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에 시작은 있었으나, 끝은 없을 것”
“나눔에 시작은 있었으나, 끝은 없을 것”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3.01.07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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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和萬事成’ 액자, 108배 참회록 제작 및 보급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2012 한국을 빛낸 인물-나눔부문] 황토갤러리 손찬식 회장

 

경남 김해시 여객터미널 맞은편에 위치한 건물에는 계절과 시간을 막론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건물을 나서는 이들의 손에는 정체모를 액자와 CD가, 얼굴에는 세상의 권력과 재물이 가져다주지 못하는 평안한 미소가 가득하다.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건물을 한 계단 한 계단 오른 뒤 발걸음이 다다른 곳은 본지 12월호 ‘2012 한국을 빛낸 인물 <나눔부문>에 선정된 손찬식 회장이 운영하는 황토갤러리. 인터뷰를 마친 뒤 기자의 손에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적힌 액자와 참회록 CD, 마음속에는 나눔에 대한 다짐이 자리 잡았다.


 

15년 간 ‘가화만사성’액자 제작 및 보급에 앞장

▲황토갤러리 손찬식 회장

100평 남짓한 황토갤러리의 문을 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붓글씨를 비롯해 흥선대원군의 그림과 글씨, 조선시대 ‘그림의 성인’이라 불리던 겸재 정선의 작품, 온갖 도자기와 민속품 1천여 점이 맞이한다. 진귀한 작품들에 매료돼 잠시 감상의 여유를 가지던 중, 족히 천점은 넘어 보이는 액자들과 겹겹이 쌓인 CD들이 눈에 들어왔다. 궁금한 마음에 가까이에서 보니 붓글씨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또렷이 적혀있다. 더불어 하단에 작은 글씨로 ‘자효쌍친락 가화만사성(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이라고 적어 놓았다. 이는 “자식이 효성스러우면 어버이가 즐겁고,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라는 뜻으로 《명심보감(明心寶鑑)》치가(治家)편에 나오는 한자성어다.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액 자비로 ‘가화만사성’ 액자를 제작·보급해온 손찬식 회장은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참담한 사건들을 보면 이 고사성어의 절실함을 느끼게 됩니다”라며 “효를 행하면 가정의 질서와 조화가 저절로 이뤄져 만사가 형통한 것을 실감할 수 있죠”라고 힘주어 전한다. 지역의 대가가 정성스럽게 먹을 갈아 한자, 한자 써내려가는 수작업을 고집하는 그는 수중에 목돈만 생기면 액자를 표구하는데 열정을 쏟는다. 그 결과 김해지역의 공공기관과 각종 단체, 초·중·고교 및 대학, 그의 지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 및 가정에는 ‘가화만사성’ 글귀가 적힌 액자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이고, 행적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자 전국에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다.

최근 손 회장은 액자표구 외에 ‘108참회록’이 담긴 CD를 제작·보급에 열심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이동하는 자동차 안이나 길을 걷는 중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 CD는 참회하고 감사하고 기원하기를 반복하며 ‘인간성 회복’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종교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참회록은 부모님에 대한 공경과 소외된 이웃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민들레 홀씨 되어 전하고 있는 손 회장의 진심이 더해져 더욱 빛을 발하는 중이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보다 즐거운 일 없어

‘가화만사성’ 액자를 통해 작게는 한 가정에서부터 나아가 지역과 대한민국이 변화되기를 희망하는 손찬식 회장은 가족의 행복은 세상 부귀영화가 주지 못하는 보물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 이상으로 즐거운 일은 없다고 단언한다. 효를 행하는 자식은 부모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일을 알아서 잘하고, 부모나 조상에게 욕되는 언행을 하지 않으며, 입신출세하여 가문의 명예를 빛내려고 하기 때문에 모든 일에 사람다운 수양과 실천을 한다는 것이다. 즉 부모에게 효를 행함으로써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가화만사성이 되는 것임을 절감하는 이야기다. 그는 “제아무리 지식에 능통한 사람이라도 부모님을 섬기지 않고, 조상을 향한 존경과 감사가 없으면 인생이 순탄할리 없습니다. 제가 미약하나마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저의 뿌리를 바로알고 감사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혹자는 그에게 “부모에게 부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효 운동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과거를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연약한 목숨을 부지한 손 회장은 부모님을 이해하고, 효를 행하기 시작한 이후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자신한다. 자신이 세상이라는 거센 파도에서 깨지며 경험했던 사실을 전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성공으로 가는 삶의 지름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효에 대한 얘기를 전하면서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그를 보며 기자는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무리 시간과 돈을 투자해 효의 중요성을 전파한다고 해도 전달자에게 즐거움이 없으면 진심이 통하지 않을 터. 이에 손 회장은 ‘군자유삼락(君子有三樂)’을 언급하면서 “맹자는 부모구존(父母俱存)하고 형제무고(兄弟無故)한 것을 제1락으로 여겼지만, 저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조금 더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눠 쓰는 것일 뿐”

40년 전, 어렵게 번 돈을 모두 잃고 충청도 출장길에 오른 손찬식 회장은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을 추억한다. 일을 마치고 몸을 따뜻하게 녹이고자 음식점을 찾은 그의 눈에 가게 밖에서 떨고 있던 노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행색이 좋지 않은 노인을 가게에 불러들여 물수건으로 얼굴을 정성스럽게 닦아주고 음식을 대접하는 것도 모자라 그는 집에 돌아갈 차비만 남겨둔 채 노인의 손에 돈을 쥐어준다. 이후 자신이 어려웠던 순간마다 이 노인에게 전해졌던 따뜻한 불빛이 자신의 삶도 비춰줬다고 확신하는 손 회장. 자신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노인을 도왔던 그에게 나눔이란 어떤 의미일까?

부동산업에서 성공한 인물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그의 지갑에는 카드 한 장을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약간의 현금이 고작이다. 이 돈마저 길거리를 배회하는 노인이나 힘들게 일하는 이들을 보면 다 털어주기 일쑤. 돈을 비축해 놓으면 재물에 대한 욕심이 생겨 봉사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하는 손 회장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대목이다. 그에게 있어 나눔은 자신이 좀 더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눠 쓰는 개념이기에 세상의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이 없다. 병든 사람이나 낙오된 자, 권력이나 제물을 소유하거나 가지지 못한 사람들 모두가 그의 이웃이고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들이기에 자신의 행동이 당연하다는 손 회장. 바로 이것이 황토갤러리를 방문한 이들에게 행복을 안겨준 이유이다.

기사가 마무리될 쯤, 휴대폰 메시지 수신음이 울렸다. “저 황토의 인생의 후반부 하루 두 세끼면 살아가는데 지장 없는 것...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고자 하니 액자와 CD를 몇 점 인수해 좋은 인연에게 쓰시지요. 평소보다 부모님께 조금만 더 잘하시면 부모님 잔잔한 가슴에 흐뭇한 눈시울 적시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손찬식 회장의 문자가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전해져 따뜻한 대한민국을 완성하길 기원한다.

 

<손찬식 회장 Interview>

 

15년 동안 ‘가화만사성’ 액자를 제작·보급하셨습니다. 이 일의 계기가 있나요?

“저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어요. 목숨하나 부지하기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저라고 왜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부모님의 상황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그분들을 존경하면서 제 삶이 달라졌어요. 인생을 살아가며 뼈저리게 겪은 일이기에 다른 이들은 저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시작하게 되었죠.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악해졌습니까? 이러한 시기일수록 가정이 바로서면 지역과 대한민국이 변화됩니다. 저는 하루 세끼면 행복합니다. 이제는 제가 받은 복을 이웃들에게 전달할 때라고 생각되요. 많은 분들이 김해에 오실 때 한번 들러서 액자와 CD를 몇 점 인수해 행복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나눔을 몸소 실천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시다면.

“40년 전, 그동안 모은 돈을 한 순간에 잃고 충청도 출장길에 올랐을 때가 기억나요. 당시 일을 마치고 음식점에 들어가서 따뜻한 국물을 마시고 있었을 때입니다. 가게 밖에는 눈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는데 추위에 떨며 음식을 바라보는 노인 한 분이 눈에 띄었죠.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처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더라고요. 노인을 가게로 불러들였지만 행색이 그리 좋지 않아 주인도 못마땅한 눈치였어요. 물수건을 얼른 가지고와 노인의 얼굴을 닦아드리고 밥값과 차비만 남겨놓고 그분께 탈탈 털어드리고 돌아와 한동안 잊고 살았죠.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노인에게 베푼 제 진심이 이후의 제 삶을 평안하게 이끌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눔’이 필요한 연말입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시죠.

“많은 사람들이 나눔이라고 하면 거창한 것을 떠올리는데 자신이 좀 더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눠 쓰는 개념으로 바라봤으면 합니다. ‘돈을 많이 벌면 사회에 봉사해야지’란 말도 맞는 말이지만 통장에 돈이 쌓이다 보면 욕심이 생겨 기존에 마음먹은 대로 행동하기가 어려워요. 저는 세상에 더 가치가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물이나 신체질병의 유무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지 마세요. 이들 모두 세상에서 필요한 존재이고 함께 살아갈 우리의 이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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