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부농의 환상 속에 가려진 귀농 현실
억대 부농의 환상 속에 가려진 귀농 현실
  • 유재명 기자
  • 승인 2012.11.05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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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의 쓴 맛에 재이주 늘어
[이슈메이커=유재명 기자]

[Return to Farm] 귀농의 현실

                                    억대 부농의 환상 속에 가려진 귀농 현실

                                         농사의 쓴 맛에 재이주 늘어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와 함께 각박한 도시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농촌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고 언론에서는 귀농의 성공사례들이 종종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귀농인들의 속사정은 그렇게 달콤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 속에 숨겨진 귀농의 어려운 현실 속으로 들어가보자.


귀농 후 재이주하는 귀농인

‘억대부농’의 귀농 성공사례를 듣고 귀농을 결심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다. 지난 4월 경북 안동에서 귀농생활을 하던 60대 가장 A씨가 생활고를 비관해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평소 우울증을 앓던 A씨에게 귀농실패로 생활고가 더해져 일어난 일이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자신의 ‘지병과 귀농실패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A씨의 유서를 발견했다. 이처럼 새로운 대안으로 귀농을 선택하지만 뜻하지 않은 귀농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귀농인이 늘어나고 있다.

귀농인들이 귀농과 귀촌 정착시 겪는 애로사항을 올 초 농촌진흥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이 경제적인 어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지를 구입하고 집을 짓는 영농기반 마련이 28.4%, 또한 지속적인 사업자금 조달 26.1%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편의시설 부족, 이웃주민과의 갈등, 과다한 육체노동 등이 꼽혔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농업전망 2012’를 통해 발표한 ‘귀농·귀촌 실태와 정책과제’ 연구에 따르면 귀농·귀촌 후 정착하지 않고 도시나 다른 농어촌으로 재이주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6.9%가 1년 이내에 이전에 살던 도시나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 중 귀농·귀촌 후 1~2년 미만 재이주한 비율은 15.4%, 2~3년 미만 3.8%, 5년 이상은 3.8%로 각각 조사됐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재이주 비율은 시민들이 이주 직후 겪는 여러 어려움 때문에 정착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단기간의 성공보다는 멀리 내다봐야

수많은 성공사례 속에서 귀농에 대해 환상을 갖고 시작하지만 귀농에 성공하려면 목적과 계획이 분명해야 한다. 당연히 잘 될 것이라 믿고,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짓고 여유롭게 노년을 보내겠다는 생각은 어려운 귀농의 현실을 만나게 한다. 이러한 귀농인들에게 가장 심각한 귀농실패의 원인으로 귀농정책의 오류가 꼽힌다. 정부에서 홍보와 정책으로 귀농인구를 늘리고 나면 그 다음의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도시에 살다가 농촌에 갑자기 정착한 귀농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에 그저 남들 따라서 이런저런 농사를 지어보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대규모의 농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처음 하는 농사일이다 보니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게 몇 번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준비했던 돈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게 되며 다시 농촌을 떠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농림수산식품부 이준원 농어촌정책국장은 "귀농의 실패를 줄이고 조기 정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요 예산, 사업계획 등에 대한 많은 고민과 사전 준비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실시하는 귀농교육과 각종 정보제공을 활용하고, 희망지역의 주민들과의 사전 교류하는 등 철저하고 치밀한 준비만이 귀농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귀농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여유자금도 넉넉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농업의 특성상 바로 수입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에 작물 수확까지 1~2년의 시간 동안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바로 귀농의 꿈을 책상 앞에 앉아 인터넷 검색만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농사는 몸으로, 그리고 자연과 함께 짓는 것이다. 직접 여러 군데 농촌을 방문해 땅도 보고, 살 집도 보고, 또 귀농 선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 영농기술의 습득 또한 주위나 농업기술센터에 수시로 도움도 받으며 이론 공부와 함께 체험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농수산대학 서규선 교수는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안 될 때 마지막으로 하는 게 농사가 아니고 농업 자체가 소중하고 쉽지 않은 산업의 한 분야라는 인식을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10년쯤 앞을 내다보며 천천히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성공 사례로 부푼 꿈을 안겨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패에 대한 사례 역시 짚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타인의 실패를 거울삼아 더욱 탐스러운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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