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목마름 채워줄 기업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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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02.23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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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발전과 경제적 이익 창출 ‘메세나’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Mecenat] 문화를 사랑한 기업

 

 

언어 연수차 미국에 유학을 갔던 김철민(29·남)씨는 친구의 소개로 관람한 레이디 가가의 콘서트의 흥분을 잊을 수 없었다. 한국에 귀국하여 구직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던 김 씨는 한국에서 다시 그 느낌을 얻을 수 없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현대카드에서 ‘메세나’의 일환으로 기획한 슈퍼콘서트는 그가 평생 느껴보지 못할 것 같은 감동을 다시 이어갈 수 있게 해줬다. 이처럼 국내의 굴지의 기업들이 경영의 일환으로 문화에 눈을 돌리면서 대중들에게 문화공연과 더불어 경제적 이익창출까지 다양한 효과를 창출해내고 있다.

 

시대의 트렌드를 탄 기업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2013년 1월 서울 중구 외환은행에서 열린 색소폰 중주 공연을 듣기위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개최한 곳은 다름 아닌 ‘린나이코리아’다. 국민들의 문화인식과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도 이미지 재고 및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문화예술에 투자를 하는 기업들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문화예술과 경영의 결합은 기업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내분위기의 즐거운 변화와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며 사회공헌으로 이어진다.

기존에 기업들이 가졌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형태는 콘서트입장권을 기획사로부터 구입하거나 또는 재정적인 지원들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이 직접 뛰어들어 문화예술 공연을 기획하고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등 그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기업의 메세나가 늘어난 배경을 문화체육관광부의 김현목 사무관은 “기업의 가치와 특화된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이 기업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고, 사회적으로 ‘웰빙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나타나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2010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은 매년 2조 6,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메세나를 비롯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기업과 문화를 동일하게 보지 않는 인식 때문에 난항을 겪은 것이 현실. 트렌드가 시대의 흐름을 타고 변화하듯이 소비자가 웰빙을 즐기는 문화에 대한 활동을 늘리면서 차츰 메세나에 투자한 기업들의 노력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기업들의 노력아래 문화체육 관광부에서는 기업들의 문화예술 사회공헌을 활성화하기 위해 프로그램 컨설팅을 비롯한 네트워크 활동, 인력양성, 연구개발을 지원하면서 더욱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김현목 사무관은 “앞으로도 기업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활성화를 위해서 국민적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 인력양성, 프로그램 컨설팅 등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지원에서 해외 공연기획까지 성장한 ‘메세나’

메세나의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은 바로 현대카드다. 삼성, 신한 등 기존의 업체들과 달리 후발주자로서 카드업계에 뛰어든 현대카드로서는 다른 카드들과는 차별화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획한 것이 바로 ‘슈퍼콘서트’다. 세계적인 팝스타인 마룬파이브, 에미넴,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기획함으로써 이뤄진 슈퍼콘서트 시리즈는 직접 외국에 나가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추진한 프로젝트다. 마룬파이브의 공연을 관람한 손영진(35·남)씨은 “취업을 하고 난 뒤에 마땅히 즐길 콘서트가 없었는데 이번 공연은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오게 됐다”라며 이어 “기업들이 문화예술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 많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의견을 전했다. 현대카드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슈퍼콘서트에 이어 최근 인디 밴드를 육성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반 소규모 기획사로서는 모험이 될 수 있는 인디 밴드에 대한 육성을 현대카드가 직접 나섬으로써 젊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 철강회사로 손꼽히는 포스코는 한국YWCA연합회와 손잡고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를 위한 ‘친친 와이파이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학교 내에서 반폭력 주간을 정하고, 체험 부스를 통해 반폭력 문화를 만드는 청소년 문화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후미진 곳을 새롭게 바꾸는 ‘공간 바꾸기’ 프로그램도 철강이라는 무거운 기업 이미지를 벗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섹션인 한국 영화 회고전을 따로 기획했다. 한국 영화에 큰 기여를 한 원로 영화인을 기리고, 그들을 새로이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부산영화제의 인기 섹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기업은 회고전의 리셉션을 후원하는 것은 물론, 그 해의 수상자에게 수상자의 이름을 새겨 특별 제작된 ‘디렉터스 체어(Director's chair)’를 증정한다. 기업들은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대중예술 지원활동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의 동반 상승효과도 함께 기대하고 있다.

두산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카피처럼 메세나 활동도 미래 한국 문화를 이끌어나갈 인재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두산의 장학·학술 재단인 연강재단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강예술상과 두산 레지던스 뉴욕과 두산 갤러리 뉴욕이다. 두산 연강예술상은 평소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故 연강 박두병 두산 창업주의 뜻을 받들어 제정한 상으로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돕고 있다. 기성 작가들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예술상과 달리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만 40세 이하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상을 준다. 매년 공연부문 1명, 미술부문 3명 등 모두 4명을 선정하고, 상금 외에 공연부분 수상자에게는 신작 공연 제작 지원과 아티스트 멘토링, 작품 워크숍과 세미나를 지원한다. 또 미술부문 수상자에게는 ‘두산레지던시 뉴욕’ 입주와 ‘두산갤러리 뉴욕’, ‘두산갤러리 서울’ 등에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메세나를 향한 기업들의 관심이 이어진 가운데, 한화그룹이 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한화메세나콘서트’가 지난 2월 28일 100회를 맞았다. 2004년부터 한화가 진행한 사회공헌 행사로서 매월 뮤지컬과 연극, 오페라, 음학회 등의 문화 공연 중 한 가지를 선택에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공연 티켓을 기부할 정도로 사회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화와 기업이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될 때 진정한 의미의 기업 메세나가 정착될 수 있다”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선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메세나 운동에 참여하고, 문화예술계는 기업 경영상에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를 개발하고 이를 기업에 이해시켜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영을 위한 도구, 새로운 기업문화 형성

무엇보다 메세나의 효과는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와 비전을 이루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에 각 기업마다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기업이 가진 풍부한 형태의 콘텐츠와 자산을 문화예술과 접목함으로써 기업의 경영, 교육, 조직 등 문화 예술적인 요소를 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는 기업이 창조경영을 하는데 있어서 기반이 되고 있다. 넥슨의 경우 문화예술동호회 활동을 활성화 해, 기업 내부 조직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있다. 직원들이 직접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사회공헌에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창의적인 경영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효과를 “문화예술은 기업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으며, 동시에 기업내부에서 수직적․수평적 장벽을 해소하는 좋은 경영의 도구가 될 수 있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업의 문화예술활동이 많아지면서 짧게는 소외계층 및 소외지역에 대한 문화예술의 혜택이 증가하고, 청소년들에게는 다양한 적성개발의 기회가 부여된다. 또한 소외되는 지역이 줄여나가면서 기업의 이미지를 넓게 퍼뜨리고 지역사회의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되는 등 긍정적인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된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문화예술 사회공헌의 증가를 통해서 문화예술이 발전하는 기회다. 단순한 후원자 역할이었던 기업은 예술의 관계에서 기업과 예술이 협업을 통해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고,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문화예술가 혹은 집단의 발전은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토대를 굳건하게 할 수 있다. 이에 지휘자 금난새는 본지와의 2월호 인터뷰에서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는데 기업들의 지원은 도움이 된다”라며 “기업과 함께 정부와 부처관계자들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화현상으로 가기에는 아직 갈길이 멀다

기업의 메세나 현상이 기업의 내외부에서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현상으로 자리 잡기에는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의, 식, 주에 대한 지원의 사각지대가 더 많아 사회 전반에 걸쳐 두루 나타나기에는 지원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때문에 큰 비용이 드는 프로젝트의 경우 중소기업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문화예술이 필수요소가 아닌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가치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그 규모가 일정이상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문화예술 사회공헌이 기존의 사회공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향후 문화예술 사회공헌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최근 사회복지에서도 수혜자에게 단순히 현금 및 물품을 지원하는 직접지원 방식보다는 일정부분의 직접지원과 더불어 사회서비스(문화예술교육, 취업교육 등)를 함께 제공하는 형태로서 지원의 방향과 내용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는 사회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를 통해 각 분야의 다양한 발전 지원이 부각되고 있다. 이익을 창출하는 다양한 측면에서 문화예술 사회공헌은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1994년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의식을 높여 문화예술 인구의 저변을 넓히고, 한국의 경제와 문화예술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가 발족했다. 창립 이후 1기업 1문화 운동, 문화예술 운동 체험 모임, 학술세미나 개최, 국제회의 참가, 메세나 대상 시상 등의 활동을 해 왔다. 그러나 수조 원 규모에 달하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문화예술 분야 지원금은 연간 1,000억 원 정도에 지나지 않아 메세나 운동이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메세나협회 관계자는 “기업이 진정성 있는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메세나 콘텐츠를 개발하면 브랜드에 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메세나의 영향력을 전했다.

기업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강조되고 사회적 참여와 활동이 다양해짐에 따라 국민들은 더 이상 기업의 브랜드와 제품이 아닌 기업의 활동에 주목을 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 정서적 갈증을 채워주고 있는 기업들이 문화부흥을 꿈꾸며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 가고 있다. 기업과 국민의 교감을 위한 돌파구는 이제 ‘메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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