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민자사회기반시설(SOC)사업의 겉과 속】
【Zoom In-민자사회기반시설(SOC)사업의 겉과 속】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3.01.28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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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민자 SOC사업에서 줄줄 새는 혈세

 

검증 시스템 마련 등 불합리한 요금 체계 개선 방안 마련 절실

 

민자사회기반시설(SOC)사업(이하 민자사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덜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 경감과 편의 증진을 위해 긴요하지만 현재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민자사업의 ‘수입보전’을 위해 쓴 세금이 2조원을 넘는다. 국토해양부가 국회 국토해양위 문병호 의원(민주통합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5개 민자 도로·항만사업에 최소수입운영보장(MRG)으로 2조 897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수요를 잘못 예측하고 과다하게 수익을 보장해 준 탓에 해마다 막F대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소운영수입보장(MRG)가 10~20년이나 남은 8개 민자 고속도로에는 앞으로도 국고에서 수조원을 더 보태줘야 하는 실정이어서 앞으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상

인천공항고속도로가 개통한 지난 2000년 이후 정부나 각 지자체가 고속도로와 항만, 철도 등 민자사업에 쏟아 부은 손실 보조금은 2조8,646억원에 이른다. 정부 운영 민자도로와 지자체 민자도로에만 각각 1조9,250억원, 2,226억원이 들어갔다. 2007년 이후 인천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 등 철도 분야에도 6,712억 원이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명목으로 날아갔다. 2004년부터 5개 민자 항만에는 458억원이 투입됐다. 이처럼 막대한 혈세 보전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자 사업자들은 경영개선을 명분으로 통행료를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지난 12월 27일부터 전국의 8개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를 노선별로 100~400원 일제히 인상했다. 1년 1개월 만이었다. 고속도로별 통행료 인상안은 인천공항고속도로가 7천700원에서 8천원으로, 서울 외곽은 4천500원에서 4천800원, 인천대교는 5천400→5천600원, 서수원~평택 2천900→3천100원, 천안~논산이 8천700→9천100원, 대구~부산이 9천700→1만 100원, 부산~울산 3천700→3천800원, 서울~춘천 6천300→6천500원 등이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역시 통행료가 인상되었지만 5년만의 인상일 뿐만 아니라 인상폭도 소폭에 그쳤다. 하지만 민자도로의 경우 비난 여론이 특히 심했던 2010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통행료가 인상됐다. 현재 민자도로 통행료는 같은 거리의 도로공사 통행료에 비해 최대 3배가량 비싼 수준까지 왔다.

이에 해당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의 반발 목소리가 높다.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는 성명서를 내고 “민자사업으로 건설된 서울외곽순환도로 경기북부 구간은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한 남부 구간보다 2.5배가 높은 불공정한 통행료를 징수하는 실정”이라고 밝히며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민자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정부의 행태에 경기북부 주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정부는 통행료 인상을 즉각 철회하고 형평에 맞게 통행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문병호 의원은 이에 대해 “민자고속도로는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국도보다 최대 3배나 비싼 통행료를 책정해 왔고 이번 인상으로 인해 대구부산고속도로는 통행료가 1만원을 초과하게 됐다”며 “정부는 민자고속도로가 국민의 혈세로 이뤄진 거액의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도 또다시 몇 배나 비싼 통행료를 징수해 국민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주는 지금의 불합리한 요금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민자사업으로 포장만 됐을 뿐

국토해양부 소관 민간투자사업 가운데 6개 대형 사업은 공기업·국민연금 등 공공부문의 출자 비율이 50%를 넘어 사실상 공공투자사업인데도 ‘민자사업 수익성 보장’을 내세워 이용자들에게 비싼 요금을 부담시키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울산 고속도로 민자사업은 한국도로공사와 국민연금공단이 100% 지분을 갖고 있고, 신분당선 정자~광교 복선전철 민자사업의 경우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80%를 보유하는 등 공공부문 지분이 50%를 넘는 대형 민자사업이 6개에 이르렀다. 민간자본의 투자가 전혀 없거나, 있어도 참여비율이 낮은 사업이 민자사업으로 포장돼 있는 것이다. 민간의 투자를 촉진해 효율적으로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꾀한다는 민자사업의 취지에 전혀 맞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민자사업에는 애초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가 적용됐다. 하지만 이 제도가 ‘혈세 먹는 하마’로 비판받아 폐지되면서 민간의 투자가 시들해지자 공공부문이 총대를 메고 사업에 참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인천공항철도처럼 턱없이 부풀린 수요예측을 내세워 건설했다가 이용객이 없어 적자보전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아예 공공부문(철도공사와 국토해양부)이 인수한 사례도 있다. 민간투자가 미미해 사실상 공공투자사업으로 건설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민자사업이라는 것을 내세워 이용요금을 비싸게 물리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정부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민자 도로나 철도 건설이 불가피한 듯이 민자사업을 더욱 늘리고 있는 것이다. 건설비를 민간에 부담시켰다가 운영적자를 메워주느라 더 많은 혈세를 퍼주게 되면 결과적으로 재정에 더 큰 부담이 되는 꼴이다.

 

민간사업 투명한 공개 이뤄져야

더욱 문제인 것은 ‘담합과 밀어주기’가 횡행하는 건설업계 관행과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정보공개를 꺼리는 민간기업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9호선 14공구 공사비는 일반발주 보다 25%가량 높게 계약됐다. 일반 경쟁입찰의 평균 낙찰률이 64%라면, 턴키공사 14개의 전체 평균 낙찰률은 88.9%에 이른다. 이중 낙찰률이 높은 5개 공사의 평균 낙찰률은 수의계약이나 마찬가지인 98.3%다. 지하철 9호선은 903공구와 909공구 등 2개 공구에 대해 담합이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71억원을 받기도 했다.

이를 차단하려면, 정부 조달절차를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개방해야 한다. 수요예측 실패 등으로 비용이 늘어나는 등 사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설계 감리 시공회사에 시민이 직접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공사가 언제 입찰이 이뤄졌는지 제대로 살피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공사 입찰과정에 시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전문가의 의견이나 관점도 중요하지만, 실제 이용하는 사람과 돈을 내는 사람은 시민이다.

미국은 대중교통 건설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제정한 ‘종합유상교통효율화법’에서 주요 투자에 대한 연구에서는 반드시 협의과정에 일반 시민의 참여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대중교통 이용자 위원회를 구성한 경우도 많다. 영국 런던은 ‘대중교통이용자위원회’가 있고, 미국 뉴욕시의 ‘대중교통이용자위원회’는 정책담당자와 업계에 질문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정책권한까지 있다.

 

▲지난해 3월 민자사업으로 개통한 인천공항철도의 출발역인 김포공항역의 이용객 수는 예상했던 수요보다 현저히 적다.

 

민자사업 ‘수요 예측’ 항상 엇나가

민자사업으로 인한 막대한 혈세 보전의 근본 원흉은 ‘수요 예측’ 부실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용인시를 파산 위기에까지 몰리게 만든 용인경전철의 당초 하루 예상수요(이용자)는 14만명이었다. 하지만 완공 후 가동 직전에 추산한 결과 하루 이용자는 예상치의 20% 수준에 불과한 3만명에 그쳤다. 만약 기존 협약대로 사업이 진행됐다면 용인시가 민간사업자에게 30년간 손실보전해야 하는 금액은 최대 5조원에 달한다. 이런 수요 예측의 실패는 용인경전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토해양부 산하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민간 자본이 투입된 민자고속도로는 총 9개 노선. 모두 정부가 일정 부분 수익을 보전해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적용 민자사업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까지 손실을 보전해 준 금액만 1조6569억원에 달했다. 협약을 맺을 당시 예상 통행수요가 과다 책정됐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손실보전금이 지급된 인천공항고속도로의 하루 예상 통행량 대비 실제 통행량은 2010년 기준으로 42.5%에 그쳤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93.3%)를 제외하면 모든 노선의 실제 통행량은 예상 대비 60%를 밑돌았다.

정부고시 사업의 경우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수요 예측을 시행하지만 민간고시 사업은 민간에서 직접 수요예측 보고서를 작성한다. 정부고시든 민간고시든 정부의 최종 검토를 거쳐서 계약이 체결됨에도 번번이 수요 예측이 엇나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용인경전철 등의 민자사업은 기종점 통행량(O/D) 등 국가교통자료(DB)가 구축되기 전에 수요 예측이 진행됐다”며 “정확한 DB가 아닌 단순 지역 지표들을 종합하는 등 수요 예측 모델 자체가 없어 크게 빗나갔다”고 해명했다. 1999년 구축된 국가교통DB는 도로, 철도, 물류 등 교통 관련 시설 등에 관한 기초자료인데 이 자료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사회경제지표 및 개발계획의 불확실성도 수요 실패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민자사업자들은 한국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세종시·혁신도시 등 정부 정책에 따른 도시 계획이 수시로 수립되는 상황에서 정확한 교통 예측은 무리라고 말한다. 한 민자사업 투자회사 관계자는 “인구 증가율과 도시계획, 대체 교통 수단 등장 등 변수가 너무 많다"며 "일례로 평창올림픽을 위해 몇 년 뒤에 KTX가 건설되면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엄청난 경쟁자를 만나게 되는 것인데 이런 변수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울과학기술대 김시곤 교수는 “국가교통DB는 1999년에 구축됐지만 초기 단계라 신뢰도가 크게 낮았다”며 “각 지자체가 직접 조사한 통계를 합친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과다한 재정지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는 민간사업자의 자금 재조달을 독려해 최소운영수입보장(MRG)조건 재조정과 함께 수익률 보장 기준을 현재의 국고채 금리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금 재조달은 고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저금리로 바꿔 확보한 이익을 민간사업자와 정부가 나눠 갖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인천공항, 천안-논산, 대구-부산 3곳은 자금 재조달 등을 통해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보장수준과 기간을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대구시의 범안로처럼 시가 기존 대출금을 보증해 상환한 후 새 저리자금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구성해 최소한의 비용만 보전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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