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가계대출 부실화가 불러온 문제
【Zoom In】가계대출 부실화가 불러온 문제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2.11.27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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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갚아주겠지” 대출받고 먹튀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금융당국, 서민들 모럴해저드 되레 부추긴다

 

서민 저금리 전환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은 늘어나고 있음에도 가계대출 연체율이 다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이 미국 경제를 금융 위기로 내몰았던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당시 수준에 육박한다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경고가 나왔다. 또 소득대비 대출원리금 상환비율이 2010년 11.4%에서 지난해 12.9%로 높아졌고, 2011년 3월 말에는 14%를 웃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서민들의 가계부채 폭탄으로 이어지고 있어 자연스럽게 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들이 늘고 있다. 이중에는 고의적으로 돈을 갚지 않고 떼먹는 이른바 ‘먹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중에도 금융당국은 가계 중소대출 확대정책 필요를 제안하고 있어 모럴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를 되레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민 저금리 전환대출의 빛과 그림자

대학생 2명을 자녀로 둔 김준호(54·가명)씨는 지난해 자녀 등록금 마련도 빠듯한 상황에서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에서 30%이상 되는 고금리로 3,000만원을 빌렸다. 김씨는 이후 월 100만원씩 이자를 갚느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하지만 올 초 고금리 대출을 저리(11%)로 전환해주는 상품에 가입하면서 매달 70만원 이상 이자를 절감하게 됐다. 김씨는 “그전까지 이자 갚느라 원금상환은 생각도 못했다”며 “이제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던 서민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금융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빚을 갚도록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저소득층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해 금융당국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금융 상품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가계대출문제가 해결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가계대출 연체율 1% 육박

아파트 집단대출 연체율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연체율이 1%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은행권의 아파트 집단대출 연체율은 1.72%로, 지난 6월의 1.63%를 경신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단대출 연체율이 계속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시세가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자 건설사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대출금을 갚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쟁이 발생한 곳이 전국적으로 80개 단지가 넘는다. 집단대출 연체율은 2010년까지는 주로 0.5% 이하에서 맴돌았지만, 지난해 말 1.18%로 올랐고, 올해 들어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지난 연말 0.61%에서 올해 7월 0.83%로 올라갔고,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도 7월에 0.93%에 이르렀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2010년 말 0.61%, 2011년 말 0.67%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상승세가 뚜렷하다.

 

서민들의 절박한 아우성

가계부채 문제는 왜 논란이 되고, 서민들은 왜 아우성일까? 가계부채 문제가 ‘가계부채 폭탄’으로 언급되는 이유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와 감당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볼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세부적으로 말하면, 대외적 경기변동에 취약한 구조인 변동금리, 일시적 만기상환, 가처분소득을 상회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먼저 규모를 살펴보면 가계부채 규모는 가장 최근 한국은행의 2012년 2/4분기 가계신용 조사(잠정) 발표에 의하면, 총 922조원 규모이다. 이중에서 은행권과 비(非)은행권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약 400조원 규모이다. 그리고 한국은행의 가계신용조사에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자영업 대출이 약 170조원 규모이다. 즉, 자영업 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는 약 1,100조원 규모이다. 부채 보유 가구 중, 1분위의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은 무려 902%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가계부채 폭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이다. 한국은행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의하면, 전체 가구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는 158%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가계부채가 없는 가구를 포함한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하는 수치이다. 부채가 있는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채 보유 가구를 기준으로 수치를 다시 살펴보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또 부채 보유 가구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의 비율은 220.6%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가장 소득이 적은 1분위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의 비율이 무려 902.4%에 달한다는 점이다. 2분위 역시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이 무려 313.6%에 달한다. 상환 능력과 무관한 과잉대출이 불러온 가계부책 폭탄이 커지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로 볼 수 있다.

 

대출 받자마자 먹튀

이러한 가계부채 폭탄은 자연스럽게 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들이 늘어나게 하고 있다. 또한 작정하고 돈을 떼먹는 대출자들이 햇살론 등 서민대출까지 멍들게 하고 있다. 대출액이 상대적으로 작은데다 대부분 정부 보증으로 이뤄지다보니 금융회사들도 빚 독촉에 적극적이지 않다. 햇살론 대출 연체자 가운데는 대출 지점과 아예 연락이 두절되거나 넉 달 이상의 장기 연체나 개인파산 또는 개인회생, 신용회복지원을 신청하기도 한다. 결국 정부와 금융회사가 빚을 대신 갚아줘야 했다. 6월 말 현재 햇살론을 정부·금융회사가 대신 갚아준 비율(대위변제율)은 8.4%. 지난해 말(4.8%)의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렇다 보니 연체자 중 상당수가 처음부터 대출금을 떼어먹을 속셈으로 햇살론을 받아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서울의 한 신협에서 2010년 8월 햇살론 600만원을 빌려간 박모(30)씨 예가 그렇다. 그는 대출 당시엔 고속도로 휴게소 계약직 사원이라는 점을 내세워 돈을 빌렸지만 대출을 받은 직후 직장을 나왔다. 버스기사 박모씨처럼 햇살론을 빌린 직후 카드·캐피털사 등에서 소액 대출로 모두 수천만원을 빌렸다. 그는 서너 달 정도 빚을 갚다가 개인회생 신청을 했다.

그에게 햇살론을 내준 대부계 직원은 “빚을 갚으라는 독촉 전화를 했더니 ‘개인회생 신청을 했으니 더 이상 연락하지 마라’고 당당하게 말하더라”며 “빚을 갚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전혀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울 한 농협 담당자는 “햇살론을 받자마자 2, 3일 만에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보증을 악용해 뻔뻔한 요구를 하는 대출자도 적지 않다는 것이 대출 담당자들의 얘기다. 한 저축은행 담당자는 “정부가 어려운 사람들 내주라고 만든 대출인데 네가 뭔데 안 빌려주느냐며 창구에서 욕설을 하는 이들도 있다”며 “아무리 서민대출이라지만 햇살론도 금융인만큼 갚을 능력을 따진 뒤 빌려줘야 하는 게 기본인데 해도 너무하다”고 말했다.

햇살론을 취급하는 제2금융권이 모럴 해저드를 방조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13명 중 5명이 연락두절 상태였지만 돈을 빌려준 각 지점들은 이들을 찾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소액인 데다 잔액의 85%는 정부 보증이 되니 채권 추심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측은 “일부러 안 찾는 게 아니라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채권 추심과 관련한 법률이 강화되면서 돈을 빌린 뒤 마음먹고 잠적하는 이들을 찾아내기가 법적으로 불가능해졌다”며 “전화번호를 바꿔도 바뀐 번호를 알아낼 길이 없는 판에 어떤 노력을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한신대 경제학과 이건범 교수는 “햇살론 사고를 메우는 보증 재원은 정부와 금융회사들이 일대일로 출연해 마련한 자금인 만큼 사고가 나면 국민 세금으로 물어주는 셈”이라며 “금융회사는 대출심사 과정을 엄격하게 하고 사고가 나기 전에 적극적으로 채무 조정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모럴 해저드를 피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지적도 많다. 중앙대 경영학과 박창균 교수는 “정부가 보증하고 나서는 순간 저소득·저신용자들은 ‘당연히 받을 돈’으로, 금융회사에는 ‘안 받아도 큰 손해 없는 돈’으로 인식하게 된다”며 “같은 서민금융이라도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돈을 모아 빌려줬다면 상업적인 판단으로 신용평가도 하고 적정한 금리를 매겨 부실을 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한계 상황의 서민용 대출인 만큼 일정 부분 손실은 감당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서민금융과장은 “햇살론을 출시할 때부터 대위변제율이 20%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며 “대부업계 신용대출 연체율 역시 7%를 넘나드는 수준인 걸 감안하면 8%대 대위변제율은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서민대출 늘리는 정부, 모럴 해저드 부채질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서민금융상품 지원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최근 2금융권의 고금리 전세대출을 은행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징검다리 전세보증’ 대상을 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로 확대하면서 대출 보증비율까지 기존 90%에서 100%로 늘렸다.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시중은행들이 나머지 10%의 리스크를 책임지는 것을 꺼려 적극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지 않자 금융위원회가 결국 공사의 100% 보증 방안을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100% 보증 대출의 경우 상환을 미루거나 아예 갚지 않으려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모든 리스크를 공사와 정부가 부담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서민금융상품 지원 확대됨에 따라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 대출자들을 설득해 서민금융상품 대출을 알선해주고 수수료를 뜯어내는 불법 브로커가 늘고 있다. 또한 바꿔드림론, 햇살론 등을 동시에 지원받는 중복 대출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금융·보증기관의 부실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올 들어 법원의 개인회생 신청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004년 개인회생제도가 도입된 후 지난해 최고 신청건수를 나타낸 데 이어 올해 1·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운 수직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여파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에는 채무회피를 위해 고의적으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모럴해저드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을 집중할 수 있는 보완책이 시급이 마련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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