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그늘 속, 어두워진 국가의 미래
정책의 그늘 속, 어두워진 국가의 미래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2.10.08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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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을 위한 복지실현은 국가의 기초 다지는 일”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Child Focus Ⅲ] 표류하는 아동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돼야 한다’는 스웨덴의 복지 이념이다. 이는 국가가 바로 좋은 집과 같이 모든 국민이 서로 배려하면서 같이 잘 살아가는 나라를 이뤄야 한다는 이념이 담겨있다. 국가는 과연 아동들에게 편안한 집이 되어주고 있는가? 편중된 아동복지 정책과 도움을 절실히 요구하는 한 부모 가정의 경우를 알아보고 복지선진국들의 모습을 살펴 한국의 아동복지의 미래를 찾아볼 시기다.

 

표류하는 아동정책 인식수준은 세계 최저
대구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아이를 낳자마자 대구로 이사를 왔다. 출산휴가 3개월이 끝나고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걱정이 앞서는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친정이었다. 남편은 직장 때문에 서울에 남고, 본의 아니게 주말부부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돈을 주고 보모를 고용하기에는 넉넉한 사정도 아니었던지라 아이를 낳고도 크게 기뻐할 수 없었다. 김 씨는 “정부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2012년 3월 25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PC방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영아를 비닐봉지에 담아 질식사시키고, 이를 인근 모텔 주차장 화단에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26세 여성 전 모 씨. 이후 언론과 인터넷에선 “엄마가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동거하던 남성과 임신한 줄도 몰랐다”는 뒷얘기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버려진 영아의 죽음’에 대한 목소리는 어디서도 없었다.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정익중 교수는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보도만 있을 뿐, 아이의 생존권이나 건강 등에 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버려진 또 한 명의 아동’이 있었다. 아이 엄마 전 모 씨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간암으로 잃고 정신병을 앓는 어머니 밑에서 전혀 보호받지 못한 채 가출, 수년 동안 PC방과 찜질방을 떠돌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제대로 지원되고 있지 않은 아동복지는 세대를 이어 국가의 관심밖에 존재하고 있다.


장애인·노인 등과 달리 아동은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대변하기 힘들다. 때문에 모든 정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를 우려한 한국 아동권리모니터링센터의 이호균 센터장은 “우리나라의 ‘아동권리’ 전반에 대한 인식 수준은 매우 낮다”며 “미국은 아동이 정책 1순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매번 후순위이고, 아동관련 예산도 OECD 중 꼴찌”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무엇보다 사회복지 대상이 저소득층의 취약계층 아동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기존 한 부모가정 자녀가 제외되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아동으로 축소된 것은 사회복지의 혜택을 보편적으로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아동복지의 불균형을 우려한 국제아동권리구호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위원회가 한국의 아동복지 예산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임을 지적하며 경제발전 수준에 걸맞은 예산 확충을 강조했다. 또한 예산의 양적 부족뿐 아니라 지방자치 단체 간 심각한 격차도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역 간 아동복지 불평등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동복지의 사각, 편중된 정책에 눈물 흘리는 한 부모 가정
보건복지부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한국 아동청소년실태조사’에 따르면, 거의 매일 방과 후에 혼자 있거나 형제·자매끼리 있는 빈곤 아동·청소년은 9만 9,087명이다.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계산하면 110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고 편모 또는 편부슬하에서 부모가 경제생활에 바빠 양육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정익중 교수는 “요즘은 학교가 끝난 시간부터 부모가 돌아오는 시간까지의 공백이 너무 크다”며 “한국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사회인만큼, 그 안을 채우는 걸 개별부모나 아동에게만 맡겨선 안 된다”고 국가의 책임을 주장했다.
아동복지가 좋지 못하다면, 여성의 사회참여가 지속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출산기와 육아기에 있는 젊은 여성들이 일과 자녀양육을 병행하지 못해 일을 포기하는 비율이 높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54.8%로 OECD 국가들 중 최하위권이다. 반면 스웨덴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중심에 두고 공보육과 부모휴가 등을 아낌없이 지원하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려 73.2%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의 가족도 차별받지 않고 아동복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을 지키고 그들에게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하려면 미혼모 가족, 한 부모 가족, 조손 가족, 저소득 계층 등 아동 양육에 취약한 가족에 대한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복지 선진국 국가와 기업의 연합이 대세
미국은 지역사회의 여러 민간단체나 조직, 기관들이 상호 협력하여 아동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협력내용은 아동에 대한 경비지원 기관의 알선, 직접 기부금 또는 물품제공, 아동에 대한 서비스 활동의 참여 등이다. 가령 미국의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한 지역사회와 조직의 지원활동과 협력활동 내용을 보면, 보육활동에 대한 지역사회 단체들과 방과 후 보육운영자들과의 의사소통, 아동복지 서비스 의뢰활동 등이다. 미국의 아동복지모델 프로그램의 대다수는 민간 집단에 의한 설립 모형을 갖는다. 공립 초등학교가 지원하여 설립한 모형의 방과 후 프로그램은 전체의 23%이며, 나머지 프로그램들은 주로 비영리 민간단체의 지원으로 설립되고 있으나 영리집단 또는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프로그램도 34%나 된다. 특히 도시 근교의 지역에는 영리 기업에 의한 방과 후 시설 보육이 43%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물론 영리 방과 후 시설의 프로그램은 소비자인 아동과 부모의 요구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반면에 비영리 또는 민간 비영리 단체에 의한 프로그램들은 모든 재원을 프로그램에 사용하기 때문에 질적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영리 방과 후 보육시설의 비율이 66%인 셈이다. 이밖에도 방과 후 프로그램의 약 7%는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적 지원이나 또는 순수 기부금으로 설립되어 있고, 그 운영은 민간단체가 맡고 있다.


또한 독일의 대표적인 학령아동 방과 후 보호 교육시설인 호르트는 유치원과 학교 및 가정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건물에서 같은 지도 감독 그리고 1928년부터는 유치원 교사양성과 호르트 교사양성이 결합되어 있다. 연령 혼합집단에 속하게 될 경우에는 한 집단에 5명 이하의 학령기 아동을 배치한다. 이 연령혼합집단 속에서 획일화된 프로그램은 의미가 없으며, 아동 개개인의 연령 및 특성에 맞게 3명의 교사가 15명 이하의 아동들을 개별적으로 관찰, 지도한다. 영역별 분리가 잘 되어 있어서 개인에게 맞는 놀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모든 아동들은 자기가 속한 연령혼합집단 내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에도 출입이 자유롭다. 아동이 속한 지역사회의 모든 청소년 활동에 개별적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호르트는 개인별 개방 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복지강국인 스웨덴의 복지 모델을 두고 케임브리지대 테르보른 명예교수는 “영국, 캐나다에서 복지의 미래를 찾을 수는 없다”면서도 “스웨덴 복지 모델의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움직임을 탈 유럽적인 범위에서 찾으려는 노력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호르트 쇠데르퇴른대 교수는 “스웨덴 복지 모델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신자유주의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겠지만 스웨덴 정당들이 스웨덴의 복지 모델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길게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동복지의 예산은 금액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장래로서 생각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 하며 세이브더칠드런은 위원회가 한국의 아동복지 예산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임을 지적하며 경제발전 수준에 걸맞은 예산 확충을 강조했다.

 

현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한 때
2011년 국회는 0~2세 무상보육을 결정했다. 보육료 지원을 둘러싼 중앙·지방간 재원 부담 논의는 보육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보육서비스의 공공성, 무상보육 대상의 적정성, 부모의 선택권 제한 등이 그것이다. 보육서비스의 공공성은 ‘국가와 사회가 아동 발달과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책임’이라는 보육의 보편성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시설양육이 보다 필요한 3~4세가 아니라 가정양육이 보다 필요한 0~2세를 먼저 지원함으로써 원성을 샀다. 마지막으로는 부모의 선택권 제한으로서, 시설양육을 할 경우 연령에 따라 75만 5,000~40만 1,000원을 지원하나, 가정양육은 차상위 계층에 대해서만 연령에 따라 20만~10만원이 지원됨에 따라 시설양육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보육정책의 문제점에 관한 논의는 아동수당 제도 도입으로 모아지고 있다.

아동수당은 아동의 생존과 양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가정 소득과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의무라는 철학을 배경으로 한다. 따라서 아동수당 제도는 보편 주의적 복지제도의 실현이며, 부모의 선택권 확대 및 보육대상의 적정성 문제까지 해결될 수 있다. 다만 아동수당 제도 도입과 관련해서 재정상의 문제점이 제기된다. 2013년 0~4세 보육관련 예산은 총 7조 3,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이는 0~4세 아이 한 명당 매월 27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아동수당은 금액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철학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한 0~4세에 대해서는 아동수당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보육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편 주의적 복지제도로서 세계 80개국에서 시행 중인 아동수당 제도의 조속한 도입과 대상 연령의 확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스웨덴의 한 대학에서 복지국가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 출신의 모 교수는 우리 국민들이 ‘스웨덴 복지는 다 공짜’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에게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의 비율은 오히려 상당히 낮다. 아동수당, 기초노령연금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선별적 복지라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스웨덴 복지의 성공은 ‘무료와 유료’ 논쟁보다 ‘보편과 선별’을 결정함에 있어 국민적 합의가 선행됐다. 쇠데르퇴른대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복지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정치인과 국민의 신뢰, 상생 및 화합의 노력, 노사정의 개혁 동참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들어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스웨덴 복지 모델의 위기와 대응을 면밀하게 분석해 한국형 복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아동정책들은 아직 선진국의 복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아동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빠른 인식의 이해와 복지의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국민과 정부는 많은 대화와 타협으로 진정한 아동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할 시기이다.


기획/안수정 기자 글/류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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