가인 만큼 혜택 또한 일반적인 상식을 초월한다. 예를 들면 H카드사의 한 카드는 연회비가 60만 원이지만 포인트와 마일리지 적립이 동시에 이뤄지고 스마트폰 지급, 동남아여행, 면세점 할인 등 연회비에 상응하는 카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연회비가 100만 원이 넘어가는 카드들의 혜택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부사람들은 VIP카드들의 엄청난 혜택이 최근 논란이 되는 카드 혜택 축소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카드업체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카드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이 급감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카드 혜택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대응한다. 게다가 카드사들은 VIP 카드의 혜택까지 축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VIP카드와는 상관없다고 말한다. H카드사의 경영자는 최근 VIP 카드 혜택 축소에 대해 ‘VIP 카드 혜택을 없앤다고 일반 고객에게 얼마나 이득이 가겠나’라며 VIP 카드 혜택 축소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원인에 상관없이 소비자들은 카드 혜택 축소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카드사들은 적립율과 할인율 축소, 무이자할부 축소, 전월 이용 실적 필요량 증가, 할인 한도 등에서 혜택 축소를 결정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카드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종사해온 L카드사의 손모(32·팀장)씨는 “카드 회사의 수익이라는 것은 카드 이용자들이 카드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가맹점 수수료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사람들이 카드를 많이 쓰면 쓸수록 이익이 남아야 하는 구조인거죠. 그래서 카드사들은 더 많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무분별한 혜택경쟁을 해왔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손 팀장에 따르면 결국 카드 혜택 축소는 카드사의 수익구조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이유로 카드사들이 수익 감소 때문에 결정한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가맹점들의 부담은 줄어들었을까? 가맹점 업주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대전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조아라(29·가맹점주)씨는 “일부 카드들의 할인 혜택으로 방문하는 고객들의 수가 적지 않은데 혜택이 축소되면 우리가게가 아니라 다른 가게를 찾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카드는 특정 업체에서 사용 시 기존보다 더 큰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 혜택들도 축소될 예정이기에 결국 가맹점 수수료가 줄어들어도 가맹점의 수익도 같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카드사와 가맹점, 소비자 누구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비자피해 증가, 소비자 대처는 어떻게?
소비자원에서는 2월 7일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접수된 신용카드 관련 소비자피해 702건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소비자원은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신용카드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연회비와 구체적인 혜택관련 안내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최근 신용카드의 혜택 축소 부분 또한 고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소비자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단국대 신용카드학과 이보우 교수는 “신용카드사들의 계약서에 관련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데 카드사업자들이 불완전판매처럼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부분이 문제입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써놓으면 누가 보겠습니까. 형식적으로 요건만 갖춘 계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알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소비자들은 혜택 중심으로 신용카드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인 상명대 이명식 교수는 소비자들이 카드 생태계의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결제서비스의 비용분담 원칙이 확고히 서야합니다. 혜택을 받은 만큼 나름대로 비용을 부담하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라는 이 교수는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이 혜택을 많이 받았으니 비용을 부담을 하고 영세가맹점과 소비자들도 안전성, 편의성 등에서 혜택을 보는 만큼 혜택이 축소되는 형태로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다. 추가로 그는 신용카드의 대체상품으로 체크카드나 하이브리드 카드를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에게도 당부를 전했다. 소액결제를 하는 경우에는 체크카드나 현금을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신용카드를 쓰는 방법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 교수는 당장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구분을 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혜택이 축소된다 하더라도 신용카드의 편의성을 생각하면 사용하지 않을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들은 혜택이 축소되는 부분에 대해 불만만을 표출하는 것보다 스스로 축소된 혜택 안에서 좀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생각해보는 것이 현명한 카드 활용을 위한 방법이 아닐까한다.
취재/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