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휘자 금난새, “꿈꾸면 노력하고 돈키호테와 같이 도전하라”
[단독] 지휘자 금난새, “꿈꾸면 노력하고 돈키호테와 같이 도전하라”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3.01.28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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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와 국민과의 교감 위해 ‘클래식 길잡이’로 나섰다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Cover Story] 지휘자 금난새
 

“꿈꾸면 노력하고 돈키호테와 같이 도전하라”

작곡가와 국민과의 교감 위해 ‘클래식 길잡이’로 나섰다

 

 

 

 

한 소절의 클래식 연주가 끝난 뒤, 바이올린 소리가 아닌 지휘자의 목소리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이 지휘자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선율의 황홀함속에 길을 잃지 않도록 때로는 방향을 알려주고,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조언한다. 자연스럽게 관객들은 예상치 못한 장소에 숨겨진 보물을 찾듯이 귀를 쫑긋 세워 음에 숨겨진 보물을 찾으려 노력하고, 숨겨진 보물섬을 찾은 아이처럼 다음 비밀을 찾기 위해 조용히 눈을 감고 악기들의 화려한 울림을 느끼기도 한다. 넓은 객석을 가득 채운 음색은 또 다른 전율을 느끼게 함에 충분하다. 도전을 즐기는 지휘자. 누구보다 관객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금난새 지휘자의 공연이다. 그의 클래식 공연은 ‘어렵다’, ‘지루하다’라는 고정관념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지휘자는 끊임없이 고뇌하고 곡과 씨름한다. ‘작곡자의 의도가 무엇일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들은 오선지에 숨겨진 수많은 의미를 해석하고 자신만의 표현과 의미를 찾기 위해 자신의 감각을 총동원한다. 때문에 지휘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Creativity’라 말한다. 말 그대로 창조력이다.

 

 

교향곡은 한편의 ‘드라마’

 

 

최근 펴낸‘금난새의 교향곡 여행’에서 말러의 장을 추가하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저는 지휘자잖아요. 아무래도 세상의 모든 작곡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음악적 수준이 성장하고 있는데 언제 까지나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국민들이 좋아해 주시겠다’는 작곡가를 추가했죠. 최근 들어 국내에도 말러의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곡 해설과 함께 넣게 됐어요.”

 

 

해설이 곁들어진 탓에 더 쉽게 교향곡을 이해할 수 있겠네요. 특별히 추천하시는 작곡가가 있으세요?

“클래식에도 다양한 작품이 있고 작곡가들이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요. 그래서 교향곡은 ‘어렵다’, ‘지루하다’라는 평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랑이야기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설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잖아요? 처음에는 로맨틱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편하게 접하면 교향곡의 묘미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대가 급변하는 만큼 음악도 형식에서 자유로워지고 로맨틱한 새로운 시대가 나타나면서 낭만을 추구하는 작곡가들이 나타났어요. 드보르작이나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접하시게 되면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사랑의 감정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아! 이 작곡가의 작품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는 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음악을 통해 ‘사람냄새를 느낄 수 있다’란 점이 흥미롭네요. 작곡가마다 작품에 자신의 인생을 투영한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그렇죠. 모차르트나 베토벤은 단순히 소리로만 곡을 만든 게 아니잖아요? 그 안에는 이야기가 있고 자신만의 감정을 속으로 눌렀던 거죠. 슈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곡을 썼다고 말할 정도로 음악 속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어요. 일례로 쇼스타코비치는 제가 생각할 때 20세기의 베토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에는 스탈린 시대의 예술이 통제된 시기에 정부가 요구하는 요건에 맞춰가면서 어떻게 음악적으로 뒤처지지 않는 작품을 만들까란 고뇌가 담겨 있어요.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시대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두 가지 고민이 공존한 것이죠. 결국, 쇼스타코비치가 찾은 해답은 곡 안에 보물찾기처럼 자신의 의도를 숨겨놓은 거예요. 그의 곡을 살펴보면 때로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해요. 대표적으로 그의 작품인 현악사중주는 나치즘에 죽어간 유대인 박물관에 가서 본 감정을 곡으로 표현한 거예요. 그런데 자신도 역시 파시즘에 자신이 희생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곡속에 자신의 신세를 표현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렇다면 곡을 이해한다는 것은 작곡가의 인생을 표현한 한편의 드라마를 해석한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하겠군요.

“곡에는 작곡가들의 인생뿐만 아니라 유머와 재치도 곁들여 있어요. 재미있는 점은 작곡가들이 자신을 찾아봐 달라고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바하는 독일어로 ‘BACH’인 자신의 이름을 ‘시∙라∙도∙시’로 표현해 작곡한 작품이 있어요. 곡속에 자신이 숨어 있는 셈이랄까요? 앞서 말씀드린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DSCH’인데 독일어로 ‘레∙미∙도∙시’라는 자신의 이니셜로 노래를 썼어요. 즉 작곡가가 곡을 통해 의미부여를 하고, 연주자는 그 드라마를 찾아내는 사람이예요. 작곡가가 어떤 의미라고 설명하지 않으니까 어떤 사람들은 ‘아~ 그런가보다’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왜 그랬는지를 알게 되는 거죠. 인생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은 지나칠 수 있는 것도 누군가는 의미부여를 하고 하나의 작품화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평범과 비범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웃음) 특히 로맨틱한 음악들은 숨겨놓은 메시지가 더 풍성해요. 작품 속에 로맨틱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아닐까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길이 있다

 

 

작곡가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일반인들이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기획하신 거군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천명의 관객이 있는데 앞으로 우리가 ‘어떤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할 겁니다. 들어본 분이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보통 백 명이 안 되는 분이 들어봤다고 하세요.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은 관객만이 그나마 곡을 들은 상태인데 아무런 설명 없이 의무적으로 연주만 한다면 어떻게 곡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완전한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약간의 ‘팁’을 드리는 거예요. ‘작곡가는 이렇게 곡을 썼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귀뜸하면 들으시는 분들이 곡에 관심을 갖고 듣게 되죠. 어떤 관객은 ‘아! 그렇구나’ 감탄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나는 다르게 느껴지는데...’라고 말이죠. 결국 서로 의견을 나누고 다른 의견으로 듣는 관객들이 많아지면서 클래식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아지게 됐어요. 더 나은 도움을 드리기 위해 제 입장에서 곡을 해석한 것을 책으로 내기도 했고요. 그런데 국민들의 목마름이 많이 컸나봅니다. 책이 좀 잘 팔렸다고 해야 되나요?(웃음) 평범한 사람들도 클래식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저 나름의 방법입니다.”

 

 

어떤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분야에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도전’의 중심에 둔 최고 가치가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작년에만 150회 공연을 소화했어요. 국내에 저 만큼 많은 공연을 한 지휘자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입니다. 공연을 하고 청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저 혼자 계속 찾아온 것이죠. 제가 추구한 가치와 성공을 하면서 생각해 보면 아직 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거잖아요? 남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만 얹기보다 독창적인 과정으로 제 나름의 길을 만들기를 좋아해요. 그 중심에는 항상 ‘관객의 만족’이라는 사항이 존재합니다. 저와 관련된 사람들이 행복하면 저도 행복해 지지 않을까요?(웃음).”

 

 

 

 

‘도전’에는 ‘행동’이 수반되어야 하죠. 돈키호테와 같은 선생님의 도전으로 인한 결과물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제주뮤직아일페스티벌을 소개하고 싶네요. 여타 페스티벌들이 정부의 예산을 받아서 페스티벌을 했다면 저는 정부의 예산 없이 9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해서 얻어낸 성과죠. 누가 이런 일을 하겠어요? 그냥 있어도 예산이 나오고 편안하게 공연 할 수 있는데 말이죠. 놀라운 사실은 투자가치가 없으면 지원을 해주지 않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 도전의 가치를 기업들이 알아봐 주신 거죠. 제주 뮤직아일 페스티벌은 실내악입니다. 국내에서는 실내악이라고 하면 들으러 오는 사람이 없었는데 제가 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이제는 유러피언 페스티벌 어소시에이션(EFA : European Festivals Association)에 가입이 됐어요. 국가에서 도전해도 되지 않던 것이 한 사람의 도전으로 이뤄진 거예요. 놀랍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클래식의 본고장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하겠다’는 선생님의 발상이 놀랍습니다.

“작년 맨해튼에서 페스티벌을 연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한국에서 페스티벌 하는 것은 당연한데 맨해튼에서 이뤄낼 줄은 상상도 못했겠죠. 저는 누가 만들어 놓은 것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개척하는 도전을 즐깁니다. 맨해튼 페스티벌은 우리나라 대기업이 상품을 수출하듯, 클래식 페스티벌을 유럽에 수출하는 형태예요. 이것은 놀라운 사실입니다. 전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아요. 마지막으로 이뤄질지, 이뤄질지 않은지도 모르지만 유럽 쪽에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구상중에 있습니다. 국민들이 보시기에 ‘금난새는 보는 관점이 다르다’, ‘금난새는 창조적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다’라고 보시는 게 맞겠네요.”

 

 

행복을 전하는 작곡가, 감사를 연주하는 지휘자

 

 

남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블루오션을 창조하는 인물이기에 때로는 음악계의 안타까운 면도 보이실 텐데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벤처 오케스트라인 유라시안 필하모닉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주위의 격려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보란 듯이 잘 해내고 있잖아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도전을 겁내면서 현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있어요. KUCO(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의 경우를 설명해 보죠. 비 음악전공자들이 음악에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죠. 말 그대로 다이아몬드 원석을 못 알아보는 거예요. 과연 이 학생들과 공연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까요? 시간 낭비일까요? 저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음악의 발전을 위해 음악전공자들의 노력과 발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활성화 되어야 다방면에서 음악이 발전할 수 있어요. 학생이 요청하기 전에 정부나 관련자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제가 5년 전 아이들을 데리고 보스턴에 갔어요. 보통 우리나라 오케스트라가 뉴욕으로 공연을 가는데 안주하는 사고방식이죠. 보스턴에 가서 하버드, MIT를 가서 학생들이 연주를 해보는 것이 큰 추억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학생들의 우수한 음악성을 알리고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마케팅이죠! 돈을 써가며 공연하는 시기는 지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거죠. 저는 이런 형태를 싫어합니다. 저와 함께 공연한 아이가 ‘꿈’을 가질 수 있다면 이것으로 만족합니다.”

 

 

‘나와 관련된 사람들의 행복을 추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 인생에 있어 진정한 행복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거 참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저는 가끔 단원들에게 이렇게 질문하곤 해요. 차이코프스키가 이런 위대한 곡을 썼다는 것에 고맙고 감사하지 않나요?. 이어서 말하죠. ‘저는 항상 감사한다. 이들의 훌륭한 작품이 있기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라고 말입니다. 어떻게 이런 아름다운 곡을 썼는지 그리고 위대한 유산으로 남겨줬는지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제 공연에 와보시면 아시겠지만, 청중에게도 이 말을 건네요. ‘여러분이 우리의 연주를 관람하고 쳐주시는 박수와 환호 속에는 위대한 곡을 작곡한 작곡가의 몫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우리가 훌륭한 연주를 했을 수도 있지만 훌륭한 작품이 있기에 오늘의 음악이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대담/안수정 기자, 글/류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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