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Focus】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지원 절실
【Society Focus】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지원 절실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2.11.27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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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올라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국가적 재앙’인 치매환자 관리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0월 30일 치매에 걸린 부인을 목졸라 숨지게 한 이모(78)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 19일 오후 9시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아파트에서 아내 조모(74)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2년 전 치매에 걸린 조씨가 1년여 전부터 증세가 심화됐고 이날 자신을 때리며 모욕적인 말까지 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부인의 치매 증세를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 아내 목을 조르면서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진술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치매 가족의 고통과 부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치매 조기 발견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 확대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가정과 사회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매 환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 수가 늘고 있다. 세계적으로 매년 460만명, 7초당 1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발생빈도가 증가하는데 특히 65세 이상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치매 노인 유병률 통계를 보면 2002년과 비교해 2009년 치매 진료 환자 수는 4.5배나 증가했다.

특히 한국은 급격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치매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복지부가 첫 치매 유병률 전국 조사를 시작한 2008년 42만 명이었던 노인 치매 환자는 4년 만에 26%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내 노인 치매 환자는 오는 2020년에는 80만 명에 달할 전망이고 2025년 103만 명, 2050년 238만 명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가 크게 늘어나는 경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5년 8만3천723명이던 치매 진료 인원은 2010년에는 3배인 26만1천550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치매 진료비도 두 배(156만107원→309만7천792원)로 뛰었다.

 

치매는 환자 본인보다 병 수발하는 가족들에게 더 큰 고통 줘

인구 고령화와 함께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이 심각한 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치매 환자 수발은 국가적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온전히 가족들의 몫으로 넘겨져 있다.

치매 환자 수발 가족은 심리·육체적 부담 뿐 아니라 경제적 고통도 함께 겪고 있다. 대한치매학회가 최근 치매 환자 보호자 100명을 조사한 결과 78%가 치매 환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을 포기하거나 시간을 줄인 수발자는 간병 기간이 5년 이상일 경우, 환자가 중증 치매일 경우 더 많았다. 치매 환자 여부와 간병 기간, 병의 진행 정도 등에 따라 가정 경제가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관절염 40만원, 고혈압 43만원, 당뇨 59만원, 뇌혈관 204만원인데 반해 치매는 310만원으로 압도적으로 비용소요가 많다. 또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2011년 치매노인실태조사를 봐도 치료비용규모가 2010년 8조7000억원이었던 것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2050년에는 134조6000억원으로 예상되면서 치매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감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완치가 어려운 치매 환자를 개인적으로 돌보기는 쉽지 않다.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떠안게 되는 환자 가족들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이로 인해 가정불화를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인 10명중 1명꼴로 치매에 걸리는 상황에서 이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린다면 치매 환자 때문에 오히려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상담사는 “치매는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앓는 병이기 때문에 가족의 스트레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라고 말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데서 오는 사회적 활동제한, 가족관계의 부정적 변화, 심리적 부담. 재정 및 경제활동의 변화로 인한 부담, 신체적 건강상의 부담을 느끼게 되고 결과적으로 치매는 겉으로 드러나는 치매 환자와 부양하는 가족이라는 숨겨진 환자가 발생하는 이중문제라는 것이다.

치매 환자가 있음을 알리기 꺼리는 분위기와 가족인 만큼 가정내에서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사회분위기, 간병인을 두는데서 오는 경제적 부담까지. 치매 환자 가족은 환자만큼 병들어 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급증하는 치매 환자를 방치하는 사이 이들 중 대부분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일부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7월에는 50대 여성이 치매에 걸린 남편을 목욕시키다가 살해했으며 거꾸로 치매에 걸린 60대 남성이 아내를 살해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10월에는 7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부인과 함께 음독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대한치매학회 관계자는 “외출도, 병원 치료도 쉽지 않은 탓에 국내 노인 치매 환자 대부분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노인 치매 환자는 곧 자살 위험군인 셈”이라고 말했다.

 

치매와 관련된 치료·관리 체계 허술, 정부의 지원도 열악

치매 여부를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치료받는 노인들은 많지 않다. 지난해 보건소 치매검진사업에 참여한 노인은 전체 노인 인구의 45.7%였다. 이는 치매검사를 진행하는 데만 1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되고 꾸준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 특성상 진료비와 약값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또한 치매 노인 치료와 관리 체계도 부족하다. 치매 환자에게 지원되는 치료관리비는 저소득층에 국한돼 있으며 지원액은 월 3만원에 그친다. 노인을 돌보는 일에 대한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등급 판정 기준이 신체장애 위주여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치매 노인은 11만 8000명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치매 환자 53만명 중 국가가 지원하는 요양시설과 간병인 도움을 받는 사람은 14만 9000명뿐이고 나머지는 가정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로 인해 치매 환자 가족들은 경제적인 지원도 부족한 상황과 질환의 특성상 종일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이중고를 겪는다.

한편 치매 환자를 돌볼 요양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가정 간호 지원책도 미미한 수준에 그치는 등 사회적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치매 전문 간병 인력을 갖춘 요양 시설에서 서비스를 받는 노인 환자는 10만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고 가정에서 하루 3∼4시간씩 간호서비스를 받는 환자도 19만여 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부족하다. 거부감 탓에 나와 내 가족이 치매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아 치매 환자 중 상당수는 전문적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발표한 제2차 국가치매관리 종합계획에서는 치매의 진단과 치료를 활성화하고 정부 차원의 치매 관리 및 치료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가건강검진을 내실화해 치매의 조기 검진이 가능하도록 하고 중앙치매센터와 권역별, 지역별 치매센터를 설립해 치매 관리 전달 체계를 확립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분당서울대병원이 치매관리사업의 중심축인 중앙치매센터로 지정됐으며 현재 4곳인 권역치매센터도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전국의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치매지원센터의 역할이 확대되는 한편 현재 7곳인 치매거점병원은 내년에 70곳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치매 환자 가족들에게 아직은 공허하기만 하다. 치매 환자 가족들은 무엇보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부담의 해소를 호소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1~3등급에 들어야 요양병원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등급 판정이 신체장애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경증 치매가 있는 노인은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치매 환자 수발 가족들은 치매는 신체 기능이 온전한 경증이 가장 간병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반면, 여타 노인성 질환과 동일하게 국가 지원은 경증 치매가 가장 박하다. 병원이나 시설마다 근력이 다 떨어져 죽음만 기다리는 치매 1, 2급 환자는 받아도 사지가 멀쩡해 난동 부리기 일쑤인 3급 환자는 꺼리고 있다. 특히나 이들 환자 가족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건 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과 재심사 과정이다. 소견서 한 장 발급받기 위해 사설 구급대까지 동원해야 하고 재심사를 받기 위해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내 가족을 매년 공개적으로 남 앞에 내보여야 하는 게 복지국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이 때문에 치매 환자 가족들은 치매 진단의 일원화를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굴레 때문에 환자에 매여 있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한 번 치매 진단이 떨어지면 각 공공기관에서 이를 공유해야 한다. 요양보험의 재심사도 왕진을 통해 현장에서 곧장 이뤄질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 치매 사후 치료보다는 예방 치료에 집중

최근 3년간 노인장기요양보험 총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이 23.8%인데 총지출은 38.4%로 지출 속도가 빠르게 늘고 있다. 40년 후에는 적자 규모가 최대 2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에 따른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본도 이런 재정 부담 때문에 최근 요양 보호 대상자를 줄이고, 사후 치료보다는 예방 치료에 집중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또 4년간 부정 수급액만 526억원에 이를 정도로 허술한 관리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요양 보험을 통해 치매 환자를 사회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는 “정확한 판정을 통해 부정 수급을 막고, 판정 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은 다음에도 꾸준한 사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국가는 장기 요양 서비스의 관리 주체가 되어야 하지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 위탁 기관을 육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란 지적이다. 또한 그는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은 판정과 사후 관리, 민간 시설 품질 관리 등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치매 조기 예방이 최선이다. 독일은 장기요양보험 수혜자로 선정되지 않은 경증 치매 환자에게도 예방 차원에서 치료비를 월 100∼200유로(약 15만∼30만원) 지급한다. 일본도 경증 치매 환자는 예방 치료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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