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청춘의 답이 아니다
위로는 청춘의 답이 아니다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01.28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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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위로는 단순한 ‘힐링’에 그칠 위험 커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Marketing] 청춘마케팅

 

누가 청춘(靑春)을 만물(萬物)이 푸른 봄철이라고 말했던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88만원 세대’,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라 불리는 청춘들은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이들은 고액의 대학등록금, 좁은 취업의 문으로 인해 낭만적인 대학 생활 대신 알바에, 외국어와 공모전 같은 스펙 쌓기로 내몰린다. 그것도 모자라 사회생활을 학자금 대출의 빚더미에서 시작하고, 취업준비생으로 몇 년을 보내기 일쑤. 취업을 해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이나 비정규직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푸른 봄철의 청춘’이란 말은 구시대적 의미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하는 청춘들을 위한 책과 콘서트 등 다양한 사회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없이는 감성에 치우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픔 공감하니 가슴 연 ‘청춘’

2010년 12월 24일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이 서점가에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도서 분야에서는 소설, 재테크 서적이 인기를 얻기 쉽고, 에세이나 대학교수가 집필한 책이 인기가 떨어지는 가운데 이 책은 ‘대학교수가 쓴 에세이’란 단점을 가지고 세상에 나왔다. 더욱이 독서량이 가장 저조하다는 20대를 타깃으로 출간된 이 책이 큰 성과를 올릴 것이라 예측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출간 2주 만에 판매부수 5만 부를 돌파, 한국 출판사상 최단기간 밀리언셀러 진입기록(에세이 부문)을 세운 주인공이 됐다. 책을 펴낸 출판사 쌤앤파커스에 따르면 독자 중 20대가 65%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30대 15%, 40대 10% 등의 순이었다. 이 책의 독자라고 밝힌 서울소재 대학교 3학년 이동현(23·여) 씨는 “최근 취업난으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조급해하지 말하는 김 교수 조언에 적지 않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NAVER 아이디 cooki*****도 블로그를 통해 “한 페이지, 또다시 한 페이지를 넘기면서 지금 이 책을 스무 살의 내가 읽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며 “이 책이 필요할 내가 사랑하는 많은 청춘들을 떠올리게 되었다”라고 서평을 전했다.

한편 ‘아프니까 청춘이다’ 외에도 한국장학재단의 청춘 멘토링 스토리를 담은 ‘청춘을 디자인하다’, 라디오 작가 강세형의 청춘 공감 에세이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창의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20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진솔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것이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등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이들에게 조언을 제공하는 책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청춘 에세이’가 성공한 것이 우연한 계기일까? 전문가들은 청춘 공감 에세이들의 인기는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스펙 쌓기’ 경쟁을 하는데도 ‘88만원 세대’의 덫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20대들이 따뜻한 조언과 공감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88만원 세대’로 대변되는 20대들은 절대적 가난은 겪지 않았지만 취업난,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사회의 모순을 일찌감치 깨우친 세대”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한 소장은 “그동안 이들이 힘겨워 해도 누구 하나 위로해 주는 사람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얘기를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며 청춘 공감 에세이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설명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 역시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데 대해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이렇게 조언과 공감에 목말라 있었는지 몰랐다. 오히려 안쓰럽고 짠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아픔 공감하니 가슴 연 ‘청춘’

콘서트 트렌드가 책이 아닌 실제 콘서트로 구현되며 지금의 강연 콘서트 붐을 일으킨 시초는 ‘토크 콘서트’라는 콘셉트를 내세운 ‘희망공감 청춘 콘서트’이다. 이 콘서트는 2011년 6~9월 27차례 걸쳐 전국 25개 도시에서 진행된 강연회로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경철 경제평론가가 공동 주최했고, 조국 서울대 교수, 배우 김여진 씨, 방송인 김제동 씨, 법륜 스님 등이 게스트로 참여했다.

주최 측이 밝힌 청춘 콘서트를 만든 계기는 당시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과 사회에 만연했던 비싼 대학 등록금에 대한 성토 분위기 등이었다. 이에 콘서트 강연자들은 ‘인생과 사회에 대한 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취지로 무대에 올랐다. 그러면서 청춘 콘서트는 단 3개월의 짧은 진행 기간 동안 전국 대학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청춘 콘서트를 벤치마킹한 각종 강연 콘서트가 속속 나타나기 시작한다. 청춘콘서트의 호황에 대해 이연주 한국청년유권자연맹 운영위원장은 “최근 대학등록금이나 고실업 등 청년세대가 처한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 이 시대 청년들은 자신의 꿈을 위해 다른 어느 세대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봉사와 나눔에서도 멋과 재미를 추구하는 유쾌한 세대”라며 “청년세대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들이 강연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청춘콘서트의 인기비결로 청중이 사회 진출 직전 청년들이어서 강연이 ‘멘토’(강연자)와 ‘멘티’(청중) 구도에서 일종의 ‘멘토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꼽는다. 멘토링이란 조언자, 상담자, 후원자 역할을 하는 멘토가 멘티를 이끌어주는 활동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오디세우스가 전쟁에 나가기 전 아들을 보살펴달라며 친구에게 맡겼는데 그 친구의 이름이 바로 멘토였다. 유래에서 보듯이 원래 멘토링은 일대일 구도가 기본. 우리나라에서는 교회 등에서 일부 있었던 것이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과 대학에서 멘토링 개념을 도입해 청년들의 인재육성의 하나로 활용하며 유행했다. 그랬던 것이 일대다수의 구도로 강연 콘서트에 녹아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멘토링 강연의 주요 콘텐츠로 선택되고 있는 것이 ‘힐링’(마음의 치유) 트렌드다.

청춘콘서트에 참여한 대전소재 대학교 2학년 김세호(23·남) 씨는 “강연자들이 막연히 ‘열심히 하면 된다’고 푸시하기보다는 선배와 대화를 나누듯 청년들의 문제에 공감해 주면서 해법을 제시한다”며 “청중으로 앉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소재 대학교 4학년 휴학 중이라고 밝힌 신대희(25·여) 씨도 “취업준비 공백기를 없애기 위해 휴학을 한 상태라 불안했지만 얘기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나와 같은 고민을 이기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한 멘토들이 함께 공감해 주니 막혔던 체증이 내려간 듯하다”라며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청춘 마케팅의 한계, “위로는 청춘의 답이 아니다”

 

 

기존에 제대로 세상의 주역인 적이 없던 ‘청춘’이 세상 속으로 등장하면서 이들을 위한 마케팅이 활개를 띄고 있다. 이른바 ‘청춘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는 것. 기업에서는 광고, 뮤지컬, 음식, 여행 등 청춘의 심리를 이용해 공감과 위로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이 같은 청춘 마케팅이 그 목적을 상실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1일 영화감독 변영주 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책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정말 개 쓰레기”라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 변 감독은 이어서 청춘 에세이에 대해 “왜 그걸 팔아먹나? 아픈 애들이라며? 내용과 상관없이 애들한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무가지로 돌려야 한다. 아니면 보건소 가격으로 해 주던가”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김난도 교수는 10월 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쓴 김난도입니다. **인터뷰에서 저를 두고 ‘*같다’고 하셨더군요. 제가 사회를 이렇게 만들었나요? 아무리 유감이 많더라도 한 인간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는 필요하지 않을까요? 모욕감에 한숨도 잘 수 없네요”라는 글을 올려 공개적으로 변 감독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후 변 감독이 김 교수에게 사과해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이들의 설전을 두고 누리꾼들은 갑론을박을 펼쳤다.

김 교수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누리꾼들은 “김 교수의 책은 20대인 내 삶에 있어 큰 용기를 주었던 책이다”, “나에겐 위로가 된 책이다. 그 책을 읽고 한 청춘이라도 변화되었으면 가치가 있지 않은가?” 등의 글을 통해 김 교수에게 위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편 변 감독의 발언에 동의하는 누리꾼들도 상당수이다. 트위터러 @doa***는 “변 감독의 발언. 사실 나도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일 때 잠깐 김난도 교수를 옆에서 본 적이 있는데. 청춘의 아픔에 대한 고민은 없고 판매부수에만 관심이 있는 모습이었다”라는 글을 올려 변 감독에게 동조했다. 또 다른 트위터러 @free**도 “세상의 그 무엇이든 누군가에게는 똥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돈이 된다”며 “변영주 감독은 그 메시지가 사회적 의미에서 무가치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라는 글을 올려 변 감독을 지지했다.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것이 진정한 위로

최근 경기악화로 따른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자신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는데 청춘들이 끌리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섣불리 청춘을 위로하는 형태는 단순한 ‘힐링’에 그 목적을 다한다. 최근 청춘 에세이를 읽었다는 페이스북 아이디 kpo****는 “책을 읽은 순간에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도 있구나’하고 위로를 받았는데 다 읽고 나니 허무하다. 책을 읽고 난 세상은 변한 게 하나 없기 때문”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포털사이트 DAUM 취업뽀개기 카페의 아이디 coco***도 “나만 아픈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이 됐지만, 이게 책 내용의 전부이다. 다 아픈 중에 이겨야 하는 게 현실이거늘”이라며 청춘 에세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청춘 마케팅이 단순한 힐링에 그치는 상황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까? 정신과 전문의들은 최근 힐링 바람이 부는 것은 역설적으로 국민들이 육체적·심리적으로 매우 피곤하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한다. 이어서 힐링이라는 일시적 트렌드에 혹하면 되레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고 입을 모았다. 힐링 열풍이 지나치면 되레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점점 낙오되는 듯 개인의 패배감이 팽배해지면, 결국 순간의 쾌락에 빠지는 영혼 잃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것이 사회 병리 현상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덧붙여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큰 청춘의 때일수록 상황은 심각해진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특성상 힐링 트렌드 역시 지나치게 상업화되어, 구성 모두가 너무 아픈 점만 내세워 부추기면 자칫 자기 합리화에 빠질 수 있다. 특정한 상품이나 일시적인 콘서트 등에 의존해서 치유나 위로를 받기보다는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진정한 위로라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빛나는 청춘의 꽃다운 시기에 사랑마저 유예할 수밖에 없는 상당수의 청춘들에게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라고 언제까지 말할 수 있을까? 아프니까 청춘인 것이 아니라 아프지 말아야 하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할 시점이며, 이들의 꿈과 도전은 용기일 수는 있어도 만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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