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시대에서 ‘공유’의 시대로
‘소유’의 시대에서 ‘공유’의 시대로
  • 최선영 기자
  • 승인 2013.01.28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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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진화의 발목 잡는 무관심한 입법의지
[이슈메이커=최선영 기자]

[Sharing Economy] 공유경제

 

 

6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지수(29·여)씨는 근심에 빠졌다. 최근 아이가 지나가던 장난감 가게의 자동차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에서야 사주고 싶지만 가격이 300만 원에 달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지고 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선뜻 선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이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은주(34·여)씨는 아이에게 사주었던 자동차 완구가 처치 곤란이다.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남들에게 주자니 이제 갓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조카에게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이들처럼 잠시만 사용하거나 특정 시기가 지나버리면 애물단지만 되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물품을 원하는 사람들과 자신에게 남는 ‘잉여’에 대해 대여를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공유경제’가 나타났다.

 

‘소유경제’의 대안 ‘공유경제’의 태동

공유경제란 개인·단체·기업이 갖고 있는 물건·시간·정보·공간 같은 자원을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아 중고물품 거래와는 구별되며 개인과 소기업들이 자신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 있어 일자리 창출과 도시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유경제의 기본 개념은 우리 조상들이 과거로부터 행해오고 있는 ‘품앗이’나 ‘두레’와 같은 개념이다. 다만 농경사회였던 과거에는 주로 곡식과 노동력이 협력의 매개가 됐다면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재화의 가치가 생기면서 공유의 대가가 금전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또한 공유라는 의미는 단순히 모두의 것이 아닌 엄연히 주인이 존재한다. 자신이 가진 잉여의 물품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그 사용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을 골자로 하기 때문에 포괄적인 개념의 ‘공유’와는 다른 의미다. 이는 곧 워싱턴 경제동향연구재단의 설립자 제러미 리프킨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그가 말한 소유의 시대가 끝난다는 10년 전의 분석과 맞아 떨어지고 있다.

기존에는 소비에 집착하는 소비생활을 영위했다면 최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가 창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도 공유경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공유경제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2008년 미국의 카쉐어링이 공유경제의 형태라고 볼수있다”며 “2008년은 공교롭게도 국제유가 급등, 세계적 금융위기 등의 시점과 일치한다. 빈부 간극이 확대되고 분배 정의가 흔들리는 현실에서 새로운 공유경제 현상이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공유경제에 대해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9월 ‘공유도시 서울’을 선포하고 공유경제를 도시 정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제 불황 등을 해결키로 했다. 서울시는 주요 공유대상으로 주차장, 책, 공구, 빈방, 자동차, 의료장비, 일자리, 사진, 옷가지 등 20개를 선정해 시민·단체·기업들과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조인동 서울혁신기획관은 “공유경제는 공동체 회복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공유경제에 어떻게 참여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공황을 타계하기 위한 선진국의 공유경제

2011년 10월 미국의 최대 자동차 업체인 GM이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벤처기업 ‘릴레이라이즈’와 손을 잡았다. 바로 ‘카쉐어링’사업에 뛰어들기 위함이었다. 차량의 주인이 본인 소유의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시간에 남에게 빌려주면서 차량 소유자는 임대료를 벌 수 있고, 차를 빌리는 사람은 저렴한 가격인 시간당 7~10달러 정도의 이용료로 차를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의 제1의 카쉐어링 회사인 ‘집카’는 B2C (Business to Consumer) 방식의 공유경제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들이 2000년 시장에 처음 내놓은 비즈니스 모델은 유럽에서처럼 사람들이 차량을 소유하는 대신 시내 곳곳에 주차된 차량을 일정시간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러한 유럽의 차량공유 문화를 뼈대에 두고 여기에 이동통신 기술과 편리한 예약시스템을 구축하여 미국 제1의 카쉐어링회사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갔다. 고객은 차가 필요한 시간에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된 집카를 예약한 시간동안 이용하고 목적지 근처의 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공유경제 서비스에서도 최첨단 도시다.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탄생한 공유경제 서비스로는 개인 간 자동차 공유 서비스 ‘릴레이라이드’, 민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장보기나 세탁물 찾는 일을 이웃에게 대신 맡길 수 있는 서비스 ‘태스크래빗’(TaskRabbit), 이웃집 음식을 공유하는 ‘고블’(Gobble) 등이 대표적이다.

 

 

구입이 부담되는 물품, 저렴한 가격에 대여

국내에도 공유경제의 바람이 불고 있다. 카쉐어링을 실행하고 있는 업체로는 쏘카, 그린카가 운영되고 있고 숙박업체로는 코자자, 비앤비히어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에어비앤비가 한국에 들어왔다. 그 외에도 책, 장난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유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주변에서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개인의 유휴물품 공유를 주선하고 있는 ‘원더랜드’는 주로 교육용품과 레저용품 등 구매 시 고가의 비용이 들어가는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교육물품의 경우 학생들의 연령층에 따라서 자주 바꿔야 한다는 특성이 존재한다. 더불어 레저용품이나 캠핑장비와 같이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의 경우 대여를 통해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원더랜드는 추후 그룹을 만들어 그룹 내에서만 물품을 대여하거나,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는 SNS친구들을 초대해 친목을 바탕으로 대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시킬 구상을 가지고 있다. 공간 공유업체인 ‘나룸’은 회사 대표가 10년 전 취업 준비생 시절 스터디 룸이 마땅치 않아서 고심했던 것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기업이다. 나룸은 회사가 업무를 요구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놀리는 공간이 발생하게 되는 빈 공간을 필요한 단체나 개인에게 빌려주는 형태로 공간 대여를 하고 있다. 회사는 부가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대여하는 단체나 개인은 이를 저렴한 가격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의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코자자는 빈방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소셜 숙박사이트다. 주변에 둘러보면 자녀를 독립시켜서 방이 남거나 일을 해서 집에 비어 있는 시간이 길어 빈방이 많이 남아있는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빈방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고 판단된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는 해외에서 불고 있는 공유라는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하여 이 사업을 시작했다.

코자자는 보통의 빈방 공유 서비스와는 차별화 된 한옥스테이를 제공한다. 한류바람이 불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 2020년도에는 약 2000만의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러한 인원을 수용할 만큼의 숙박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호텔을 짓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는 빈방을 공유하면서 환경도 보호하고 한국의 건축물인 한옥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공유해 국내 전통 건축의 가치를 알리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또한 외국인에게 한옥에 머물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게 된다.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안 쓰는 방이나 물건을 제공하는 것은 물적인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시간을 공유하는 것과 같다. 예전에는 친구, 가족과 공유를 했다면 현재는 경제가 커지며 SNS를 통해 공유라는 범위도 커졌다. 이러한 공유가 범위가 커진 것이 공유경제가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근간인 ‘사적 소유제’와 상충하는 측면이 강한 공유경제 서비스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자 이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선진국에서 먼저 일어났다. 예컨대 에어비앤비에 방을 등록해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는 주민들에 대한 과세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공유경제 서비스를 기존 법률로 단속하기보다는, 법률을 개선해 공유경제 서비스를 지원·육성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해왔다. 2012년 3월 에드윈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유경제 워킹그룹’ 출범을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에드윈 시장은 “공유경제 워킹그룹이 공유경제 서비스와 관련한 정책적 논란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과의 괴리, 범죄와 법의 한계에 부딪힌 공유경제

자신의 물품을 대여하고 금전을 받는다는 거래방식은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호응을 얻고 있지만 선뜻 시도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기존의 인식과는 다른 소비 형태이기 때문이다. 일단 대여료를 책정하는 것도 대여자의 결정에 달려있어 같은 물품이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도 기준을 정하고 지켜가고 있다.

공유거래 사이트 원더랜드의 김재환 대표(37·남)는 “실제 물건 값의 2~3%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뿐만 아니라 일면식도 없는 타인과의 거래이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공유경제가 발달할수록 다양한 유형의 범죄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급한 과제로 컴퓨터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김 모 씨에게 자신의 노트북을 빌려주고 한달째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는 윤진호(32·남)씨는 “직접 그 자리에서 휴대폰 번호와 신분증을 확인했지만 지금은 전화조차 되지 않는다”라며 “용돈이나 벌자는 마음에서 빌려줬는데 도리어 큰 손해를 입었다”며 하소연했다. 현재 윤 씨는 사이버수사대에 의뢰를 한 상태다. 이처럼 대여자가 연락을 끊고 잠적하거나 여성만을 노려 2차 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모르는 사람과 만날 때에는 혼자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등 지인과 동반하며, 불가피하게 혼자 만나게 될 경우에는 자신의 위치를 누구에게 알려두라”고 조언한다.

공유경제는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법제도의 문제도 있다. 2012년 5월16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단지 안 주차장에는 주민들이 세워둔 차량이 빈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차 있었다. 이렇게 주차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차량을 잠시 누군가에게 빌려줄 수는 없을까. 그러나 국내엔 누군가 사용하지 않는 개인 차량을 몇 시간 동안 빌려 쓸 수 있게 해주는 카셰어링 업체가 없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자가용을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유경제 서비스가 발달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런 일이 불법이 아니다. 차 소유주가 직접 대여료와 대여 기간을 정하지만 위법 행위일까 봐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혁신기업가센터 ‘오이씨’의 장영화 변호사는 “법의 속성은 산업을 앞서가지 않는다”며 “기존 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공익적 목적이 있다면 이를 잘 살펴 예외 규정을 적용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나에게 남는 자원의 공유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는 국민의 기호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유경제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입법 미비를 개선할 사회적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기획/류성호 기자 글/최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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