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촛불집회 '아베 퇴진 운동', 일본 정치 참여 수준 올릴 수 있을까?
일본판 촛불집회 '아베 퇴진 운동', 일본 정치 참여 수준 올릴 수 있을까?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8.05.03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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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일본판 촛불집회 '아베 퇴진 운동', 일본 정치 참여 수준 올릴 수 있을까?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 ©구글어스

 

1955년 일본 자유민주당이 창당하며 제1야당인 일본 사회당과의 대결구도를 형성한 55년 체제가 시작됐다. 자유민주당은 비(非)자유민주당에게 정권을 내준 기간이 겨우 5년 8개월일 정도로 사실상 1당 독재에 가까운 지배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쇼와 시대 이후 최장수 총리를 꿈꿔온 아베 총리는 사학스캔들과 문건 조작 파문으로 퇴진 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 촛불 집회의 일본판 ‘아베 퇴진 운동’은 일본 민주주의의 진보를 가져올 수 있을까?


 

최장수 총리 도전하는 아베에 드리운 암운
 

2012년 2기 내각의 문을 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내년 8월 24일까지 집권할 경우 쇼와(昭和) 시대 이후 역대 최장 집권의 기록을 갖게 된다. 이에 집권당 자유민주당은 아베 총리의 집권 가능 기간을 늘리기 위해 당규에서 총재 임기를 ‘2기 6년’에서 ‘3기 9년’으로 개정했다. 일본 헌법은 총리 임기를 따로 제한하지 않아 아베 총리가 올해 9월 당 총재 선거에서 이긴다면,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불황과 취업난 문제가 아베 총리 임기 내에 개선되면서 10대 후반 ~ 40대 사이에서 아베 총리의 인기가 높고 거대 야당이 여러 당으로 분열되면서 아베 총리의 3연임은 유력했다.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를 노리는 아베 총리는 모리토모 학원((森友學園) 스캔들로 실각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학교법인 모리토모 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으로 매입했을 때 당시 명예교장으로 있던 아베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安倍昭惠)가 매입 과정에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작년 2월 붉어진 스캔들은 아베 내각이 북한 미사일 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유야무야됐지만, 최근 북한이 대화 분위기로 나와 북한 이슈를 일본 여론 환기용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육상자위대 이라크 파견 활동 문서 은폐 사건과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매각 관련 문서 조작 파문으로 아베 총리는 코너에 몰린 상태다.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매각 사건은 작년 한국에서 붉어진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처럼 일본인에게 충격을 주었고, 아베 총리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개최되고 있다. 정치적 집회가 활성화돼 있지 않은 일본임에도 아베 퇴진 시위는 뿐만 아니라 일본 각지로 확대되고 있다. 수 백 명이 시작된 아베 퇴진 운동은 4월 14일 토요일 주최 측 추산 3만 명을 돌파했다. 일본에서 3년째 유학 중인 김민규 씨는 “간간히 일본에서 시위를 목격하긴 했지만, 도쿄 이외 지역에서 집회가 열리고 총리 공관 앞에서 이정도로 많이 운집한 경우는 저도 처음 봅니다”라고 말했다.

  
 

동북아시아 3대 역설
 

아시아에서 피식민지 경험이 없는 국가는 단 4개국. 일본, 터키, 태국, 사우디 아라비아다. 이중 일본은 19세기 서구식 개혁에 성공했고 경제적으로 G2 반열에 올랐던 경험이 있는 아시아 최대 선진국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에서 1955년부터 지금까지 5년 8개월을 제외한 기간 동안 자유민주당이 집권했다. 이로 인해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는 사실상 총리 선출과 다름없고, 자유민주당은 자민 막부(自民幕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일본 정치에서 입권에 있어서 어떤 당에 머물러 있느냐보다 어떤 파벌에 속해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연이은 스캔들과 파문으로 아베 내각이 실각한다고 하더라도 야당이 지리멸렬해 차기 총리 자리도 자민당이 접수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 오래도록 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자유민주당에 대항하는 정당이 문제였다. 사회주의 체제 국가들이 몰락하는 시점을 일본 민주주의 1기라고 본다면, 이 시기 일본의 정당 구도는 자유당과 사회당이었다. 국민들은 자민당의 정치적 부패와 파벌 및 세습정치에 염증을 느꼈으나, 사회당은 시대와 맞지 않는 사회주의 정강 정책을 유지하며 대중에게 친숙하게 접근하지 못했다. 오히려 진보와 좌파적 가치는 정치가 아닌, 학계와 문화 인사들에 의해 퍼질 정도로 좌파 정치가 제도권 내에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1990년 이후인 일본 민주주의 2기는 자유민주당과 비자민당 연립정당의 구도로 진행됐다. 자유민주당의 독주에 맞서서 정치적 색체가 다른 야당들이 단순히 힘을 합친 데 불과했다. 이른바 잡탕이었던 야당 연합이 집권했을 때도, 정치적 노선이 모호해 자유민주당이 추진한 친 시장주의 정책을 되돌리지도 복지를 강화하지도 못하면서 정치적 차별성을 드러내지도 못했다. 특히 최근 비자민당 정당으로 집권했던 민주당이 2008년 금융위기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무능력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도를 통해 비자유민주당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는 실망감만 안겨주며 다시 자유민주당을 불러왔다.
 

선거에 의한 일본 민주주의의 정반합은 60여 년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오히려 광장에서 이루어지는 일본 직접 민주주의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자유민주당 출신 총리로서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쳤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아베 총리의 실각을 예견하고 있다. 일본의 차기 총선거는 2021년 10월. 하지만 일본은 헌정사상 1976년을 제외하고 일본 의회가 임기 끝까지 마친 적이 없다. 일본 국민은 미워도 다시 한 번 자유민주당일지, 2017년 총선에서 20%에 근접하는 정당 득표율을 얻은 입헌민주당을 대안으로 찾을지 주목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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