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의 서막 열리나
G2 무역전쟁의 서막 열리나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5.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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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COVER STORY] 美·中 무역전쟁​

 

 

G2 무역전쟁의 서막 열리나

 

관세폭탄에 보복으로, 파국 피할 출구 모색 가능할까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벌어지며 세계 경제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시대를 지키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공전략을 펼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자신의 절대 권력을 확인하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물러설 수 없는 맞대응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파국을 막기 위한 물밑 대화도 오가는 모습이다.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갈등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가진 노림수와 협상카드는 무엇일까.

 

미·중 무역 보복전 점입가경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올해 이후 전례 없이 격화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초부터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중국산 강관 이음쇠, 알루미늄 포일 등에 반덤핑 관세를 결정했다. 연이어 3월초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며 보호무역 정책의 서막을 열었고,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직전 “이것은 1호이며, 많은 조치 중 첫 번째”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추가 무역보복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미국의 관세보복이 미·중간 전면적 무역전쟁의 신호로 읽히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에 그동안 ‘전략적 평정’을 유지해 왔던 중국의 예상보다 큰 격렬한 반응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고율관세 소식에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채야 한다(懸崖勒馬)’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혔다. 이는 한국에 사드를 철회하라고 압박할 때 자주 나왔던 표현이기도 하다. 실제 중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맞대응했다. 돼지고기, 과일 등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아이오와와 일리노이 주의 돼지고기, 워싱턴 주의 사과, 캘리포니아 주의 와인과 견과, 위스컨신 주의 인삼 등을 골고루 넣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입혔다.
 

  그러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중국산 1,333개 품목 500억 달러 상당에 관세 적용 방침을 발표하며 응수의 수위를 높였다. 고성능 의료기기와 바이오 신약 기술, 산업 로봇 및 통신 장비, 전기차, 반도체 등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중국제조 2025’에 들어있는 분야에 집중됐다. USTR의 고율 관세 부과 품목 발표가 있은 뒤 불과 하루 만에 중국 상무부는 미국산 대두(메주콩), 자동차 등 14개 분야 106개 품목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중국의 보복조치에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1,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중국 상무부 역시 이례적으로 저녁에 기자회견을 개최해 “중국인은 괜히 시비를 걸지는 않지만, 만약 남이 시비를 걸면 단호하게 응전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 관영언론 역시 “6·25전쟁처럼 결연히 맞서야한다”며 정부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초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며 보호무역 정책의 서막을 열었다. ⓒ백악관 페이스북

 

 

승자도 패자도 모두 출혈 일으킬 가능성 커
 

미국이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표면적인 이유는 2017년 기준 3,752억 달러에 이르는 만성적인 대중 무역적자다. 특히 지난해 무역적자 중 중국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40년 동안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지 못했다”며 “미국은 연간 5,000억 달러를 잃고 있고, 수십 년간 수십 억 달러를 잃어왔다. 이를 내버려둘 수 없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미국 기업에 시장을 제대로 개방하지 않으면서 대미 무역으로 혜택만 챙기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허윤 교수는 “트럼프 통상 정책의 핵심 목표는 중국이다”며 “지난해부터 준비한 대중국 무역 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정치적 입지도 계산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조치 자체가 쇠락한 미국의 제조업 지역인 ‘러스트 벨트’의 노동자 표를 얻는 데 중요한 카드로 쓰였다는 것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양국의 비대칭적 무역의존도 때문에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불리할 것으로 주장한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무역 의존도는 18.9%에 달하고, 전체 무역흑자 중 대미 무역흑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65%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역시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특히 미국에 비해 고통 감내 능력이 높다는 점에서 중국의 승리를 점치는 의견도 많다. 니콜라스 러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중국의 고통을 인내하는 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미국의 정치는 개방돼 있기 때문에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미국 기업들이 불만을 쏟아내면 이를 무시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은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2002년 3월 수입산 철강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지만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3,040만 달러 줄고 자동차 업계 등에서 실업이 늘어나는 등 득보다 실이 많았던 기억이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비롯해 미국 정부 인사들은 중국과의 협상에 무게를 싣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Wikimedia Commons

 

 

‘뉴노멀’ 모색할 중대 담판 예상
 

한편 관세 발효 시점을 앞두고 물밑 협상에 들어가면서 극적 타결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8일 트위터를 통해 “무역전쟁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는 항상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글을 남기자 시 주석 역시 10일 개막한 보아오포럼 연설을 통해 무역분쟁을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는 적어도 두 나라 정상 간에 ‘교감’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도 약속이나 한 듯 중국과의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 조치는 막판에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역전쟁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CBS 방송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중국과 토론을 이어가겠다”고 무역전쟁 우려를 진화하고 나섰다.
 

  이러한 발언들은 미국 정부의 조치가 결국 무역조건을 새롭게 정립하는 협상장에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술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을 종합했을 때 미국의 속내는 자동차·반도체 업체의 중국 진출 확대로 여겨진다. 현재 외국 기업이 중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려면 중국 법인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도록 명시되어있고, 외국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도 50%로 제한돼 있다. 이 규정을 개선하게 되면 미국은 중국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도 막을 수 있다.
 

  중국 역시 지적재산권 분야처럼 명백한 분야를 부각시키면 일정 수준 내에서 제도 개선에 대한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향후 몇 달 동안 “미·중 무역관계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담판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이 기간은 향후 6개월 정도이며, 미국과 중국은 ‘뉴노멀’을 찾기 위한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두 나라 간에 ‘교감’이 있음을 시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한국 경제의 셈법은?
 

하지만 미·중 양측의 유화적 제스처가 대화를 통한 무역분쟁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은 성급하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양국의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양측이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보복을 이어나가는 경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 지지층을 이해시킬 만큼의 무언가를 얻지 못하면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대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등 더 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예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 백악관 내 ‘자유무역의 보루’로 꼽히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이 물러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참모진도 보호주의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절대권력 체제를 확립하면서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강공에 무른 태도를 보이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는 정부 차원이나 중국 소비자의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카드로 쓰여질 수 있다. 아울러 중국에게는 북핵 문제가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이 북한에게 일종의 보험을 제공해줄 경우 미국의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보 파트너인 미국과 경제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 낀 한국 경제의 셈법이 복잡할 수 밖에 없다. ⓒPixabay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한국 경제의 셈법은 복잡하다. 무역 문제에 있어선 수출 대상국 1·2위인 중국과 미국의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신세이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이 중국 상품의 수입을 줄이면 한국의 주력인 대중국 중간재 수출이 타격을 받는다. 이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철강, 세탁기, 태양광 제품 등 주력 수출 품목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해마다 약 30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ㅜ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김정식 교수 역시 “미·중 무역전쟁이 가속화되면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미국에 수출하는 것도 위축될 것이다”며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이 줄면 성장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경제적인 손실 외에도 안보 파트너인 미국과 경제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 미국은 한국을 첫 번째 철강 관세 면제국으로 지정했고, 중국 역시 ‘사드 보복’을 해제하면서 본격적인 경제협력 채널을 재가동하는 등 서로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가열될수록 진퇴양난의 국면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한국이) 미국 편에 서면 중국은 제2의 보복을 가할 것이고, 반대로 중국 편에 서면 트럼프 정부의 무역보복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며 우려의 시선을 표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 끝까지 지속되더라도 결국 어느 쪽도 쓰러뜨리지 못하고 결국 모두가 지는 결과만 남을 공산이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두 나라의 무역 전장(戰場)은 이미 펼쳐졌다. 향후 협상 테이블이 본격화될 수도, 전선이 확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곧바로 시장에 큰 후폭풍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G2의 무역전쟁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세계 경제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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