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로 골머리 앓는 대한민국
'찌라시'로 골머리 앓는 대한민국
  • 김용호 기자
  • 승인 2013.01.28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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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고급정보 월 400만 원에 거래되기도
[이슈메이커=김용호 기자]

[Social Focus] 루머의 근원 증권가찌라시

 

지난 2005년 3월 '연예인 X파일'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대더적인 단속에 나선 이후 잠잠해졌던 '찌라시'가 악성 유언비어의 근원으로 2013년 다시 언급되고 있다. 특히 검찰에서 사이버애널리스트 등 허위 정보 제공자를 강력 단손하기 시작했고, 이에 시장 질서를 흐리는 '찌라시'가 강력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온라인 메신저 활성화 대량 유통 가능

우리가 보통 전단지를 말할 때 ‘찌라시’라고 일컫는다. 이는 일본어 ‘치라시(ちらし)’에서 온 말로 ‘散らす(흩뿌리다)’의 명사형이다. 말 그대로 여기저기 흩뿌리는 ‘광고지나 전단지’를 의미한다.

1980년대에는 각 증권사가 ‘월요 정보팀’, ‘화요 정보팀’ 식으로 요일마다 나뉘어 술집 등에서 국회의원 보좌관, 정보 경찰, 국정원, 기자 등을 만나며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정보보고’용으로 만들던 문건이다. 초창기에는 주식종목 분석을 위해 종목 정보가 중심을 이뤘으나 1990년대 초반 여의도 정치권 소식까지 가세하면서 종합 소식지로 탈바꿈 됐다. 일각에서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작전을 목적으로 최초로 나왔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 그 근원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현재의 ‘찌라시’는 새로운 정보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상태다.

사실 지금이야 인터넷이 기본이라 모든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1980년대는 종이를 통해 소수의 사람만이 ‘찌라시’를 이용했다.

그럼 여기서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가본다면, ‘찌라시’는 허위사실 즉 루머만 가득 담겨 있는 걸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요즘은 이러한 루머성 소문까지 ‘찌라시’라고 같이 묶어서 칭하기는 하지만 ‘사설 정보지’라 불리는 중요정보지는 따로 있다.

대표적으로 기자, 보좌관, 기업체 비서 또는 IR팀, 운용사 매니저, 연예계 종사자, 명동 등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 팀을 모여서 서로의 정보를 모은다. 이렇게 모인 정보 또는 소문을 서로 모아 취합해 그걸 정보지로 만들어 그들끼리 공유하기도 하지만 수백억대의 재산가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정보지’는 정보의 가치가 높을수록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찌라시’는 대부분 1~2주에 한 번 나오며, 간혹 1주일에 두 번 나오는 곳도 있다. 가격은 한 달 기준으로 평균 50만 원 안팎이다. 현재 시장에 알려진 ‘찌라시’는 15개 정도 발행되고 있다. 뒷말로 명동 큰손들이 주로 보는 ‘정보지’들은 월 500만 원짜리에 해당한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에게 그것도 대중들에게 ‘찌라시’가 직접적으로 화제가 된 건 언제부터 일까? 증권맨들을 대상으로 나온 최초의 메신저인 미스리메신저라고 보면 된다. 이 미스리메신저는 흔히 우리가 쓰는 카카오톡처럼 증권맨들에게 주류로 자리 잡혀 아직도 굳건히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 이후 인터넷이 점차 발달하면서 미스리메신저는 일반 사용자에게도 그 정보가 넘어갔고,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찌라시’가 생성되는 것이다.

 

확인 절차 없는 무분별한 루머 난립

최진실씨 자살 사건 역시 메신저를 통한 연예계 찌라시가 발단이 됐고 가수 나훈아씨의 신체 일부 절단설 역시 ‘찌라시’에서 나온 소식이다. 또한 2005년 대한민국 누리꾼들을 달궈놨던 연예인 X파일 2탄, 3탄 등 꾸준히 연예인 관련 각종 루머와 뒷이야기들이 공유되고 있고 확인되지 않은 기업간의 인수합병(M&A) 소식도 쏟아지면서 해당 종목들이 이상 급등하기도 한다. ‘찌라시’의 파급력이 폭발적으로 커진 것은 온라인 메신저가 활성화되면서부터다. 하지만 파급력이 막강해진 만큼 그 안에 담긴 확인되지 않은 소문 역시 빠르게 확산된다. 찌라시가 모든 악성 루머의 근거지로 불리는 것도 그래서다.

기업들도 사실 이 ‘찌라시’를 무시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전혀 말도 안 되는 억측일지라도 ‘찌라시’가 한번 돌고 나면 주가나 이미지가 흔들릴 수 있다. 메신저 등을 통해 돌고 돌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될 내용들이지만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주기적으로 돈을 주고 ‘찌라시’를 구독하고, 이는 다시 ‘찌라시’ 업체들이 생존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파급력은 커졌지만 신빙성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한 기업체 홍보실 관계자는 “정치나 연예계 관련 내용은 아직도 볼 만한지 모르겠지만 경제 관련 이슈나 기업 관련 내용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면 아닌 경우가 많다”며 “지금은 경영진에게 참고사항으로만 보고를 올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흉흉한 루머의 발원지 ‘찌라시’를 없애고자 하는 각계각층의 노력은 항상 있었다. 이유는 ‘찌라시’의 특성상 정권에 긍정적인 내용보다는 부정적인 소문이 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여러 번 증권사 ‘찌라시’를 단속했다. 그러나 항상 그때 뿐, 다시 살아났다. 정부 단속으로 일시적으로 종적을 감췄던 찌라시는 경영 리포트나 분석지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건재하다. 파일 복사가 안 되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안을 강화했지만 메신저를 통한 전파는 막지 못하고 있다. 대량으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출처 파악이 어렵고, 단순히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박창호 교수는 “증권가의 소문들이 확인 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고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인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밝혔다.

단속이나 제도적 보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태일 것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사생활 침해는 누군가에게는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증권가 찌라시’라는 방패막을 이용해 자신의 이야기에 신뢰도를 더하려는 호사가들의 반성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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