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Focus
1인 가구의 소비문화
소득과 교육 수준의 향상으로 경제적 자립도가 높아지고 개인의 가치관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확산과 함께 늘어난 1인 가구는 우리나라 소비문화의 거대 소비 집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남녀의 수명차별로 인해 증가한 고령여성 1인 가구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2011년 기준,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1인 가구의 소비활동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면서 소득 및 지출이 모두 높은 20~50대 1인 가구는 주력 소비자로 주목받고 있다.
1인 가구 연간 소비 지출액 50조 시대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국의 1인 가구 수는 435만 8642가구(25.3%)로 지난해까지 가장 많았던 2인 가구(25.2%)를 0.1%차로 넘어섰다.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2035년에는 전체 가구의 34.3%까지 높아질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부부만 사는 2인 가구(22.7%)나 자녀와 함께 사는 다인가구(20.3%)보다 1인 가구가 훨씬 많아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그들의 소비문화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연간 소비지출은 50조에 이르러 2인 이상 가구의 1인당 소비 지출액을 앞질렀고, 인구 비중과 소득 및 지출이 모두 높은 20~50대 1인 가구는 주력 소비자로 소비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1인 가구가 사는 주거형태의 특성상 ‘소형’과 ‘효율’을 추구하며 소비시장의 트렌드마저도 바꿔놓고 있다. 무엇보다 크기는 줄어도 성능은 그대로인 소형 고성능 가전제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제한된 주거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가구, 빌트인 가전, 멀티 제품의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식품 시장에서도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시간을 절약해주는 인스턴트식품 시장이 매년 36.5%씩 고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1인 가구의 주요 유통 채널인 편의점 시장 규모는 2006년 대비 2배나 성장했다.
1인 가구의 또 다른 특성은 ‘신체적∙정서적 안정’과 ‘자기 가치와 여유’이다.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1인 가구 특화 방범서비스가 인기이며, 가사를 비롯해 생활 전반의 안전과 편의를 지원해주는 생활지원서비스가 등장했다”며 노후를 위한 연금형 금융상품과 정서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는 SNS를 비롯해 동호회와 같은 사회적 모임도 연령별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족 부양 의무가 적은 1인 가구의 특성상 자기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건강과 미용, 여가와 자기개발 등에 대한 투자도 아낌없이 하며 여가와 관련된 기호품 구매에 있어서는 2인 이상가구보다 고가의 제품에도 관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떠오르는 ‘솔로 이코노미’
1인 가구의 소비문화에서 가장 먼저 바뀌고 기본이 된 것이 ‘주거 트렌드’이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현대적 감각을 살린 모던한 외관 디자인과 리드미컬한 컬러를 바탕으로 나이대의 취향에 따른 1인 가구가 주거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 분양한 브랜드 소형주택은 신촌에서 성공적인 분양을 마친데 이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또 다른 브랜드 소형주택을 오는 8월 31일 분양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에 분양 예정인 도시형생활주택은 전용면적은 작은 편이지만, 서비스면적이 다른 주택에 비해 높아 실사용면적은 공급면적의 최대 111.6%로, 전용면적 30㎡ 216가구로 구성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무인택배시스템을 갖춘 소형 위주의 도시형 여성 전용 생활주택도 굉장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테리어 전문점에서는 소형생활가전 제품을 함께 판매하며, 스마트폰 충전 기능과 전기포트 기능을 탑재한 미니 정수기와 접이가 자유로워 소형 주거 환경에 편리한 가변형 가구도 나와 1인 가구의 주거 공간을 최대한 배려한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이런 주거 형태와 상품들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1인가구를 겨냥한 상품들이다.
식품 업계도 최근 ‘1인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고급 커피를 1분 만에 만들 수 있는 소형 캡슐커피머신은 사용법이 간단하고 다른 커피머신과 달리 커피 찌꺼기를 처리할 필요도 없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소비층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관련 업계는 밝히고 있다. 외식 브랜드에서도 가정간편식을 선보이고 샐러드 같은 음식을 1인용 소포장 제품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싱글족들의 소비 패턴을 반영한 낱개 상품 출시가 붐을 이루면서 소용량 제품들도 함께 인기를 얻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187㎖ 크기에 불과한 미니와인을 판매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180~300㎖ 크기의 작은 크기의 이른바 '꼬마병' 상품들의 출시가 봇물을 이루면서 1인 가구 소비자가 변화시키는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1인 가구로 대변되는 ‘싱글족’을 잡기 위해 매장 내 '1인 좌석'을 만드는 등 ‘1인 고객 마케팅’을 다각화하고 있는 추세다. 커피전문점들은 1인 고객을 위한 바(BAR) 형태의 좌석을 들여놨고 식당에서도 칸막이가 설치된 1인 테이블을 준비했다. 한발 더 나가 최근 강동구에 생겨난 일본식 주점에서는 ‘1인용 안주’까지 내놓으면서 싱글족 공략에 나섰다.
1인 가구, 왜 증가한 것인가?
2012년 8월 삼성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 증가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1990년 102만 가구에서 2011년 436만 가구로 4.3배 확대되었다. 이는 네 가구당 한 가구 꼴이며, 1인 가구 인구는 전체 인구의 8.8%에 해당한다. 국가별 1인 가구 비중도 2011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은 비중을 보이고 있으며 상위 10개국 중에 우리나라 보다 인구가 적은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증가는 왜 이렇게 급속도로 이뤄졌을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경제∙문화∙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득 향상으로 경제 자립도가 증가하고, 초혼연령이 높아지고 있으며 사회∙문화적 관습보다 개인의 성취와 가치를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젊은 층 1인 가구가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혼이나 남성과 여성의 평균 수명 차이로 인해 여성 고령층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1인 가구는 젊은 층은 혼인을 지연시킨 남성을 중심으로, 고령층은 이혼이나 배우자의 사별로 인한 여성의 1인 가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통계청 인구동향과 서윤주 과장은 “2035년에는 1인 가구의 비중이 전남, 경북, 강원 순으로 높고, 울산, 경기, 서울 순으로 낮을 것으로 나타났다”며 1인 가구의 증가는 고령화와 젊은층의 미혼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1인 가구는 35세~64세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203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무려 45%나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이제 1인 가구는 더 이상 소수의 비정상적인 가구 형태가 아닌 보편적인 현상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 가고 있다며 이들을 우리사회의 경제∙문화∙사회적으로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의 주체 1인 가구, 대응책도 필요
1인 가구는 새로운 소비주체로 부상하면서 소비시장에 판도 변화를 일으켰다. 주택은 물론이고 가전, 생활용품 등 소비시장 전반에서 1인 가구의 구매력이 증가한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증가가 기업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의 전체적인 부분에 큰 기여를 함은 물론 새로운 사업 창출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1인 가구는 연령에 따라서 소비 성향과 패턴이 다르므로 소비자를 세분화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경제적 소비 주체로서 우리 사회의 밝은 빛만 내보이고 있지만은 않다. 1인 가구의 소비문화에서 또 다른 주목할 점은, 1인 가구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지출도 감소하게 되는데, 연세대 경제학과 함준호 교수는 “가구의 소득 및 소비지출 수준은 60대 이상이 되면서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1인 가구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수립함은 물론 사회비용이 급증하게 될 때를 미리 예상하고 그 리스크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를 동반하기도 마찬가지다. 식생활이 불규칙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1인 가구의 특성상 신체적∙정신적 질병에 취약함으로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다며 20,30대 남성의 경우 식료품의 구입비보다 외식비가 2.8배나 높다며 식문화로 나타난 건강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혼자 사는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 발생 위험이 80%나 높다며 정신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김혜영 교수는 “혼자서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히 위축감을 느낄 수 있고, 정서적인 외로움이나 스트레스를 타인과 쉽게 나누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남성의 경우, 가사 기술의 부족으로 생활하는 어려움은 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1인 가구의 고령화로 접어들수록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데, 서울시 통계정보팀 이의기 팀장은 “거주공간의 규모나 크기 등과 같은 주택문제, 실버타운이나 노인 복지시설과 같은 복지 서비스 등 앞으로 노인 1인 가구 수요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차원에서 1인 가구의 부상에 대해 심도 있게 지켜보고 특히 노인 1인 가구에 대해 그에 맞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 대한 문제점도 동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양한 루트의 정책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1인 가구, 새로운 트렌드를 양산해 내며 나라의 경제를 움직일 정도로 그 파급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당분간은 1인 가구로 인해 우리의 소비문화와 트렌드가 바뀌고 자리를 잡아갈 것이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 마련이 분명히 이루어져야 우리사회 소비문화의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진정한 소비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