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낡은 도시재생 변화
【Zoom In】낡은 도시재생 변화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2.12.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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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살리는 ‘맞춤’ 도시재생 정책 필요하다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도시의 기능 회복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마스터플랜 만들어야 할 때

 

재개발·재건축만으로 도심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공동화된 도심을 다시 아파트로 채워 넣음으로써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구가 유입되는 도시의 경우에야 재개발 재건축이 필요하겠지만, 도심의 인구가 새롭게 조성되는 깨끗하고 편리한 신도시로 미련 없이 떠남으로써 공동화가 일어나는 도시에서는 이러한 개발논리가 성립하질 않는다. 따라서 도시재생차원에서 도심공동화를 다루기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보다는 고용, 복지, 문화경관, 경제사회의 변화 등 종합적 개선대책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도심공동화 문제를 다루는 도시재생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도시재생차원에서 도심공동화를 다루기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보다는 고용, 복지, 문화경관, 경제사회의 변화 등 종합적 개선대책이 이뤄져야 한다.

 

도시 재생 세계적으로 한창

세계는 지금 도시 재생 경쟁이 한창이다. 공동화된 도심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 사업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도시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국을 비롯해 일본·독일·미국 등에서 낙후된 기존 시가지를 되살리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도심 공동화가 심화되고 부동산 경기가 꺾일 때를 즈음해 본격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시작했다. 영국은 경제 위기를 겪던 80년대 초반에,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던 90년대 이후다.

이들 나라는 법과 제도부터 정비했다. 일본은 2001년 각 부처에 나뉘어 있던 재생관련 업무를 하나로 묶은 ‘지역활성화통합본부’를 만들어 총리실 산하에 뒀다. 중앙부처의 칸막이식 예산체계를 하나로 합치고 도시 재생사업을 할 때 지방정부의 카운터 파트너를 단일화한 것이다. 또 중심시가지활성화법(2000년), 도시재생특별조치법(2006년)을 잇따라 만들고 10여 개로 나뉘었던 예산도 통합했다. 영국도 기존 시가지 재생을 위해 대처 총리 시절 HCA(Homes & Communities Agency·가정 및 지역공동체청)라는 통합 재생 사업추진기관을 설립해 낙후된 도심에 국가가 직접 투자하기 시작했다. 영국에서는 주로 정부 지원을 받는 사회적 기업이 주도해 도시 재생사업을 벌인다. 80년대 들어 연이은 공장 폐업으로 도시가 위축되던 브리스틀 하트클리프 & 위디우스 지역은 주민과 지방의원이 참여하는 사회적 기업이 99년 정부 예산 1215만 파운드(약 210억원)를 지원받아 재생사업을 통해 도시를 살렸다.

 

도시재생사업, 총체적·광역적 계획이 연계·시행돼야

도시재생사업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총체적·광역적 계획이 연계·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새로운 주거환경과 경관·도로체계 개선, 문화·여가시설 확충 등을 포함한 새로운 경제활동계획, 커뮤니티 개선 등에 대한 다각적 개선 대책을 포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2차원 형태의 기본계획에서 벗어나 정책과 집행이 혼합된 실행계획이 필요하다. 예컨대, 외국인이 늘어난다면, 단순히 외국인타운을 조성할 것이 아니라 이민청 설치나 외국인 고용제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살게 되고 어떤 산업을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그렇게 하기 위한 정책들이 선진국의 경우처럼 연계·추진되어야 한다. 미국은 커뮤니티 운동과 중심시가지 활성화 사업이 연계되어 있고, 일본은 마을만들기 운동차원으로, 영국은 근린지역 재생운동(new deal for community)으로 연계·추진되고 있다. 또한 구도심의 역사적, 문화적 상징성을 보전해야 한다. 어느 지역이나 그 지역만의 독특했던 역사나 기념할 만한 장소나 사건들이 있으며, 어떠한 최첨단기술도 주지 못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명품처럼 말이다. 따라서 도시재생사업은 다양한 그 지역만의 역사와 특색을 살려,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창출하고, 도시경쟁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행주체로서의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적 지원 및 관리 주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영개발 방식의 도시·주거환경정비사업은 조합설립뿐만 아니라 시행사의 사업포기, 개별적·소규모 정비사업의 동시다발적 추진, 도시기반시설의 부족 등 또 다른 난개발 요인이 되는 문제가 있다.

 

 

▲미술, 문화 역사 등 인간의 감성적인 측면에 호소하는 창조산업의 경제적 영향력이 주목 받으면서 감성 요소가 효과적인 재생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 이화동 벽화마을)

 

도시재생 사업 법적·제도적 뒷받침 미비

특히 도시재생 사업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합된 규정이 없는 데다 정부 내 컨트롤 타워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토해양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지식경제부·행정안전부 등 각 부처가 도시재생 관련 사업을 제각각 추진하다 보니 사업이 중복되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황규홍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도시재생 관련 업무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빨리 만들어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 차원에서 도시재생 기금을 신설하고 지자체는 도시재생 특별회계를 만들어 도시재생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도시재생이 활성화되려면 중앙정부가 항만 재개발과 역세권 개발사업, 산업단지의 조성 등 도시재생 핵심사업을 제시하고 이를 지역산업과 연계해 포괄적인 도시재생을 촉발할 수 있는 지역 단위의 통합적 연계 재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시건축집단 아름의 홍미영 소장은 "중앙전부의 부처별ㆍ사업단위별 소규모 분산지원으로는 일시적 지역 변화를 꾀할 뿐, 지속가능한 도시재활성화를 도모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포괄적인 도시재생을 촉발할 수 있는 지역 단위의 통합적 연계 재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토연구원 이왕건 박사는 "현재 개별 법적근거와 부처별 목적에 따라 지원하는 방식은 사업간 연계성 부족과 일회성 사업추진과 중복지원 투자에 따른 예산 낭비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우리나라도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도시재생 지원사업을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선정해 물리적 환경정비와 프로그램 사업을 연계함으로써 예산 지원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재생이 변화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신도시 하나 짓는 데에만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투자한다. 한번 만들어지면 수십, 아니 수백년 지속되는 것이 도시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신도시 계획에서 준공까지 불과 몇 년 밖에 걸리지 않은 것도 모자라 불과 20년 만에 ‘낡은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인구증가가 정체되면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보다 기능을 상실한 기존 도시를 되살리는 재생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도시재생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들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도시재생을 통해 도시에 활기를 부여하고 기능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과거의 도시재생은 행정 당국이 주도해 전면 철거 후 재선축하는 방식위주였다면 최근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문화예술과 역사 등 감정적인 요소를 인구와 사업의 유인 요소로 적극 활용하고 도시민의 삶의 질을 증시하게 되면서 주민의 참여 범위와 역할이 증대되며 입지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마을만들기 운동’을 지속해 온 일본은 2000년대 들어 도시재생을 주요 도시정비 수단으로 삼고 있다.(현대화 성공한 일본 다카마쓰시 마루가메마치 상가)

도시재생사업단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문화도시나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 만들기 등의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데 단기적 성과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세스 자체가 중요하다. 단기적인 성과를 지행한 시도들이 도시민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으면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정해진 기간과 계획 하에 성과를 창출하는 것보다 계획을 함께 수정·보완해사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미술, 문화 역사 등 인간의 감성적인 측면에 호소하는 창조산업의 경제적 영향력이 주목 받으면서 감성 요소가 효과적인 재생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유럽과 아시아의 선진 도시들은 문화, 예술, 역사 등 감성적인 요소를 도시재생에 접목하여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 제조업의 쇠퇴로 침체된 도시들은 유명 미술관을 유치하거나 도시 고유의 산업유산과 역사성을 활용하여 도시 정체성과 활기를 부여다. 특히 스페인의 철강도시였던 빌바오는 1980년대 조선산업의 쇠퇴로 경제적으로 침체되었으나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여 부흥에 성공했고 2차 대전으로 파괴된 일본의 항구도시 요코하마 또한 옛 부두용 건물과 철도 등 역사적인 유산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하고 버려진 건물들을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개방하기도 했다. 이러한 예는 한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과 이화동, 부산 문현동 등지의 달동네가 벽화로 인해 명소로 거듭나면서 전국 작지에서 벽화마을 만들기를 추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과거의 도시재생이 속도와 효율만을 추구하는 일방적인 방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재생 과정에 도시민의 참여가 점차 증가되는 추세이다. 지자체가 기본 계획을 수림한 후 주민들이 주도해 재생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마치즈쿠리’의 대표 지역인 도쿄 세타가야 구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마을만들기 전담 재단을 통해 생태하천과 시민녹지를 조성했다. 서울 종로의 북촌가꾸지 사업 또한 지역 토박이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주민협의체를 구성하여 추진하는 사례 중 하나이다.

우리는 도시재생 정책을 총체적 도시의 본질보다는 주로 부동산 측면에서 접근해 왔다. 주거기능을 되살리는 단순한 개발개념으로 도시를 재생시키는 측면이 강한 것이다. 게다가 도시를 부동산의 집합체로 인식하고 주택이나 일반 산업용 건물 등을 억압적으로 통제하고 규제하고 있다. 이는 도시의 경쟁력 상실은 물론 자원의 활용이나 배분차원에서도 엄청난 시대적 착오를 낳는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도시재생사업은 도시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의 다양한 삶을 담아내면서 살기 좋게 구축돼야 한다. 도시를 살려내는 도시재생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그 주체인 ‘인간’의 입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외국의 도시재생 정책사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실정에 맞는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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