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 5%가 중독됐다
대한민국 인구 5%가 중독됐다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11.19 16: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엽기 변태적 성 노출 그릇된 性 관념 심어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중학생 A군(15)은 하루 일과 중 많게는 6시간씩 음란물을 탐닉한다. 음란물을 접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자극적인 것을 찾다 보니 A군은 최근 아동 포르노, 강간·수간물 등에 심취해 있다. 음란물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동급 여학생들에게 음란한 말을 자주 할 뿐 아니라 친구의 바지를 벗겨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상 행동으로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A군은 채팅에서 만난 또래들과 폰팅이나 영상 채팅을 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맞벌이 부모는 방에서 나올 줄 모르는 아들에게 사춘기가 찾아왔다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A군은 “생활 자체가 안 될 정도로 눈만 뜨면 포르노 생각뿐이다”라며 “점점 자극적인 것을 찾다가 나중에는 내가 본 행동을 따라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A군의 얘기가 단순히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밤을 새워 음란물을 보고, 음란물을 통해 배운 이론을 한번 실천해보기 위해, 그 대상을 찾아 헤매는 이들이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음란물에 빠진 이들은 성적인 만족이나 흥분, 오르가슴을 위해 가상공간에서 성적인 행위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포르노그래피 사진이나 동영상을 수시로 감상하고, SNS나 채팅방 등에서 성적인 대화를 서슴지 않는다. 문제는 음란물에 중독될 경우, 실제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음란물 중독자들은 일단 정서적으로 죄의식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괴리를 느끼게 된다. 본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과 은폐를 반복하며 이중생활을 감행하는 것이다. 포털사이트 NAVER ‘지식in’에 자신을 음란물 중독자라고 밝힌 sky****는 “(음란물을 보기 위해)퇴근 후 술 한 잔 하자는 동료들에게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라고 둘러대면서 자리에서 빠진다”라며 “걱정해주는 동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빨리 집에 가서 (음란물을)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음란물 중독은 본인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이중생활은 사회적 관계파괴, 가정파탄 등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사이버 동영상에 중독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본 풍만한 가슴과 늘씬한 몸매 때문에 부부 관계에서 배우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점점 더 자극적이고 변태적인 성관계를 요구하므로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는 불감증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들의 자녀들도 음란물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지난 9월 6일 부산가정법원 제1부(장홍선 부장판사)는 아동 포르노 등 음란물과 인터넷 채팅에 중독된 B씨에게 법원이 혼인 파탄의 책임을 인정해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B씨는 결혼생활 초기부터 장시간 컴퓨터로 아동 포르노 등 음란물 동영상을 보거나 인터넷 채팅을 하는 등 가정을 소홀히 해 아내와 자주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 김현오 소장은 “인터넷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처음에는 잠깐만 보자는 생각으로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지만 한번 접속하면 자기통제가 쉽지 않다. 사이버 음란물 중독은 우울증, 대인관계 단절 등을 야기하고, 심각한 경우 불륜, 성폭행 등 범죄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대한남성과학회도 보고서를 통해 음란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화면의 행위가 비정상이라는 사실에 무감각해져 실제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음란물 몇 편 본다고 당장 성범죄 의지가 생기지는 않지만 포르노를 지속적으로 시청하면 잠재적 성범죄자의 내면에 잠복해 있는 범죄욕이 발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청소년 5% 음란물 본 뒤 ‘성추행 충동’

인간관계·가정 파탄에서 나아가 범죄로 이어지는 음란물 중독은 비단 성인들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앞서 설명한 A군처럼 청소년의 음란물 중독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14일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21개 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서 2009~2011년 3년간 실시해온 청소년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게임, 음란물 과다 사용 등 '컴퓨터·인터넷 과다 사용'에 대한 상담이 전체 상담자의 24.7%(19만 1,184명)로 청소년 고민거리 1위에 꼽혔다. 이 청소년들의 고민거리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직 보건 교사인 보건교육포럼 우옥영 이사장은 “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갖춰지지 않은 청소년이 음란물을 접하면 중독되기 쉽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해 잘못된 성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어린이·청소년 성폭력 가해자가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전국 초등학교 5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청소년의 성인물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음란물을 경험한 청소년의 5.0%가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꼈다’라고 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물 이용 이후 일부 청소년들은 ‘변태적인 장면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됐다’(16.5%), ‘이성 친구가 성적 대상으로 보인다’(7.9%),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꼈다’(5.0%) 등의 일탈 현상을 보였다. 특히 성인물 이용 후 행동 경험 중에서 음란채팅(4.9%), 야한 문자·사진·동영상 전송(4.7%), 몰카 촬영(1.9%) 등 청소년의 성인물 접촉이 단순한 이용에 그치지 않고 일부 부적절한 행동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청소년들은 성인물을 이용한 후 ‘더 자극적인 성인물에 집착하게 됐다’, ‘안보면 허전하다’는 등 성인물에 내성을 보이거나 금단증상을 보여 자칫 음란물 중독에 빠질 위험성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물 이용한 청소년들은 성 가치관 형성에 상당 부분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주로 호기심이나 재미로 성인물을 처음 접하게 됐지만, 성인물을 이용하고 난 후 느낌에는 남녀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여학생들은 주로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혐오감 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남학생들은 성적 흥분, 본대로 따라하고 싶은 모방 심리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초등학생은 여학생과 같이 부정적인 느낌을 받다가 중·고등학생으로 갈수록 성적 충동에 더 강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인물 이용이 반복되면서 성 충동이 강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행복한 성’ 강의로 유명한 (사)푸른아우성 구성애 대표는 ‘성 개방’, ‘표현의 자유’라며 쏟아져 나온 다양한 형태의 음란물의 문제가 아이들에게 나타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컸지”라는 부모들의 구태의연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단언한다. 국회 사무처가 주관한 성교육 강의에서 구 대표는 “시각과 청각은 뇌에 각인이 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지워도 한계가 있다. 이런 일들은 부모 스스로 깨닫고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아 짓밟은 악마소굴엔 아동 포르노가 있었다”

음란물 중독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아동 포르노가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동 음란물 중독자가 반드시 아동성범죄를 저지른다는 필연성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아동 음란물 소지와 성범죄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2005년 미국에서 진행된 ‘청소년 온라인 범죄 피해자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아동 음란물 소지죄로 검거된 범인의 40%는 실제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양측성 범죄자(Dual Offender)’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을 불안에 떨게 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의 행적을 감안할 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미국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아동 포르노물에 중독된 남성은 미성년자를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도 “아동포르노와 아동 대상 성범죄 사이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며 성범죄 전력이 있다거나 성적 충동에 대한 통제력이 약한 사람이 아동을 성욕 대상으로 삼는 포르노를 지속적으로 볼 경우, 성관계 대상 연령을 낮춰 보는 정신적 변화를 불러와 관련 성범죄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입니다. 형사님도 포르노 보면 더 자극적인 것 원하잖아요.” 2007년 12월 경기 안양에서 초교생인 여아 2명을 성폭행·살해한 범인 정성현(43)은 검거 뒤 범행을 실토하며 이렇게 말했다. 압수한 그의 컴퓨터 속 ‘로리 사진’(소아애호증을 뜻하는 로리타 콤플렉스에서 따온 말) 폴더에는 미성년 나체 사진 441개와 포르노 780여 편이 가득 들어 있었다. 정성현이 내뱉은 인면수심의 발언 뒤에는 포르노에 중독돼 뒤틀린 성범죄자들의 비뚤어진 심리가 깔려 있다. 지난 7월 경남 통영의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 암매장까지 한 김점덕(45). 그도 음란물 중독자였음이 드러났다. 검거 당시 김점덕의 컴퓨터엔 아동 음란물을 포함한 음란 동영상 70편과 성인소설로 난무했다. 이들 뿐 아니라 나영이 사건의 조두순(60), 2010년 부산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35), 집에서 잠자던 나주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종석(23), 부산에서 친딸을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30대 가장도 범행 전 수십 편의 아동 음란물을 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치료 쉽지 않는 음란물 중독, 적극적인 개선 의지 필요

최근 들어 음란물 산업이 호황을 이루면서 연령대를 막론하고 음란물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음란물 중독 치료 방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음란물 중독은 약물중독 혹은 도박중독과 마찬가지로 치료가 쉽지 않다. 스스로 중독 상태에 빠진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주변에 알리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치료를 전담하는 기관을 찾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음란물 중독의 가장 손쉬운 치료 접근방법으로 ‘전화상담’을 제시했다.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자신의 속내를 편하게 털어 놓을 수 있다는 까닭이다. ‘전화상담’에서 나아가 좀 더 체계적인 치료는 다른 종류의 중독치료와 마찬가지로 인지행동 치료가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중앙대병원 신경정신과 이영식 교수는 “음란물을 보고 있을 때 역한 냄새나 전기 자극을 흘러 기분 나쁜 자극을 동시에 주는 혐오요법이나 다른 활동으로 관심을 돌려 음란물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대체행동요법 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대인관계 기술이 부족해 정상적인 이성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경우는 사회기술훈련, 음란물 중독으로 인한 부부관계가 심각할 경우 부부치료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음란물 중독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나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학교 및 가정에서 청소년들이 올바른 성 인식을 갖도록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토론식 성교육을 하도록 하고 이와 함께 스팸 메일 차단, 유해 사이트 근절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란물 중독 자가테스트 Internet Sex Screening Test> 1개당 1점

1. 즐겨찾기 해놓은 음란물 사이트가 있다.

2. 일주일에 5시간 이상 야동을 다운받거나 음란물을 본다.

3. 자료를 다운받기 위해 회원 가입한 사이트가 있다.

4. 유료로 자료를 다운받는다.

5. 인터넷 검색으로는 포르노 자료를 검색한다.

6. 계획했던 것보다 많은 돈을 동영상 구입에 쓴다.

7. 가끔씩 음란물 때문에 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8. 음란한 채팅을 한다.

9. 온라인에서 선정적인 대화명, 별명을 사용한다.

10, 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한다.

11. 집이 아닌 장소에서 음란 사이트에 접속한다.

12. 음란물 보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13.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것을 숨기거나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한다.

14. 자정 넘어서까지 음란물을 보느라 깨어있다.

15. 특이한 것, 예를 들어 가학적이거나 변태적인 성행위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다.

16. 음란물을 모아 놓은 나만의 웹 사이트를 갖고 있다.

17. 음란물을 보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

18.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일을 마쳤을 때 보상차원에서 사이버 섹스를 하기도 한다.

19. 음란물을 볼 수 없으면 화가 나거나 초조해지거나 우울해진다.

20. 온라인에서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알려주거나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만나는 등의 행동이 늘고 있다.

21. 컴퓨터 사용시간을 정해 놓거나 음란 사이트를 탈퇴하는 등 스스로를 통제하려 한 적이 있다.

22.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과 연애할 목적으로 직접 만난 적이 있다.

23.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과 성적 농담을 주고받는다.

24. 인터넷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접해본 적이 있다.

25. 스스로 음란물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테스트 결과>

*1~8점(저 위험) 아직 괜찮지만 음란물로 생활에 문제를 느낀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가와 상담 필요.

*9~8점(위험) 생활에 여러 문제를 초래할 정도이므로 본인 스스로 우려하고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20점 이상(고 위험) 인간관계, 직장, 가정 등에서 관계나 생활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

<자료: 국제트라우마중독전문연구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