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필요한 저소득층 아동
관심이 필요한 저소득층 아동
  • 이희수 기자
  • 승인 2012.10.08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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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부족 아동일수록 범죄노출 높아
[이슈메이커=이희수 기자]

[Child Focus Ⅱ] 취약계층 아동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8월 2일 서울 성북구 지역아동센터를 둘러보고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김 총리는 성북구 마가렛 지역아동센터를 찾아 “한부모 가정 등 가정형편상 부모의 보살핌이 충분치 못한 아동들이 각종 사고나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염려했다. 또한 최근 통영 초등학생 살해사건 등으로 아동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 “홀로 시간을 보내는 아동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의견처럼 최근 들어 취약계층 아동일수록 범죄와 학대를 포함한 각종 위기상황에 노출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그 문제의 중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위기 상황에 노출돼 있는 아이들

신출귀몰한 탈옥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창원은 재검거 직후 언론에 말했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야’라고 머리 한 번만 쓸어주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곧 이어 5학년 때 선생님이 욕설과 함께 학비를 가져오라며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살인·성폭행 등을 저지른 강력범 상당수가 과거 취약계층 가정에서 학대와 폭력을 겪으며 자랐음을 지적한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살인·성폭행 등을 저지른 강력범 상당수가 과거 취약계층 가정에서 학대와 폭력을 겪으며 자랐음을 지적한다.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의 범인인 김길태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부친에게 폭행을 당하며 성장했다. 자신이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비뚤어지기 시작한 그는 19살에 폭력, 이듬해 성폭행 미수 등을 저지르며 범죄의 길로 빠져들었다. 여성과 노인 등 20여 명을 살해하고 2004년 붙잡힌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가난한 집의 아들이었다. 부친은 음주·외도·폭력이 잦았으며 모친도 “원치 않는 아이를 낳았다”며 그를 천대했다. 경찰대 행정학 이웅혁 교수는 “대부분의 강력범들은 취약한 가정환경에서 학대, 방임, 성추행 등을 겪고 학습했다”며 “이들은 본인의 갈등상황이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인내, 대화 등의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기에 폭력을 사용하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빈곤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아동·청소년의 수는 2009년 현재 76만 8,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방과 후 나홀로아동은 42만 명, 밤에도 부모 없이 혼자 집에 있는 아동은 약 19만 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부모 가정은 2004년 10만 9,000여 가구에서 2008년 현재 15만 2,000여 가구로 늘어난 상태다.

 

아동학대, 소외계층 가정에서 주로 발생

최근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선뜻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제 아동학대는 일반가정보다 취약계층 가정에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는 총 6,058건이다. 60%에 달하는 3,688건은 친부모가정이 아닌 가정에서 벌어졌다. 특히 부모 중 한 쪽이 없는 한부모가정인 경우가 2,666건(44%)이었다. 기초생활수급권 대상인 경우가 전체의 31%였고 차상위계층을 포함한 비수급권 대상은 68%였다. 학대의 79%는 부모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었으며 타인인 경우는 9.5%에 불과했다. 가해자 중 24.8%는 직업이 없었으며 다음으로 단순노무직(13.7%), 전업주부(11.4%) 순이었다. 가해자의 54.7%는 양육태도와 방법이 서투르거나 경제적인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부부나 가족 간 갈등을 겪는 경우도 10%에 달했다. 학대유형은 정서적·신체적으로 동시에 고통을 주는 ‘중복학대’가 43.3%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아이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방임’이 22.9%를 차지했다. 지난 2009년에는 게임중독에 빠진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해 충격을 안겼다. 사건이 확인된 것은 태어 난지 3개월 된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아기 아빠의 신고에서였다. 이상봉 수원 서부경찰서 경사는 “애가 미라 형상으로 말라있었다”며 “아이에게 분유를 주지 않았고 냉장고 안의 분유통에서 곰팡이가 자라고 있었다”고 사건 현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가 숨진 시각 부부는 집에서 10분 거리인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부부는 곧 구속됐다.
취약가정 아동의 폭력 가해 경험 또한 일반 학생보다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빈곤가정 아동·청소년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2.9%는 최근 6개월간 평균 6.1회 구타를 저지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를 왕따시킨 경험이 있는 경우도 9.9%에 달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지난해 초·중·고등학생 9,116명을 상대로 학교폭력 가해경험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간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6회 이상인 학생의 비율은 1.7%였다. 취약계층 아동 중 15.7%는 타인으로부터 놀림과 조롱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6개월간 이들은 평균 6.5회 놀림을 당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취약아동의 폭력성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대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정서적 파괴와 비행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학대피해 아동들은 △반항·충동·공격성을 드러낸 경우가 787건(5.5%) △학습부진 761건(5.3%) △학교 부적응 759건(5.3%) △가출 614건(4.3%) 등의 행동을 보였다. 심리적으로는 △불안 1167건(8.2%) △주의산만 780건(5.5%) △낮은 자아존중감 595건(4.2%) 등의 문제를 보였다. 범죄자들이 유년기에 보인 특성과 유사하다.
아동ㆍ지적장애인 등 취약계층 실종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17일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실종 아동은 2009년 9,257명(미발견 17명), 2010년 1만872명(44명), 2011년 1만1,425명(51명)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는 8월 말 기준으로 7,543명의 아동 실종이 발생했고 미발견 아동은 139명에 달한다. 사단법인 실종아동찾기협회 관계자는 “장애인이나 아동, 치매노인의 경우 자신의 의사에 대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각종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사회구조적 위기아동 관리시스템 마련 촉구


대부분 홀로 시간을 보내는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돌봄 사업의 증가 필요성도 제시되고 있다. 지난 9월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취약계층 아동에게 급식과 함께 교육과 놀이 등을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 수는 지난해 말 현재 약 4,000개, 이용 아동 수는 10만여 명에 달한다. 또 방과후학교의 일환인 초등돌봄교실은 전체 초등학교의 96%인 5,652개교에서 7,086교실을 운영 중이며, 15만 9,000명의 아동이 이용 중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 하루 1시간 이상 혼자 있거나 아이들끼리만 있는 ‘나홀로 아동(자기보호 아동)’은 전국 초등학생 328만 명 중 97만 명으로 상당수의 아동들이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다. 지역아동센터협회 성태숙 정책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아동 대상 성범죄 및 방임아동 실태와 대책’ 간담회에서 “지역사회에서 아동들이 성인의 보호를 받지 않고 활동하는 게 너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등·하교 시 성인이 반드시 동행하는 도우미 제도를 확충하고 지역을 중심으로 기본에 충실한 아동 안전망을 재구조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약계층 아동을 돌보는 시설과 이를 이용하는 아동의 수는 매년 늘어나 정부는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설별로 운영비의 절반만 지원함에도 그마저 받지 못하는 센터가 394곳에서 651곳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아동정책연구소 성태숙 정책위원장은 “돌봄서비스는 아동을 범죄와 학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아동의 비행도 일찍 교정할 수 있어 범죄예방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덧붙여 “그러나 정부의 지원이 현실화되지 않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대 행정학 이웅혁 교수는 “취약아동에 대한 돌봄서비스는 잠재적 범죄자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거시적인 치안복지”라며 “즉각적인 처벌 강화도 좋지만 복지를 통한 치안확충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이영탁 소장은 경제적인 양극화와 실업 및 비정규직 증가, 탈북 및 다문화 가정 등 신빈곤층의 확대와 맞물려 위기아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신경정서적 쇠약, 학습 부진, 따돌림이나 학교폭력, 학업 중단으로 생존의 위기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되는 상황에 아동·청소년 인권복지법을 입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사회구조적 시스템 마련에 대해서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부분이지만 실제 위기아동 복지 구조는 속빈 강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오제세(민주통합당, 청주 흥덕갑)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복지, 그 중에서도 위기아동에 대한 복지정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지속가능한 수준의 아동복지 마련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시혜성 및 일회성을 띈 맞춤형 복지가 아닌 전체적인 체계를 통해 취약계층 아동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박홍재 교수 사회복지 이슈는 끝이 없다며 정부에 취약계층 아동에 대해서도 한국형 복지 시스템을 확충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 측 관계자에 따르면, 취약계층 아동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한 통합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침은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위원은 “형제도 없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따로 사는 아이들이 많아져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읍면동당 지역아동센터를 1개씩만 세워도 돌봄사각지대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아동복지에는 아무도 관심 없다가, 사건이 터져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2007년 기준 경제개발협력국가(OECD) 회원국들의 아동복지 예산 평균은 국내총생산(GDP)의 2%인데, 우리는 0.5%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정익중 교수는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돌봄서비스는 세 개 부처로 쪼개져 있는데도 부족하다”며 “부처 간 의사소통이라도 열심히 해서 사각지대를 줄여야 하는데 잘 이뤄지지 않고 그 피해는 위기 아동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지적했다. 한참 고사리손이 여물기도 전에 취약계층의 아이들은 각종 위기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할 아이들이 범죄와 학대에 노출되는 것이다. 취약계층 아동들이 현실적으로 사회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지속적인 관심은 아직 요원하다.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 아동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아이들의 웃음꽃으로 피어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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