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Focus】이별범죄 급증
【Society Focus】이별범죄 급증
  • 남윤실 기자
  • 승인 2012.11.27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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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살인자로 돌변
[이슈메이커=남윤실 기자]

‘이별 통보’와 ‘교제 반대’가 살인사건으로 이어져 충격

 

 

과거에 남녀가 사귀다 헤어지면 여성을 찾아가 자살소동을 부리며 자해를 하는 등 행패를 부리거나 스토킹을 하는 정도가 ‘이별 범죄’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인에게 앙심을 품은 옛 남자친구가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살해하거나 방화를 저지르는 등 무차별 범죄가 늘어나고 있어 공포감을 더하고 있다. 젊은 남녀 사이에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끔찍한 범죄의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비뚤어진 사랑의 결말, 살인으로 이어져

사랑하다 헤어질 때 서로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일은 남녀 누구나 한 번 쯤은 겪어봄직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음이 아닌 육체적으로 직접 상처를 남기는 끔찍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세간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 8월 7일 중앙고속도로 가산나들목 인근에서 한 여성이 온몸에 불이 붙은 채 질주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조사 결과 그는 “싫증났다. 그만 만나자”는 여자친구의 말에 격분한 나머지 이성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놀랍게도 여성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인 사람은 4세 연하의 남자친구였다. 또 지난 9월 16일 경기도 성남 중원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남자친구 박 모(24)씨가 자신의 여자친구 박 모씨(24)와 박 씨 어머니 문 모(48)씨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 박 씨는 여자친구가 “부모의 반대가 심하다.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 범행을 저질렀다.

이에 앞서 울산 자매 살인사건도 비슷한 이유였다. 지난 7월20일 새벽 울산 성남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들어가 20대 자매 2명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김 모씨(27)가 구속됐다. 울산의 김 씨가 자매를 무참히 살해한 이유도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의 이별 통보가 시작이었다. 최근 이별 통보를 받고 스스로 격분해 여자친구는 물론 그 가족까지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공포감과 함께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인과의 이별은 흔한 일이지만 이처럼 끔찍한 결말로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이별범죄 해 거듭할수록 급증

한편 이처럼 헤어진 연인에게 앙심을 품은 옛 남자친구가 연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살해하거나 방화를 저지르는 등 무차별 범죄가 이어지자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이거 무서워서 헤어지자고 말이나 할 수 있겠나”, “나도 이별 후 스토킹 당한 적 있는데 무섭다”, “가장 믿고 있는 사람마저 의심해야 하는 세상이다” 등의 반응이 쇄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스킨쉽이나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자신의 하루 일과를 연인에게 반강제적으로 보고를 요구하는 경우,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은 물론 연인을 심하게 깎아내리거나 무시하는 말로 연인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말다툼 중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부수는 등의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었을 경우 이별 후에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권고했다. 또 경찰 관계자는 “옛 애인에게 위협 등을 받을 경우 침착하게 상대방을 안심시켜 더 이상 강력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9월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과거 또는 현재의 애인에 의해 죽거나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이 6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애인을 상대로 한 살인(미수 포함),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범죄는 2007년 483건에서 2008년 521건, 2009년 608건, 2010년 636건, 2011년 655건 등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여성인권단체 ‘한국 여성의 전화’ 성폭력 상담건수에서 데이트나 치정폭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27.7%에서 올해 38.4%로 급증했다. 경찰관계자는 “실제 수치는 훨씬 높을 것이다. 애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강간이나 폭력은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애인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 현 사회의 단면 반영

전문가들은 이별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현상을 현 사회의 단면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회생활과 대인관계가 원활하지 않고 가정 등에서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해 애정결핍 증상을 보이는 남성들이 주로 교제하는 여성에게 집착하고 만남을 거부하면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하거나 좌절해 극단적으로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이주리 교수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과 혼자 자라거나 형제가 적은 환경에서 자란 탓에 자기중심적 경향이 짙은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처리하는데 미숙한 경우가 많고 자신이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가 크다”라고 말했다. 또 “맞벌이 부모 밑에서 관대하게 교육받고 자란 아이들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폭력적으로 변하기 쉽고 이런 성향이 연애를 할 때도 투영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 사고방식에서 빠져나오는 남녀 간 속도차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요즘 여성들은 남성에게 순종하지 않는데 가부장적 사고에 갇힌 일부 남성이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사회 분위기상 분노를 속으로만 쌓아 둔 상태에서 상대방이 결별 통보 등으로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된다”고 말했다.

또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이별범죄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성격 장애자들의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격 장애자가 많아진데다 가중되는 경제난으로 사회적 스트레스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속도와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한다. 범죄를 저지르면 중한 처벌을 받고 가족과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헤아리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온순했던 사람이 애인의 이별 통보 후에 돌변하기도 한다. 류창현 한국분노조절센터 대표는 “자신에게 부족한 남성성을 여자가 모독했다고 여겨 엉뚱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이유로 현실과 담쌓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은둔형 외톨이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은둔형 외톨이는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가다 보니 의사소통, 관용, 규범 등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좌절 혹은 분노로 촉발된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사회 부적응으로 이어진 스트레스와 현실 불만족이 고조되면 자신의 분노를 적절한 방법으로 통제·해소하지 못해 외부에 대한 공격 성향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특히 급증하는 가정해체 현상, 갈수록 흉포해지는 학교 폭력, 취업난과 높은 실업률에다 사회적 안전망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한국 사회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폭발할 외부조건이 발화점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발생한 울산 자매 살인 사건의 범인인 김 씨가 자매를 살해한 이유도 은둔형 외톨이적 성향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씨는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로 여자친구와의 대화 이외에는 소통하는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여성의 부모가 운영하던 주점에서 5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고, 다른 인간관계 없이 여자친구에게만 매달렸다. 김 씨의 전화 통화의 90%는 모두 여자친구와의 통화였다. 김 씨에게 있어서 여자친구는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였다.

한편 고려대 사회학과 현택수 교수는 “방송,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폭력적인 문화를 쉽게 접하는 젊은 층은 문제가 생겼을 때 공격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쉽다”고 말했다.

 

연애 초기단계서부터 이별범죄 예방 필요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별범죄는 연애 초기에 예방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우선 일부 여성이 ‘남자친구의 성격이나 폭력 성향까지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정책국장은 “주먹을 휘두른 남성이 용서를 빌며 애정공세를 펼 때 여성들이 ‘내게도 잘못이 있다’며 다시 받아들이면 그 후 폭력이 점점 세지고 나중엔 그 공포 때문에 결별조차 할 수 없게 된다”며 “사랑하기 때문에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폭력은 자신의 뜻을 피력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이고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쉽게 그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성적으로, 도덕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학습하기 때문에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다. 폭력은 절대로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특히 헌신적인 사랑을 요구하고 집착을 과도하게 원하는 것은 헤어진 이후 남자가 보상심리와 함께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하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선물공세 등 물질적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공세적으로 매달리는 남성일수록 이별 통보를 받으면 거기에 비례해 박탈감과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 고려대 사회학과 김준호 교수는 “일과 친구관계를 저버리고 헌신적으로 사랑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때문에 집착할 가능성이 많게 되고, 사랑이 자신의 전부였다고 생각하게 된다. 때문에 이별통보를 받는 순간, 자신의 헌신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에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할 경우 극단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대방이 수시로 휴대전화 기록을 확인한다거나, 모든 일상을 함께 하려 한다거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고 하는 행동은 위험신호이므로 서서히 거리는 두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갑자기 이별 통보 후 연락을 끊으면 상대방이 집착과 함께 폭력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헤어질 때는 서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두면서 서서히 헤어지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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