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를 향한 험난한 운전대
북한 비핵화를 향한 험난한 운전대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8.05.0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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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COVER STORY] 격동의 동북아시아 - 한반도 운전자론


 
북한 비핵화를 향한 험난한 운전대

김정은 광폭행보, ‘중국식 개혁개방’ 신호인가

 

 

과연 북한이 미국과 종전협정을 맺고 중국식 경제개방을 추진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북한이 다시 단계적 해법을 제시해 지지부진한 대화가 반복될까? 한반도 문제의 결정권은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로 운전자론은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평가받는다. 수교 이래 최대 갈등을 빚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한반도 정세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평화 분위기 주도하는 남과 북
 

남과 북의 관계만큼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화전양면(和戰兩面)이라는 모순된 전략을 구사해 신뢰하기 어려웠고, 남북을 둘러싼 미·중·러·일 등 4대 강대국이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 남과 북은 세계가 지켜보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관계 증진을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4마리 고래가 끼어들 틈이 없어 ‘차이나 패싱’, ‘재팬 패싱’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보인 모습은 예상을 벗어나는 ‘광폭행보’라고 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올림픽 하키 단일팀 구성, 문재인 대북 특사의 방북,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요청, 남북 예술단 상호 방문 등 일련의 사건은 일사천리라 할 만하다.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온 원인은 최대 우방 중국까지 참여한 대북제재로 경제적 파국을 경험할 수 있다는 북한의 우려, 핵미사일 완성으로 미국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판단,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중재, 트럼프 정부의 코피전략에 대한 두려움 등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4가지 중 어떤 요인이 북한의 태도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쳤는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 정부를 통해 사태를 전환시켜 보려는 시도는 전과 크게 다른 점이다. 북한은 그동안 체제 안정과 보장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해온 만큼 협상의 대상으로 한국보다 미국을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관영매체와 트위터를 통해 서로를 힐난해오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중재 덕분에 북미관계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당초 협의된 대로 5월 내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까지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철저히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고, 미국이 평창 동계올림픽 끝난 뒤 북한을 타격할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이 1년 만에 다시 흘러나왔다. 2003년 조지 부시 정부가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전례가 있기 때문에 4월 위기설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비판 공세가 극에 달해 미국이 정말 북한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문 대통령은 “우리 동의 없이 한반도 군사행동은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미국에 단호하게 밝혔다. 동시에 “북핵문제는 북미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밝히며 북미회담 성사의 숨은 공로자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성사되지 못했지만, 과거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논의됐을 당시 미국과 북한이 주도적이었던 것을 상기한다면 이번 한반도 외교 무대는 한국과 북한이 이끌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회담 및 만찬장으로 활용된 '평화의 집' ©파주시청

 

주변부가 된 일본과 러시아
 

한국과 북한은 한반도를 둘러싼 4개 강국의 의중을 살피며 대결적인 두 세력의 최전선 역할을 해왔다. 중국과 함께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하는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국가이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은 나날이 줄어드는 추세다. 러시아는 북한과 동맹관계를 단절한 지 오래됐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러시아 어선 나포 등으로 관계가 예전만큼 긴밀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의지할 곳이 중국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중재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한국, 미국, 북한 간의 대화 무대에 관여하지 못해 안달인 상황이다. 누구보다 남북통일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 일본의 극우 세력에게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소식은 악재였다. 북한의 도발을 핑계로 한반도 유사시 파병할 있는 개헌을 준비하던 아베 내각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사학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아베 총리는 ‘재팬 패싱’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아베 총리는 백악관이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를 수락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일 정상회담을 요청했고 문 정부에 정보 공유를 요구했다. 일본 언론에서는 아베 총리가 북한에 6월 북일 정상회담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4월 27일 남북·5월 북미정상회담이 예고돼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심을 차지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최고 지도자가 된 지 6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자이기 때문에 회담 테이블에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러시아와 일본은 그 경우가 다를 수 있다. 이번 외교 정국에서도 4개국이 중심이 된 한반도 외교 무대가 더 의사결정이 빠르고 이해관계 정립이 원활할 수 있다.

 

미중 무역 전쟁, 북미 정상회담의 변수로 떠오르다
 

3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최고 지도자에 오른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배경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미국과의 대화를 앞두고 전통적인 동맹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협상력을 높이는 행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방중은 중국이 소외된 한반도 정세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시 주석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부합되는 것이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을 해결할 수단으로 북한 문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6년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에게 연결한 전화는 트럼프 정부의 외교 노선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 됐다. 미국은 1979년 유일한 중국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을 인정하고 타이완과 단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차이잉원 총통 간 통화는 27년 만에 양자 정상이 나눈 통화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해 타이완을 국제무대에서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양자간 통화는 중국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중국의 남북으로 위치한 국가들과의 관계를 격상했다. 우선, 미국은 몽골과 공동 군사 훈련을 진행하는 등 외교·안보적 교류를 확대했다. 내륙에 위치한 몽골 입장에서도 중국의 경제적 지배력을 벗어날 협력국이 필요했다. 이어 미국은 베트남을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며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 장악의지를 저지하고자 한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는 정치와 외교에 그치지 않고 경제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이 지식재산권·특허 및 상표권을 도용하고 환율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 멕시코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해소하려 하지만 이는 결국에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유리한 고지를 다지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미국과 안보적 이익을 공유하는 동맹국에 대해서는 철강 및 알루미늄 추가 관세를 면제하겠다"라는 의견을 밝혔고, 실제로 한국은 지난 3월 가장 먼저 면제 대상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반중 학자들을 기용하고 있다. 타이완 출신이거나 보수성이 강한 해리티지 재단의 학자들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일부 학자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던 일본을 플라자 합의 때 가라앉힌 것처럼 중국을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관리하는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 국장은 <중국에 의한 죽음>이라는 저서에서 “중국은 미국의 핵심 기술을 조직적으로 탈취하고 있고 저임금을 통해  만든 제품을 미국에 대량 수출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중국에 의한 죽음에 처하게 될 국가는 미국인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느슨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시진핑 주석에게서 전달받은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김정은이 나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들었다.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최대 압박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인 한국에 북핵 협상이 최종적으로 타결될 때까지 한미 FTA 재협상 서명을 미룰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할 정도로 최대 압박 정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의 대북제재가 약해지고 있는 듯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실제 북한과 접경한 중국 산업지구에 북한 근로자들이 새로 파견되고 북한 무역 관계자들이 중국내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대화로 나온 이유 중 하나인 경제적 어려움을 중국이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손해를 보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 수준을 올렸지만, 돌아오는 건 미국의 보호무역조치였고 제재의 과실은 미국이 취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대북제재결의는 중국이 포함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눈치를 챌 만큼 노골적으로 북한의 숨통을 터주지는 않을 것이다. 비핵화를 전제로 대화를 하자며 전향적으로 나온 북한. 북한 핵문제 해결의 이면에 놓인 거대 양국 미국과 중국의 상황. 한국 정부는 북한과 미국의 중재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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