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허술한 대책 국민 인식개선이 우선
정부의 허술한 대책 국민 인식개선이 우선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2.11.15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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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에 문제, 단속 강화보다 건강한 미래를 봐야할 때”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성폭행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음란물 단속 관련 대책 토론’ 카페에는 이달 들어 600건이 넘는 글이 쏟아졌다. 음란물 유포죄로 경찰조사를 받는데 어떻게 진술해야 하는지 묻는 글에서부터 일반 성인물의 유포나 다운로드도 처벌을 받는 지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음란물에 대해 국가가 발 벗고 나선 가운데 음란물 유포 차단을 한 정부의 노력과 선진국의 처벌 형량을 알아보고 국민의 인식을 먼저 개선해야 할때다.

 

내 이웃이 음란물 헤비 업로더(Uploader)

‘처음 걸린 건데 200만원 나왔습니다. 돈도 아깝지만 진짜 짜증나네요’라고 파일공유 음란물, 저작권 관련 카페에 글이 올라왔다. P2P사이트를 통해 음란물을 공유하던 한 유저가 음란물 유포죄에 단속되어 벌금을 물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인터넷매체를 통해 급속도로 음란물이 공유되고 접할 수 있게 되다보니 음란물 유포에 대한 처벌 수위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의 경우 2012년 5월 1일부터 인터넷 음란물 집중 단속을 실시한 결과 한 달 동안만 115건을 적발하고 142명을 검거했다. 적발된 네티즌들은 70대 노인에서부터 대학교수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며, 음란물 유포에도 치밀한 계획을 가지고 시행에 옮겼다.

 

이 모 씨의 경우 의류사업을 하던 전직 사장으로 사업에 실패하고 난 뒤 음란물 카페를 운영하면서 카페운영비 명목으로 월 1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음란물 카페를 운영했으며, 그 아래에 73세의 할아버지 김 모 씨도 포함돼 있었다. 김 씨는 종전에 무역업을 하던 특기를 살려 일본 음란물의 번역을 하면서 회원들에게 추천해주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등장하면서 카페에서는 ‘본좌’라는 호칭을 사용할 정도로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는 경찰 검거 전까지 평범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의 생활을 하고 있어서 더 큰 충격을 줬다.

 

서울경찰청의 단속 유형을 보면 웹하드 등 자료 공유 사이트를 통한 음란물 유포 회원이 음란물 등을 다운받을 때 포인트를 지불하고, 웹하드 운영자와 음란물 공유자는 일정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로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 단속된 웹하드 업체들은 음란물 배포를 통해 얻은 수익금이 전체 매출의 약 20% 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성인물을 업로드 할 수 있는 ′성인게시판′ 등의 저장 공간을 사실상 음란물 유통의 장소로 제공해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음란물 유포에 날개를 달았다. 직장인 한 모 씨의 경우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성매매와 음란채팅의 도구로 악용해, 채팅방에 접속한 다수의 10대 여성유저를 상대로 신체 전부 또는 일부를 노출하는 사진을 보내주면 돈을 지급하겠다는 용도로 사용해 전송받은 나체 사진을 인터넷에 업로드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유포하고 있었으며, 그 중 가출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알선하는 등 2차 범행도 서슴지 않았다.

 

 

음란콘텐츠 차단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합동 대응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29일 음란물 중독테스트부터 차단방법까지 해결할 수 있는 ‘청소년 음란물 차단’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는 보다 실현 가능하고 직접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스마트폰의 대중화에 따라 방송통신 위원회는 스마트폰상의 음란물사이트와 청소년 유해 앱을 차단하는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온․오프라인 상의 청소년 음란물 차단 대책에 대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접근이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하며 스마트폰은 자녀가 스마트폰에서 부모의 동의 없이 삭제가 가능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또한 부모가 음란물 차단프로그램의 설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지고, 국내 마켓이 아닌 해외를 통해 들어오는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음란물 차단에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망 사업자들도 음란물 규제에 발 벗고 나섰다. 최근 주요 인터넷포털 사이트에 음란물이 지속적으로 게재되고 있어 모니터링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주요 사업자들은 인터넷 음란물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모니터링과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포털사이트들은 동영상, 이미지가 게시되어 있는 블로그, 카페, UCC 등을 중심으로 전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동안 취약 시간대였던 야간, 주말에 대한 모니터링 인력을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유통중인 음란물을 DB로 구축해 게시되는 정보와의 비교 등을 통해 자동으로 필터링하는 방식 등 기술적 모니터링 방식을 도입해 차단 효율성도 높이기로 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관계자는 “대규모 인력, 기술, 자금을 총 동원해 음란물 차단에 나설 것”이라며 “전면적인 내부 콘텐츠 조정 및 조사에 착수 했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음란물 규제에 나섰다. 9월 7일 민주통합당의 최민희 의원은 아동과 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을 근절하기 위해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최 의원은 “음란물은 잘못된 성의식을 조장하고, 성범죄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어 그 위험성이 심각하다”고 밝히고, “아동 음란물 소지죄의 형량을 높이고, 유통 경로가 될 수 있는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강화하여 아동 음란물을 근절하고, 아동 대상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죄의 법정형을 현행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 조정하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방지․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매출액의 3% 이내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접근조차 불허, 유포와 보유 함께 처벌 받는 선진국

2005년 일본 가나가와 현의 경찰이 한 남자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체포했다. 그의 하드디스크에는 11살짜리 소녀가 강제적으로 찍힌 음란물이 발견되었으며, 그가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에 업로드해 총 6,155만 명이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원인으로 일본은 인터넷 음란물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2009년 민간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인터넷 이용자의 음란물 유입을 막는 블러킹 제도를 실시했다. 일본 경찰청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ISP)가 자체적으로 운용 가능한 음란물 유통방지 협의회를 발족해 인터넷 음란물 유포의 방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음란물에 대해 경찰의 정보 등을 참고해 블랙리스트가 작성되면 인터넷 업체는 불법사이트로의 강제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로서 불법 사이트의 동영상이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서 복제돼 다른 사이트로 유포되는 현상에 제동을 걸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이는 해외 사이트도 포함되어 해외사이트에서 유입되는 음란물의 유입도 원천 차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경우에는 각 주법에 따라 다르지만 아동 음란물의 경우 다운만 받아도 5~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다스리고 있으며, 제작․유통은 물론 소지만 해도 중범죄로 여기고 있다. 2011년 12월 아동 음란물 사진 50만장과 동영상 7천 500개를 보관하고 있던 50대 마이클 패터슨이 붙잡혔다. 배관공인 패터슨은 아동 포르노물을 노트북 3개, 데스크톱 2대, 외장 하드 9개, 플래시 드라이브 등 다양한 저장 장치에 보관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아동 포르노물이 은밀하게 오간다는 첩보를 입수한 FBI와 ICE 수사관들이 온라인 감시를 통해 찾아낸 패터슨의 집을 급습했을 때도 패터슨은 노트북으로 아동 음란물을 내려 받고 있었다. 패터슨은 법정에서 유죄 평결을 받고 50년 형에 처해졌으며 FBI는 패터슨과 아동 포르노물을 온라인을 통해 주고받은 8명을 붙잡아 함께 기소했다. 미국은 폭력을 수반한 성폭행이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을 두 번 저지른 사람에 대해선 형량에 제한이 없도록 연방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음란물 소지자는 일반 성범죄 전과자와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 경찰에 자신의 거주지를 신고하도록 강제 제재가 따르고 있다.

 

유럽도 아동음란물을 소지했을 경우 징역형에 처하도록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영국에서는 컴퓨터그래픽이나 사진 조작을 이용해 아동이 실제로 출연하지 않는 가상 음란물을 배포하거나 소지한 사람도 실제 아동음란물을 배포·소지한 사람과 동일한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원상 박사는 “한국에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아동음란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해 처벌이 엄격하다”며 “아동음란물은 그 자체가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이면서 잠재적인 아동 성범죄의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근절돼야 한다”고 전했다.

 

국민의 인식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할 때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음란물을 찾아 볼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다. 스마트 폰의 발전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경찰의 단속의지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진단했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상대로 범행 전에 음란물을 보거나 컴퓨터 등에 소지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상당수 그렇다고 답한 적이 많아 인과관계는 충분히 있는 셈”이라며 “성범죄자의 특징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고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압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면 즐거울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음란 문화의 개선이며 음란 문화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도 “음란물이 왜곡된 성충동이나 폭력성을 증가시킨다는 내용의 논문은 상당히 많이 발표돼 성범죄에 영향을 끼친다는 추정은 가능하다”며 “아동·청소년이 주인공이 되는 음란물은 경찰을 비롯한 정부 차원에서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청소년들의 의식을 바꾸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야 한다. 성교육 안에 교제 방법론 및 음란 사이트나 음란물의 위험성을 인식시키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과천 중앙고 김성천 교사는 “양호교사의 열정에 맡겨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으로는 바른 성 가치관을 심어줄 수 없는 형편”이라며 “7차 교육과정에 있는 재량학습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처지에서는 자녀들이 청소년기의 왕성한 성충동을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으로 발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이준 연구원은 “주말을 이용해 자녀와 같이 영화관에 간다든지 등산을 하거나 농구를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자녀들이 성충동을 건전하게 발산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찰과 정부의 단속강화와 처벌도 중요하다. 그러나 남성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음란물 차단 대책을 세우는 것 보다, 음란물에 의해 자신의 친구․애인․자녀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획/안수정 기자 글/류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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