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판 ‘클레르 퐁텐’으로 대한민국 축구 발전에 기여
[단독]한국판 ‘클레르 퐁텐’으로 대한민국 축구 발전에 기여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02.23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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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지속될 지도자의 열정, 더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하다
[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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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前국가대표 감독·허정무·거스히딩크 축구재단 이사장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한·일전에서 월드컵 7회 연속 진출의 신호탄이자 32년 만에 본선 무대로 이끈 결승골의 주인공 허정무 감독. 그로부터 7번째 월드컵인 제19회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룩한 감독이 된다. 허정무 감독은 그라운드의 진돗개로 불리며 1980년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PSV 에인트호번에 입단, 3시즌 동안 77경기에서 15골을 기록했고 마라도나, 요한 크루이프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대결하며 한국 축구의 근성을 보여줬다. 지도자로 변신한 이후 남아공 월드컵 16강은 물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박지성과 이영표, 김남일, 설기현 등을 발굴하며 지도자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55개월 동안의 최장수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 재임 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는, 현재 목포에 위치한 허정무·거스히딩크 축구재단(H&H 축구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차세대 한국 축구를 이끌 유망주를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 유소년 축구아카데미 ‘클레르 퐁텐(Clairefontaine)’은 프랑스가 1988년부터 각 유소년 클럽에서 뛰고 있는 12세 이하 선수 중에서 360명을 선발해 전국에 있는 6개의 축구기술센터에서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클레르 퐁텐은 프랑스가 1998년 자국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등 수년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지킨 원동력이기도 하다. 일찍이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을 느낀 허정무 감독은 2000년대 초반 프랑스 축구를 돌아보며 클레르 퐁텐의 힘을 느꼈고, 2001년 용인시 축구센터를 시작으로 현재는 목포국제축구센터에 H&H재단을 만들어 한국판 ‘클레르 퐁텐’을 꿈꾸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발전의 해답은 유소년 축구다

 

 

요즘 근황이 어떠세요, 어제 경기는 지켜보셨나요? (인터뷰 당일(2월 7일)날이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서 0:4로 대패한 다음날이었다)

“요즘은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요. 지도자들이나 선수들도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대회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기쁨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튼튼한 전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꿈나무 육성입니다. 지금 그들이 잘 성장해야 미래 대한민국 축구의 뿌리가 튼튼해집니다. 지금은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는 등 많이 좋아졌잖아요. 그래도 어제 경기를 보셨다시피 기본기를 비롯한 (유럽팀과)보이지 않는 차이는 여전이 존재합니다. 현재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목포에 허정무·거스히딩크 축구재단을 만들어 꿈나무 육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외로 조기 축구 유학을 보내는 대신, 국내인프라를 이용한 인재 양성 시스템을 하루 빨리 갖추어야 할 텐데요.

“해외유학에 대해 크게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에요. 그러나 아무 때나 보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시기가 있어요. 그 선수의 성격이나 여러 가지 요소를 봐서 조기 유학이 필요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좀 더 다듬은 후에 가야 하는 선수가 있어요. 꼭 해외유학만 가서 모든 게 해결된다는 잘못된 상식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우리나라도 서서히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도자에요. 적절한 인성교육부터 기본교육들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지도자들을 꾸준히 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도 클럽제로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학원 축구가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아이들이 기형적인 교육을 받고 있어요. 하루빨리 좋은 지도자를 양성해서 유소년 선수들에게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올바른 유소년 축구 제도가 확립이 되는 겁니다.”

 

 

감독님께서 유소년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제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예선에서 2승 1패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잖아요.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탈락한 점이 무척 아쉬웠어요. 하지만 이때 절실히 느낀 것이 유럽 축구와의 보이지 않는 갭이었습니다. 그것은 축구의 기본기를 비롯해 어린 시절 부터 형성된 보이지 않는 ‘멘탈’이었어요. 그래서 그때 만든 것이 ‘용인시 축구센터’입니다. 당시 지역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시장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며 용인시의회 부의장을 하던 이우현(現용인시 국회의원)씨와 함께 뛰며 만든 것입니다.”

 

당시 용인시 축구센터 1기 멤버였던 김보경, 이범영, 박종우, 오재석 등은 런던올림픽에서 크게 활약하며 동메달의 주역이 되었다. 용인시 축구센터가 현 시점에서 크게 인정받는 것은 2002년 월드컵 붐에 편승한 유소년 축구센터가 아닌, 2002년 월드컵 이전 허정무 감독의 필요성 제기와 노력에 의해 설립된 축구센터이기 때문이다. 축구협회에서도 그때부터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후 많은 유소년 축구센터가 건립되게 된다.

 

 

선수 육성이 전부는 아니다.

올바른 인프라 구축과 축구 인력양성이 중요

 

 

현재 허정무·거스히딩크 축구재단의 현황은 어떤가요?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하고 있지만 사실 시작이 좀 늦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교육받고 있는 선수들이 상당히 재미있어 하고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그 선수들에게서 희망을 많이 보고 있어요. 문제는 재정적인 어려움입니다. 가능하다면 학부모들과 아이들에게 부담을 안주려고 하다 보니 재정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다행인 것은 뜻이 있는 분들이 조금씩 출현해 도와주시기도 하고 목포시에서도 지원을 약속한 상태입니다. 도교육청과는 축구재단과 연관된 축구학교 설립인가를 신청해 놓고 협의 중에 있어요. 조만간 결정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선수들이 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축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리라 생각됩니다.”

 

 

축구학교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현재의 현실적인 교육시스템에 어린 선수들이 맞춰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축구선수란 신분에 맞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스포츠심리학이나 생리학, 경기분석, 지도자 교육 등 선수들이 실제 관심을 갖고 임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해요. 100명이 시작하면 95명이 실패하는 게 축구 선수로서의 삶입니다. 이들이 축구선수가 아니더라도 심판이나 트레이너, 지도자 등 다른 길로도 충분히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그런 복합적인 이유로 축구학교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중으로 인가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부터는 입학생을 받을 계획입니다.”

 

 

감독님께서 유소년들을 지도하시면서 특히 강조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키는 대로만 하지 말고 생각 좀 하라고 강조합니다(웃음). 뭐든 쓰면 쓸수록 빛나기 마련이잖아요. 축구에 대해서 연구하고 생각하다 보면 그 머리는 그쪽으로 더욱 발달하게 됩니다. 아무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는 학생들을 보면 매우 안타까워요. 그래서 저는 반드시 축구일지를 쓰라고 얘기합니다. 오늘 하루 자신의 플레이를 되돌아보고 장단점에 대해 기록하는 것이지요. 무조건 열심히 하고 죽기 살기로 하는 건 발전이 더딥니다. 뭔가 스스로 느끼고 이유를 찾아야만 효과적인 발전이 있는 겁니다. 아직까지는 우리 유소년들이 이런 점이 부족해요. 이게 바로 유럽과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유럽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자기주장이 강한데 비해,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시키는 것만 무조건 하다 보니 어려서부터 습관화 되고 보이지 않는 갭이 형성되는 겁니다.”

 

2010년 남아고 월드컵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며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당시 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고수했고, 그 결과 국민들에게 ‘감동’과 대한민국 축구의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가슴 뜨거웠던 2010 남아공 월드컵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대한민국 축구

 

 

지난 2010년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이 정말 뜨거웠던 한해였습니다. 감독님의 가슴은 더욱 뜨거우셨지요?

“네. 그렇습니다. 국민들께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드리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우루과이전만 생각하면 매우 안타까워요.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주저앉아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니 저도 가슴이 울컥하더라고요. 선수들은 정말 잘 싸워줬습니다. 제가 당시 대표님을 이끌면서 홈에서도 그렇게 압도적인 경기를 한 적은 없었어요. 우리가 정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운이 좀 안 따랐지요. 우루과이는 단 두 번의 찬스를 모두 골로 연결시켰잖아요. 반대로 우리는 수많은 찬스를 무산시켰고요. 아마 가슴속에 두고두고 남는 경기일겁니다. 하지만 그리스전을 비롯해 16강을 확정지었던 나이지리아 전까지 국민들께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되었다면 저를 비롯한 당시 선수들의 가슴은 뜨거운 열정을 간직한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K리그 클래식의 탄생, 정몽규 신임축구협회장 부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등 2013년에도 대한민국 축구는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감독님께서 2013년 대한민국 축구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신임 정몽규 회장님이 가진 축구에 대한 열정은 우리 축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 경기를 주도하는 심판들입니다. 대한민국 축구가 더욱더 발전하고 사랑받으려면 선수들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K리그 자체가 선수가 부족하다보니 조금만 눈에 띄어도 능력 이상으로 대우를 받게 됩니다. 그런 대우를 받으려면 반드시 그런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팬들이 직접 찾아와서 응원해 주는 만큼 진지한 자세를 가지고 거기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건 오로지 선수들의 몫입니다. 그 다음에 바뀌어야 할 부분이 심판입니다. 우리 심판들의 능력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해외 유명리그랑 비교하면 K리그의 경기 속도가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잖아요. 이건 경기를 관장하는 심판들의 몫입니다. 심판들도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경기를 흥미있게 하고 질을 높이는 막중한 책임은 바로 심판한테 있는 겁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은 최강희 감독님과 우리 선수들이 잘 해내리라 믿어요. 팬의 마음으로 그들의 열정을 응원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 대한민국축구협회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대한민국 축구가 바로 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대한민국 축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끝으로 감독님과 대한민국 축구를 항상 사랑하고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항상 건강하시고 새로운 한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축구가 지난 한해 동안 여러 가지 일이 많았지만 성장하는 과도기로 생각해 주시고 그런 것들이 튼튼한 뿌리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애정을 가지고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항상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3년 한해도 대한민국 축구를 더욱더 성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대표팀 일선 현장에서 물러난 그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거듭하며 진정한 축구인의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축구인’이 아닌 ‘감독님’으로 불린다. 그에게 감독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만감을 그의 가슴속에 심어준 자리는 아닐까? 그가 가진 지도자의 열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하고 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국가대표 감독의 자리의 올라 대한민국 축구 역사의 또 다른 감동의 페이지를 장식할 허정무 감독을 기대하며, 우리 가슴속에 위대한 감독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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