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음란물이 덮어버린 대한민국
인터넷 음란물이 덮어버린 대한민국
  • 이희수 기자
  • 승인 2012.11.19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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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성인광고와 음란물에 성왜곡 우려
[이슈메이커=이희수 기자]

 

 

류동영(가명, 59) 씨는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부터 켰다. 파란 배경이 뜨며 윈도우창이 실행되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결재보고 누락’이라는 폴더를 클릭했다. 폴더의 제목과는 달리 폴더의 내용물은 수십 개가 넘는 동영상들이었다. 배 씨는 업무시간도 망각하고 소위 ‘야동’이라 불리는 동영상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결재보고를 하러 오는 여직원들이 오면 잠깐 창을 닫으면 그만이다. 그의 하루는 음란물과 함께 계속되고 있다. 배 씨의 일상처럼 상당수의 사람들이 음란물과 시간을 보낸다. 인터넷뉴스 등을 클릭하면 갑자기 성인용 팝업광고들이 뜨는가 하면, 음란물 동영상 시청 또한 초등학생들이 접하기 쉬울 정도로 용이하다. 밀려드는 인터넷 음란물에 온라인상의 정화 운동 필요성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하루에도 음란성 동영상․광고 수천 건 쏟아져

인터넷 상 성인물의 수준이 도를 지나쳤다는 주장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된 문제이지만 정작 음란물의 실태와 심각성에 대해서는 둔감한 게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성경 구절을 빗대 ‘너희들 중 하드에 야동(야한 동영상) 한편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져라’는 우스갯소리마저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장했다. 최근 들어 성범죄가 증가하며 범죄수법 또한 치밀해지자 광범위한 인터넷 음란물에 대한 지적도 늘었다. 지난 8월 30일 전남 나주 어린이 납치 성폭행 사건 이후 경찰은 9월 3일 성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사이버 세계에서는 성인물이 판을 치는 실정이고, 워낙 방대한 양과 종류에 일선 경찰들이 단속하기에도 속수무책이다.

웹하드는 본래 인터넷상 저장 공간을 확보해 문서, 파일 등을 올려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서비스지만 행정안전부가 최근 주요 웹하드 사이트 10개를 대상으로 음란물 유통실태에 대한 조사한 결과 1분마다 한 건 이상의 음란물이 업로드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음란물은 심의나 등급 분류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더군다나 내려 받는 데도 특별한 제재가 없다. 주민등록번호로 성인인증을 하거나 아예 인증 없이 음란물을 보도록 한 업체도 상당수다. 웹하드로 인한 저작권 문제도 심각하다. 저작권보호센터가 밝힌 2011년 온라인 불법 저작물 시장 규모는 1,870억 원이다. 만약 소비자들이 합법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했다면 저작권자와 콘텐츠 및 유통 산업에서 벌어들일 수 있었던 수익은 2조 2,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불법 콘텐츠 유통이 스마트폰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인터넷 주소만 알면 누구나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외국 음란물 사이트의 경우는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노출돼 왜곡된 성지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유해정보 차단 안내를 통해 음란물 동영상에 대한 접근을 막아보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중학생 김성호(15, 가명) 군은 교실에서 친구들과 전날 본 야동(야한 동영상) 이야기를 하는 게 일과라며 주로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로 사이트에 접속해 음란물 동영상을 접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 음란물을 주로 접하는 경로를 ‘야동 사이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뉴스와 인맥구축서비스(SNS)에서 제공하는 음란성 광고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당수 인터넷 언론사에 접속하면 뉴스와 함께 음란성 광고물이 뜨는 경우가 많아 언론 매체들의 자정이 시급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SNS를 통한 음란성 메시지와 각종 유해성 광고도 증가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스마트폰의 일부 애플리케이션에는 룸살롱 등 광고성 메시지들이 넘쳐나 상대 번호를 모르더라도 보내고 싶은 타깃 성별만 구분하면 원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실제 성매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올 8월에만 음란물 신고 8천여 건, 인터넷상 정화운동 시급

행정안전부는 최근 학부모정보감시단 등 관련 시민단체와 함께 ‘사이버 지킴이’ 모니터단을, 경찰은 시민 사이버 명예경찰인 누리캅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단체와 시민들은 자발적인 음란물 모니터링으로 음란사이트나 게시물을 적발해 경찰이나 방통심의위원회에 신고해 삭제, 차단 조치하고 있다. 누리캅스 대원들이 찾아 경찰에 신고한 음란물은 올해에만 8,395건.워낙 그 양이 방대해 아직 효과는 미비한 수준이다.

성의학연구소 강동우 소장은 “한국인의 5% 정도가 음란물 중독으로 추산된다“며 “포르노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타인에게 혐오감이나 정신적 피해를 준다면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소장은 “음란물을 통해 타인의 성관계를 즐기는 관음증은 노출증, 성 도착증, 성범죄 등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발달과 무분별한 성매매, 폐쇄적인 성문화 때문에 한국의 음란물 중독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음란물에 자주 노출되면 성폭력 범죄에 대해 둔감해지고 충동을 자극할 수 있다며 불법 웹하드나 불법 동영상 이용에 대한 양형을 늘리고 처벌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발달은 빠른 정보의 검색과 지식의 공유를 가져왔지만 음란물 중독으로 빠지는 길도 가져왔다.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낳는 무분별한 인터넷 음란물이 점차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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