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찾을 진정한 우리의 것 사라져가
외국인들이 찾을 진정한 우리의 것 사라져가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2.11.24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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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그대로의 자취 보존위해 노력해야
[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Korea Inside

 

전통 사라져 가는 인사동

 

 

전통의 거리 인사동이 화장품 매장의 거리 장악으로 인해 그 본질을 잃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 전통 거리의 향취를 맡기 위해 인사동에 왔다가 진한 화장품 냄새만 맡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먹거리 문화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진한 고추장이 들어간 비빔밥과 고소한 파전, 약간의 취기로 한국 거리를 흥겹게 걷게 해 줄 막걸리 등을 찾고 있지만 인사동 거리는 스타벅스와 같은 외국 커피 전문점과 패스트푸드, 파스타와 피자를 파는 이국적 레스토랑들이 자리를 차지하며 그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인사동 본연의 모습은 어디에

 

대한민국은 한국전쟁을 치르고 새마을 운동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거쳐 수많은 노동자들과 민주화를 외치던 학생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을 기반으로 지금의 경제대국을 이룩할 수 있었고 정치적으로도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삶이 윤택해짐에 따라 의식주는 서양화되고 여러 가지 문화들도 우리의 삶 속에서 깊숙이 서양의 모습 그대로 정착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보전해야 하는 가치들 즉,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우리 고유의 보전하고 알릴 수 있는 장소는 여전히 우리의 것으로 남겨 두며 외국관광객들의 발걸음 이끌어내야 하는 우리는 스스로 그런 부분을 소멸시키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대한민국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줘야 할 인사동이 그 향취를 잃어가며 인사동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자라 한국 여인을 만나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직장인 매트 로저스(Matt Rogers. 37)는 최근 그의 부인(김다원, Dawon Kim Rogers. 26)과 함께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인사동을 찾았다가 크게 당황했다. 매트 로저스는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느꼈던 전통의 거리 인사동의 느낌이 크게 사라졌어요. 좋아하던 한국 전통 찻집도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화장품 가게들을 보고 마치 제가 명동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하며 이제는 한국에서 한국을 사랑하며 사는 외국인으로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그는 “아직 미국에 있는 가족들 중에 아직 인사동을 보지 못한 가족들이 있어요. 그들에게 꼭 한 번은 보여주고 싶은 한국의 모습이 인사동이었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변질된다면 대한민국의 전통 거리를 가족들에게 쉽게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우리의 전통문화도 같이 사라져

이미 명동을 비롯해 외국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에 화장품 가게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마케팅으로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인사동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있던 전통의 향취를 간직한 가게들은 한 쪽 구석으로 몰리거나 정리가 되고 있고 그곳을 화장품 가게들이 대신하고 있다.

2002년 4월 인사동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화지구로 지정됐으며 종로구 인사·낙원·관훈동 일대 17만5743㎡ 규모에 달하는 전통문화 특화지역이다. 주말엔 하루 관광객 수가 10만 명에 달할 정도다. 그리고 조례를 만들어 전통문화와 상관없는 16개 업종의 영업을 제한했지만 약 500미터에 달하는 인사동 문화거리에만 11개 화장품 브랜드가 거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대규모 화장품 거리의 조성이 가능했던 이유는 16개의 영업 금지 업종 대상에서 유독 ‘화장품’만 빠져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매장의 인사동 거리 장악의 문제점의 인사동 본연의 모습을 잃게 만드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을 초래했다.

화장품 매장의 거리장악으로 인해 우리의 향을 간직한 전통 찻집, 우리의 맛을 고수한 전통 음식점, 우리의 전통 자체를 외국인들에게 간직되게 해 줄 전통 기념품 가게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가면서 우리의 전통도 같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잠시 들러 차를 한 잔 하며 휴식을 취하는 곳은 스탁벅스와 같은 외국 커피 전문점이 대신하고 있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둘러보면 외국인들이 자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이나 레스토랑이 그 자리를 잠식하고 있다. 번화가라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지만 이곳이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인사동 거리라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 심각성을 느끼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가 이탈리아에 가서 된장찌개의 구수한 향을 맡는다면 분명 반가울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탈리아 전통 피자와 파스타를 포기하고 한국에서 항상 먹을 수 있는 된장찌개를 먹지는 않을 것이다. 오로지 ‘그 나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전통 음식을 ‘그 곳’에서 맛보고 와야 여행의 의미를 한 층 더해 그 나라에 대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그러한 권리조차 하부여지 않으려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전통을 우리 스스로 지켜도 모자랄 판에 우리 스스로가 훼손하고 있다는 것은 깊이 생각하고 반성해 볼 문제다. 훼손이라는 표현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훼손이 맞다면 오히려 복구할 기회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훼손이 아니라 비싼 값을 지불한 화장품 브랜드 기업들의 돈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면 돈에 물든 사람의 마음에 전통을 지키자는 호소가 그들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전통의 거리를 위한 당국의 노력

다행히도 올해 말을 기점으로 인사동 전통거리에 더 이상 화장품 매장이 들어설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도로 주변에 화장품 매장을 비롯한 전통문화와 관련이 없는 매장들이 지속적으로 입점함에 따라 인사동의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인사동 이미지의 훼손 우려가 있는 영업 매장들의 입점을 금지하는 조례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와 종로구는 금지 영업 또는 시설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담보능력 확보를 위해 문화예술진흥법령에 과태료 부과하고 근거규정을 마련해 줄 것을 중앙부처 등에 요청한 상태이며 7월5일에는 이를 골자로 하는 공청회를 개최한바 있다.

당시 ‘서울시 문화지구 관리 육성 조례 개정’이란 주제로 열린 공청회에서 서울시는 제한 규정을 무시하고 점포를 열면 1회 300만원, 2회 400만원, 3회 500만원, 4회 600만원, 5회 700만원을 점차적으로 부과하는 조례 개정안을 공개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례 개정안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의 세부 내용을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과 입법자문 등을 통해 검토하고 수정해 올해 내 처리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조례 개정안이 확정 될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 화장품 브랜드 매장과 이동통신 대리점 등 전통 문화와 관련없이 인사동 거리의 외관만 해치는 점포가 들어서지 못하게 된다. 다만 이미 입점해 있던 기존의 영업점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인사동에 신종 마사지숍이 등장하는 등 우리의 전통 문화 거리를 훼손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연 내 조례 개정안이 확정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인사동 거리의 보존과 부활을 위해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문화지구 담당자에 따르면 “인사동이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 종로구청 문화지구 담당자들은 지금도 인사동의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동 거리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에 대한 비난 여론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 안타깝고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의 노력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신다면 그런 무조건적인 비난 여론이 조성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누구보다도 인사동의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외국의 사례를 통한 인사동 보존 대책

유독 고대 유적지가 많은 이탈리아 로마는 시 당국이나 국가가 가능한 한 옛 모습의 고도 로마를 유지하도록 유적 보존에 모든 행정력을 쏟아 붇는다. 무너질 염려가 있는 부분은 사전에 철저히 조사하고 진단하여 ‘유지적’ 차원의 보수를 시행한다. 이는 우리가 배워야 할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로마시 문화재담당책임자는 “로마의 문화 유적 보존 정책은 엄격합니다. 보수를 시작한 이상 고도의 시가 안으로는 일정한 차량 외에는 통행이 금지하고 철저한 고증과 고건축 기술을 동원하여 완벽히 복원 될 때까지 누구의 출입도 금지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도 우리가 본받아야 할 문화유산 보존책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문화유산 관련법제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고물애호법과 사적보호법을 바탕으로 연방정부 소유 땅에 있는 문화재와 사적에 대한 등재 및 보호 작업이 활성화됐으며 닉슨 정부가 ‘행정명령 11593’을 발표해 기존 법규를 체계적인 연방법으로 통합했다.

영국은 1895년 ‘유산신탁운동’의 일환으로서 ‘NT(National Trust)운동’을 시작하였다. NT운동이란 국가와 개인이 지킬 수 없는 문화유산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영구히 보존하는 목적을 가지고 하는 ‘국민자원운동’이다. 영국 NT운동의 정식명칭은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자연이 아름다운 장소를 보전하기 위한 국민신탁운동’이다. NT운동은 영국 외에도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30여 나라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유산보전운동이다.

우리나라도 1994년 광주 ‘무등산공유화운동’이 시발점이 되어 지난 2000년 1월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이하 한국 NT)의 발족으로 연결됐다. 이들은 2000년데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보전대상지역(Site) 100선 웹 컨테스트’를 개최했으며 1기업 1Site 후원운동을 전개하는 등 실제 우리나라 문화제 보존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문화재 보존책도 분명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인한 문화재 보존책은 그 어떤 정책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분명 인사동은 보존 되어야 하는 곳이고 다시금 예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마음이다. 인사동 거리에 대한 애정과 그것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떠나 그 가치의 소중함을 느낀다면 우리 스스로가 변질되는 인사동을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국가의 문화재를 지키는 것이 그 나라 정부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국가의 정부도 그리고 국민도 결국은 대한민국 속의 ‘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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