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Focus】청년창업자 왜 늘고 있는가
【Society Focus】청년창업자 왜 늘고 있는가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2.11.27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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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 취업난에서의 도피처인가?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어 청년창업 증가

 

지난 3월 금융감독위원회는 청년창업자들을 위한 ‘청년창업지원펀드’를 5000억원의 예산으로 만들 것을 밝혔다. 예비창업자와 창업 3년 이내 기업과 대학졸업 5년 이내의 청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지원할 것을 밝혔다. 이와 같은 지원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최대 국정과제로 두고 있는 당국이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내놓은 방안들이다. 하지만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학력 청년층들의 창업 선택 늘어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률은 작년 9월 6.3%를 기록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올해 2월에는 청년실업률을 8.3%로 전체 실업률의 2배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최근의 경제상황은 청년들의 취업을 힘들게 한다.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닥치며 국내 고용시장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기업으로의 입사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청년들은 창업의 길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청년실업문제가 계속되고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좋은 일자리를 기다리며 자발적 실업 혹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았던 청년층들의 창업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29세 이하 고용률은 2002년 45.1%에서 2011년 40.2%로 하락하다가 올 들어서는 1~5월 평균 고용률이 40.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29세 이하 청년층 임금근로자의 증가율이 -0.1%로 감소한 반면, 창업 증가율은 8.4%에 이르러 청년층이 임금근로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고학력 청년층의 자영업 참여 경향이 두드러진다. 29세 이하 청년층의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을 학력별로 살펴보면, 고졸 이하 청년층의 자영업 참여 경향은 감소한 반면, 대졸 이상 학력의 취업자 중 자영업 비중은 2011년 3.9%에서 2012년에 5.6%로 증가했다. 그동안 좋은 일자리를 찾아 취업을 미루어왔던 고학력 청년층들이 창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늘어난 20대 청년 창업자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 주목받았던 젊은 벤처기업가들과도 경우가 다르다.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투자를 유치해서 모험적인 사업을 벌이는 게 벤처기업가들이었다. 반면, 요즘 늘어난 20대 자영업자는 주도적으로 창업을 택했다기보다 창업을 취업의 대안으로 인식하고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원금 따먹기’ 창업경진대회 문제

최근 우후죽순 생기는 창업경진대회야말로 대표적인 ‘전시행정’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각종 창업 관련 경진대회를 시작한 곳 만해도 방송통신위원회ㆍKOTRAㆍ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기관, 경상북도ㆍ경기도ㆍ인천시 등 지자체까지 다양하다.

올해 1회째를 맞는 한 창업경진대회에서는 ‘미달’ 사태를 우려, 주최 측에서 벤처기업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참가신청을 독려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최근 민간은 물론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벤처경진대회를 만들면서 함량미달의 기업들이 수상자로 뽑히는 등 부작용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다”며 “대회 후 창업 여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각 창업대회를 돌며 지원금 따먹기를 하는 참가자가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격이 비슷한 사업의 주도권을 놓고 부처 간에 다툼도 일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 10여년간 창업교육을 정규강좌로 편성하고 창업동아리에 사업화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대학 사업을 벌였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국 18개 대학을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했다. 교과부도 지난달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51개를 선정하며 창업교육에 뛰어들었다. 사업내용은 창업 정규강좌 편성, 창업동아리 지원, 창업보육센터 설치 등 큰 틀은 중기청 사업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선정대학 중 동국대ㆍ충북대ㆍ강원대 등 총 10곳은 중기청의 창업선도대학과 겹친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기청에서 지난 10년 동안 창업교육 사업을 해왔는데 그동안 교과부에 도움을 요청할 때는 듣지도 않았다”며 “최근 교과부 장관이 새로 오면서 창업 사업 하나 만들라고 해 연계사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부는 대학생, 중기청은 일반인을 포함한 창업자 전반을 지원한다는 데 차이가 있다”며 “LINC는 (창업, 취업, R&D 연계 등) 기업과 연계된 것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라 창업선도대학과 중복되는 곳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준비 안 된 청년 창업자 지원해 오히려 역효과

청년들이 취업이 안 되는 상황에서 너도나도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창업을 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청년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 대학졸업생은 “정부의 돈은 ‘눈먼 돈’이라고 불릴 만큼 지원받기가 쉽다고 해서 지원을 받아 창업을 해볼 생각이다. 어차피 정부의 돈이기에 실패를 하더라도 부담이 없고, 성공하면 좋은 것이라 생각하여 취업을 포기하고 창업을 준비한다”라는 생각을 말했다.

선문대 노규성 교수는 “창업이란 취업의 대안이 아니라 취업을 포기할 만한 가치를 지닌 대단히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권장되고 있는 창업이란 취업을 포기할만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취업이 불가능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서 창업이라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즉 교육과 창업 관련 자금 지원을 받으면 되는 창업은 쉽게 창업하여 실업률을 낮출 수는 있어도 성공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창업이다. 현재의 청년창업 붐이 심각한 취업난에 따른 비자발적 창업이라는 점도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정부가 자칫 창업 의지가 약한 청년들을 부추겨 망하는 기업을 양산하는 역효과만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KAIST 초빙교수)은 취업이 안 돼 불가피하게 창업하는 것에 대해 “창업은 창조적 도전이다. 아이디어, 기술이 있는 사람이 창업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없다면 생계형 창업이다. 생계형 창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이미 생계형 창업은 과다하다. 자영업자수가 OECD 최고 수준이다. 3년 내 절반이 망한다. 취업 못해 창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창업은 본인이 갖고 있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것이다”라며 그런 창업은 옳지 않고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실패 후 청년들이 감당해야 할 어려움 너무 커

지난 7월 12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생 창업자와 창업동아리 회원들을 만나 “청년들이 벤처를 시작해서 위험 감수를 해야 하는데 실패해서 신용불량자가 되면 어떻게 할까 하고 도전을 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대기업들도 부도의 경험을 겪고 성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이로 보면 몇 번 실패해도 괜찮은 나이”라며 “정부나 금융기관, 중소기업청 등 여러 곳에서 창업을 시켜보려고 굉장히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창업 현실이 이 대통령의 말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몇 번 실패해도 괜찮은’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히 청년들의 도전의식으로 보기엔 창업실패 후 청년들이 감당해야 할 어려움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창업은 인생을 건 도전인 것이다.

명문대 공대 출신 조 모(36)씨는 대학을 졸업한 2003년 무선인식시스템(RFID)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초기 자금은 가족의 보증으로 은행 대출을 받았다. 학교 후배들이 가세하면서 빚은 더 늘었으나 제품 개발은 더디기만 했다. 월급 줄 돈이 부족해 제2금융권과 사채까지 손을 뻗었다가 6억원의 빚만 진 채 2008년 도산했고,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조씨는 “몇 개 회사의 홈페이지를 관리해주고 받는 200만원 대부분이 빚 갚는데 들어간다”며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믿다가는 폐가망신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청년창업 지원이 확대되면서 연 매출 수억 원대의 앱 개발자 등 성공 사례도 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실패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20~30대 비중은 2001년 50.2%에서 2011년 7월 18.4%로 31.8%포인트나 급감했다. 코스닥 상장법인 가운데 30대 이하 CEO 비율 또한 2002년 12.6%에서 올해 3.6%로 하락했다. 젊은 층의 창업 실패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청년창업 지원 규모를 해마다 늘리고 있다.

청년창업을 양산하는 지원정책 대신 벤처정신과 열정을 가진 청년창업을 적극 육성하는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 취업을 대신하는 창업청년에 대해서는 창업과 취업 교육의 조화로운 병행 방안이 필요하다. 창업 의지와 성공 가능성이 미약하면 취업교육으로 과감히 전환토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청년창업 지원인프라의 대대적인 확충과 선의의 실패창업자에 대한 재도전 기회 부여 확대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청년창업자는 아이템과 열정, 성공의지는 있지만 자금이나 인력, 노하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창업초기에는 청년창업자가 비즈니스모델이나 제품(상품)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매출기반이 아니라 미래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정책 집행도 필요하다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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