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 김용호 기자
  • 승인 2013.01.28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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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이 아닌 인생으로 엮인 가족사(史)
[이슈메이커=김용호 기자]

[가족 Ⅰ] 애정(愛情)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혈연 중심의 대가족만을 고수하던 한국 사회는 점차 핵가족을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다가, 현재는 입양가족, 편부모 가족 등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는 공동체 가족까지도 가족으로 여기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의 변화는 한국 사람들의 인지적 변화로 국한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머리로는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러한 가족을 만드는 것은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 ‘가족’. 신년을 맞아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알아봤다.

 


 

영화 속에 녹아들은 시대별 가족의 변화

1970년대 가장 대중적인 장르였던 액션 영화는 가족으로 대표되는 공동체의 붕괴와 복원을 중심에 두고 있는다. 가족을 붕괴에 이르게 한 악당에 대한 복수가 바로 그것이다. 가족의 붕괴, 민족의 상실, 경제적 무능력, 의리의 붕괴 등과 같은 손상된 남성성으로부터 출발해 마침내 이를 복원함으로써 가족주의의 담론은 완성된다. 강력한 근대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던 1970년대에 액션 영화에서의 ‘가족’은 그 자체로서의 의미와 ‘민족’에 대한 은유적 의미를 내포하며 ‘가족과 민족의 수호’를 통해 남성적 덕목을 재확인하고 민족주의적 가부장, 민족주의적 산업전사로 남성을 호명했다. 정소영 감독의 <미워도 다시 한번 1971作>과 같은 가족멜로드라마는 가부장적 가족 내에서 여성이 겪는 불합리한 고통을 전경화(前景化) 하는 장으로 작동하지만, 그럼에도 가족은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반드시 수호되어야 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에 반해 1980년대 영화에서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온전치 못한 상황으로 나타난다. 이들 영화에서 가족관계는 도시에서 힘들게 벌어 고향으로 송금하는 식의 굴레로 작용한다. 이원세 감독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81作>에서 가족의 보금자리는 철거라는 물리적 폭력 앞에서 허물어져 갔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고향과 가족을 벗어날 수 없는 굴레로 표현한 80년대 영화는, 고도산업화시기에 한국의 하급계급 딸들은 가족의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찍 사회로 진출 했고 이러한 이유로 훈훈한 고향의 정서와 영혼의 안식처인 가족은 표현되지 않았다.

1990년대는 가족의 존재가 부재한 시기였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유행은 영화에서 주요 갈등의 축을 ‘가족 문제’에서 ‘결혼 문제’로 옮겨가게 한다. 대가족제도의 붕괴라는 사회 현신을 반영하듯 가족구성원간의 갈등보다는 남편과 아내의 갈등이 주요 관심사가 되고 가족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아내는 과거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직장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는 반면, 남편은 그러한 사회적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과거의 관습 때문에 아내와 갈등을 일으키고 가정만큼이나 직장도 이들의 주요공간이 된다. 이러한 가족 부재의 경향은 1990년대 후반 장윤현 감독의 <접속 1997作>, 김유진 감독의 <약속 1998作>등의 멜로 장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1990년대 후반 한국 영화의 공통적인 시사점은 고아의식으로 볼 수 있는데 이들 영화들에서는 가족에 대한 의식과 공동체 의식은 물론 가족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

2000년 이후 제작, 상영된 한국 영화 속 ‘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사랑을 이상화 하며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랑에 있다’고 직·간접적으로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러한 영화들에서 재현된 사랑은 ‘여·남’ 관계 속에서만 한정돼 존재한다. 이들에게 결혼은 영화 결말에 잠깐 등장하는 에피소드로 인식되고 가족은 부재한다. 가족이 나온 영화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가장 큰 원리인 이중적 규범으로 적용된 일부일체제의 비현실성을 고발하고, 위기에 처해있는 결혼제도와 가족제도의 해체를 영화 속에 재현시켰다. 또한 미흡하나마 기존의 정형화된 가부장적 가족의 틀을 탈피한 진일보한 대안가족 형태를 제시했다. 즉 동거, 비혼모(非婚母)와 동성애 같은 미래 지향적 가족들의 형태들을 영화 속에 도입한 것이다.

 

제도 밖 가족들, 비(非)혈연공동체

미래에 증가할 유형 중 하나는 비(非)혈연적 유대로 연결되는 가족 혹은 공동체가족라고 미래학자들은 전망했다. 미래학자들은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혈연집단이 공동체를 형성하며 새로운 가족유형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그룹 홈, 공동체(communes) 동거 등 비(非)혈연공동체가 증가하며 재혼으로 계부모가족, 혈연관계 없이 동거하는 취미가 같은 동호인들 모임인 공동체그룹 등 비(非)혈연공동체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강원대학교 배정희 교수는 비(非)혈연공동체 가족유형을 패치워크가족이라고 정의했다. 패치워크는 쓸모없는 작은 천 조각을 잘 배치하고 째매 아름답고 실용적인 작품으로 만드는 수공예를 말하는데 패치워크가족은 조각보처럼 여러 인간관계가 복합적으로 구성돼가족적인 유대감을 이루는 공동체를 의미한다.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의 가족 실험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는 스스로를 ‘꾸러기 395’라고 칭하는 공동체가 있다. 395는 그들이 사는 집의 번지수다. 이 집에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남녀 7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당초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마을 운동과 공동체에 뜻을 같이했던 4명이 터를 잡았고, 이후 취지에 공감하는 친구들 3명이 더 모여들었다. 거창한 수준의 공동체마을은 아니지만 이들이 지향하는 삶의 목적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들은 집의 외부로 난 창을 활용해 주민들을 위한 전시 공간을 꾸미고, 봄이면 동네주민과 친구들을 초대해 작은 마을 잔치를 열기도 한다. 아직은 미미한 시도이지만 공동체를 구성하고 마을 주민과의 교감과 소통을 위해 분투 중이다. 하지만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욕구와 시도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연세대 조한혜정 문화인류학 교수는 “전형화된 형태로서의 가족은 점점 그 의미가 퇴색되고 개인에게 개별화된 맥락으로서 가족이 등장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면서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표준 가족은 실제 전체 가족의 절반 이하이며, 앞으로도 그 비중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2010~2035년 장래가구추계’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23.9%로 2인 가구(24.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그러다 올해에는 25.3%로 2인 가구(25.2%)를 웃돌 것으로 예측됐다. 1인 가구 비중은 오는 2035년에도 34.3%로 가장 많은 가구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표적 가구 형태였던 4인 가구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22.5%로 3인 가구보다는 높았지만 2035년이면 9.8%에 그쳐 1·2인 가구는 물론 3인 가구(19.4%)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퀴어(Queer)문화의 확산, 차별받는 현실

우리나라에서도 동성가족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통로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게이인권단체인 친구사이,성소수자위원회,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 등의 활동과 해마다 열리는 퀴어(Queer)문화 축제는 동성애에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세계적으로도 등성부부를 합법화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으며, 동성부부와 자녀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007년 우리나라 대통령선거에서 한 후보는 사실혼, 동거커플, 동성애커플, 비(非)혈연생활공동체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하자는 안을 내놓았을 정도이다. 이에 대해 책 <쿠발란카(Kuvalanka)와 동료 2004作>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 트랜스젠더 부모들을 통합해서 일컫는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부모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았다.

등성애부부와 동성애가족의 부모자녀관계에서 여러 학자가 지적하였듯이 쿠발란카와 동료는 문헌고찰을 통해 동성애가족과 이성애가족의 부모 자녀 간 상호작용은 이성애가족과 비교해 차이가 거의 없으며, 동성애가족에서도 자녀는 건강하고 행복한 어린이로 성장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이들에 대한 법적인 차별이 이들 가족의 가장 큰 스트레스 원인이 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법적 차별은 오늘 내일의 일만은 아니다. 이미 2007년 9월 17일 발행 된 연세춘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자들은 법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예를 들면 동성배우자는 수술여부와 치료여부 등 모든 의료과정에서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하며, 의료보험, 국민연금 같은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도 차별받는데 현행법으로 동성애가족의 의료결정권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경우 피부양자 대상의 인정범위가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같은 혈연가족 개념에 근거하기 때문에 동성애가족과 같이 생계를 함께하지만 혈연가족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가족구성원은 피부양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게다가 실질적인 가족인데도 배우자와 보험료를 따로 내기도 한다. 혈연관계와 이성애관계를 중심으로 한 현 가족제도는 동성애가족뿐만 아니라 장애인공동체 같은 다양한 생활공동체를 제도적으로 차별하고 있다.

 

 

‘자발적 싱글맘’의 증가

부부가 이혼해 부모 중 어느 한쪽이 아이를 맡아 키우는 편부모 가정도 급격히 늘고 있다. 이들은 ‘싱글맘(Single Mom)’. ‘싱글대디(Single Dady)’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혼율이 높아지는 만큼 편부모가정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에 따르면 “2012 통계청 e-나라지표 결과를 통해 나타났듯이 전체 1,768만 가구 중 169만 가구(9.3%)가 편부모가정 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혼 뒤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여성인 ‘싱글맘’과 또 다른 의미의 ‘자발적 싱글맘’도 등장했다.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낳아서 키우고 싶어 하는 여성을 말하는 비(非)혼모는 2008년 정자를 기증 받아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진 방송인 허수경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자발적 싱글맘’인 ‘비혼모’에 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호주제 폐지로 엄마성을 따를 수 있게 되면서 사회적인 위치나 경제적인 여건을 갖춘 미혼 여성들 사이에서 자발적 비혼모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011년 30~40대 미혼남녀 402명에게 조사한 결과 여성응답자 215명중 63.7%가 ‘여건이 된다면 고려해볼만하다’고 응답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미혼모는 TV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2008년 방송된 있는 KBS 2TV 드라마 ‘싱글파파는 열애중’은 결혼하지 않고 낳은 아이를 혼자 키우는 ‘비혼부’ 남성의 이야기를 다뤄 당시 큰 화제가 됐다.

결혼이라는 합법적 제도를 거부하고 ‘동거’의 형태를 택한 미국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이들 부부는 둘 사이의 아이뿐 아니라 입양한 아이들로 대가족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가부장적 가족형태가 급속히 무너지는 한편 서구화된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해 변화된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 2006作>에서 보면 “나한테 왜 그래?”라며 모든 등장인물들이 말 한다. 어쩌면 이 대사는 가족이라는 미명하에 태생으로 엮이면서 진정성 없이 진솔한 자신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현대가족들을 표현하는 것 같아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달라지는 가족은 구성보단 의미에 초점을 두며 바뀌어 가고 있다. 이에 묻고 싶다. 당신에게 진정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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