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 비상을 꿈꾸다
한국 만화 비상을 꿈꾸다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2.11.19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신을 거듭하는 한국만화, 국내를 넘어 세계로 나간다”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K-Comics] 만화의 날

 

 

 

지난 5월부터 시작한 KBS드라마 각시탈은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민국의 모습을 그리며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주인공 강토의 오열에 함께 울기도 하고 일본을 향한 통쾌한 복수에 함께 애국심을 가졌다. 또한 차츰 긴장감을 더해가는 스토리의 구성을 통해 주인공의 정체가 발각되기 까지 과정은 보는 시청자의 애간장을 녹이기 충분했다. 드라마는 종영했지만 드라마의 배경이 된 원작만화 각시탈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허영만 화백이 1974년 발표한 각시탈이 지금에 이렇게 인기를 모은 이유는 어디 있을까? 그 배경에는 누구나 친구들과 옹기종기모여 만화책을 보던 추억이 크게 차지한다. 만화는 어른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고, 아이들에게는 꿈을 심어주고 있다. 최신 기술력과 만나 색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만화의 변신은 무죄, 종이를 벗어난 만화

‘두 사람이 대령숙수의 계보를 이어가기 위한 경합을 벌인다. 성찬은 최고의 한우를 구하기 위해 전국 팔도로 여행을 떠난다. 봉주는 이런 성찬을 비웃으며 갖은 술수로 성찬을 방해한다. 성찬의 육개장과 봉주의 비전지탕은 결선에서 맞붙게 되고 결국 성찬의 육개장이 최종 승리를 하며 대령숙수의 맥을 이어갔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어 화려한 영상과 함께 시청자의 식욕을 자극시켰다.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지만 사실에 근접한 만화는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며 만화적 상상력과 스토리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풀하우스, 미녀는 괴로워, 타짜, 시티헌터, 이끼, 바보, 각시탈은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와 영화다. 이렇듯 만화가 소재인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영상화하기 쉽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과 전개에 있어서 독자들과의 호흡을 염두에 두고 끊임없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SBS 김영섭 드라마 국장은 “가족드라마 중심의 일일연속극에 비해 젊은 시청자층 중심의 미니시리즈는 만화적 상상력과 코드가 잘 맞는다”라고 전했다.

 

예전 만화의 향수가 손에 들고 한장 한장 넘겨가며 손에 땀을 쥐고 봤다면 이제는 컴퓨터와 모바일 매체를 통해 웹툰의 형태로 독자들에게 다가왔다. 한권에 3~4천 원에 달하는 출판만화와 달리 웹툰은 인터넷이 가능한 PC와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웹툰은 2000년도를 전후해 국내 포털들을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만화시장의 주류로 올라섰다. 상명대학 만화학과 고경일 교수는 웹툰의 시초가 한국이고 상업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웹툰의 강점은 영화나 연극 등으로 확장하기 쉬운 스토리텔링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초짜 생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 보다 어느 정도 검증된 소스를 쉽게 확보하는 길이니까 달려든다”고 전한다. 작업하는 방식도 용이하다. 소설의 경우는 영화제작과정에서 일일이 그림을 그려가면서 시나리오를 다시 제작한다. 하지만 웹툰은 그 자체가 시나리오인 셈이다. 웹툰 ‘이끼’를 영화화한 감우석 감독은 “웹툰을 보고 난 후 바로 영화의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서점가를 잠식한 일본만화, 만화는 아직 하급문화

한국만화가 큰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점가를 찾아보면 대부분 일본만화일색이다.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30~40대에게 가장 재미있게 본 만화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을 많이 뽑는다. 만화 강국 일본에서도 후세에 전하고 싶은 만화 1순위로 뽑힐 정도로 인기가 많은 슬램덩크는 국내에서 소장본이라는 형태로 재발행 될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 소재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농구라는 소재와 풋내기였던 주인공이 노력으로 성장해 간다는 배경 스토리는 남녀노소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일본 만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단행본으로 된 한국 만화는 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일본 만화가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온 것은 89년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전략 삼국지’가 처음이다. 하지만 시장 판도를 송두리째 바꾼 것은 89년 12월부터 ‘아이큐 점프’를 통해 연재된 도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과 이노우에 다케이코의 ‘슬램덩크’다. 이 작품들은 단행본 시장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국내 만화시장의 몸집을 키우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들어온 일본 만화가 국내 출판 만화시장의 50~60%를 잠식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뿐만 아니라 일부 기성세대들이 만화를 하급문화로 여기는 것도 큰 문제다. 올해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네이버, 다음 등 웹툰을 연재하는 포털 사이트에 청소년유해매체물 결정 관련 사전 통지 공문을 발송했다. 너무 폭력적이어서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늘어나는 학교폭력과 자살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화살이 웹툰과 게임으로 돌려진 탓이다. 문제는 방통위의 문제작 리스트에는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드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던 정연식 작가의 ‘더 파이브’, 2011년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인 꼬마비·노마비 작가의 ‘살인자 난감’도 포함됐다. 신선한 연출로 해외에서 화제를 모았던 호랑 작가의 ‘옥수역 귀신’과 ‘봉천동 귀신’, 영화로 만들어지는 이종규·이윤균 작가의 ‘전설의 주먹’도 도마에 올랐다. 만화계는 작가와 업계 스스로 19세 미만은 볼 수 없도록 성인 인증 절차 시스템을 마련해 놓은 작품들도 유해매체물 대상에 올려놓은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수많은 작품이 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지며 우리 시대 최고의 만화가로 꼽히는 허영만 작가는 과거 정부 검열 시대가 끝난 뒤에도 몇 년 동안 자기 검열의 속박에서 허우적댔다고 토로한 바 있다. 만화적 표현력이 제한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일본과 같은 소재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만화가 주로 교육용이나 학습용으로 발달되는 것 역시 만화가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만화 산업의 원동력은 다양한 장르와 소비

반면 만화 강국 일본은 어떤가? 일본에서 한해 팔리는 만화책은 19억 권에 달하며, 이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평균 15권 이상의 만화를 본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화가 소비만으로 그쳤다면 일본의 만화시장은 이렇게 거대해 지지 않았다. 예컨대 ‘이것이 일본만화다’를 지은 프레드릭 L 쇼트는 16년 동안 일본에 지내면서 일본 만화에 대한 목격담을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예술성과 오락성이라는 만화의 두 핵심요소를 절묘하게 버무려 하나의 상품으로 키워내는 것이 일본 만화 산업의 특징이라고 서술한다. 또한 고도로 세분화된 장르와 독자층으로 다양한 주제의 차별성이 일본만화의 저변을 넓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만화와 일본의 ‘건담’ 시리즈의 사례만 봐도 만화가 가지고 있는 시장성과 부가가치는 이제 만화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만은 없다는 걸을 증명해주고 있다. 한국에서 볼 때는 만화에 빠져있는 불량하거나 공부에 관심 없어 보일 그들이 일본에서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아이들로 인식을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만화 스바루의 작가 소다 마사히토는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책방에 갔다가 그림과 이야기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재미가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어 “그것이 만화라는 것을 알게 되고 사서 읽다 보니 앞으로 이런 즐거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면서 만화를 하게 됐다”며 만화가가 된 계기에 대해 밝혔다. 그는 만화의 장점에 관해 “만화만큼 작가의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영상이나 이야기를 표현하는데 적합한 장르는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소다는 일본 만화산업의 강점으로 “연출력, 표현력은 물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해간다”는 것을 꼽았다.

한국만화를 넘어, 세계로 날갯짓

이미 정상급 웹툰 작가들은 한해에 수억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이며, 자연스럽게 연재한 작품은 책으로 묶어져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초대형히트작들은 영화사들의 구미를 자극해 영화나 연극 혹은 뮤지컬로 각색되는 콘텐츠의 완벽한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으로 수출까지 되기도 한다. 이미 수차례 영화화 과정을 거친 강풀 씨가 웹툰작가들의 위상의 정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의 9개의 장편만화는 누적 클릭 수 6억 회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대표작 ‘아파트’, ‘순정만화’, ‘바보’ 등 5개의 작품이 영화화 됐고 그의 대부분 장편만화가 영화판권계약이 됐을 정도다. 강풀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자신의 목표가 “인터넷에서 이미 봤음에도 소장하고 싶을 정도의 만화를 그리겠다”는 것이라고 밝히며 웹툰 작품의 책 출간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만화는 또 다른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로봇 태권V가 3D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것과 더불어 한국만화 ‘프리스트’는 지난 1999년 첫 출간돼 이미 국내에선 50만부, 전 세계 33개국에서 1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 2003년 할리우드 만화사 도쿄팝의 제의로 영화 제작에 들어간 ‘프리스트’는 감독, 배우 등이 모두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이후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샘 레이미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하며 영화 제작은 급물살을 타며 2011년 영화로 제작되었다. 이는 한국만화의 가능성을 찾아낸 성과로 기억된다.

한류의 열풍에 있어 한국의 만화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대형포탈 큐큐닷컴에 한국의 웹툰을 번역해 서비스하는 마일랜드의 김남진 대표는 “웹툰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신세대형 만화가 중국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크게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중국의 웹툰 시장은 초기 성장단계이며 올 초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큐큐닷컴의 경우, 하루 페이지뷰가 200만 건에 머물렀으나 9월 현재 1,000만 건으로 5배가량 성장했다. 지금과 같은 기세라면 올 연말 페이지뷰가 일 3,000만 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약 6억 5,000만 가입자의 차이나모바일에서 운영하는 모바일 만화 서비스 플랫폼인 ‘쇼지동만’이 올 초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국 웹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만화 시장의 다양한 판로 개척도 좋다. 하지만 국내 만화에 대한 인식이 우선 높아져야 한다.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박인하 교수는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지 못한 채 해외 진출을 논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따라서 우리 만화 시장이 다양하게 발전하고 존재할 수 있어야 하며, 우선 다양한 만화를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연구와 흐름이 체계화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만화도 문화산업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또한 몇몇 작가들은 화백이라는 높여 부를 만큼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만화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으며, 내수 불황도 여전히 떠안고 있는 문제이다. 무엇보다도 인식의 전환을 통한 만화 시장의 내수 활성화가 한국 만화의 성장을 이끌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