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머니게임 II] 균형 잃은 대한민국 반도체
[반도체 머니게임 II] 균형 잃은 대한민국 반도체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05.0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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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균형 잃은 대한민국 반도체

 

 
세계 정상급 메모리 반도체, 非메모리 시장은 뒷전
 

 

 

 

 

 

세계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2월 세계 반도체 매출은 367억 5,000만 달러로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에 삼성전자가 어닝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를 기록한 것도 반도체 매출의 영향이 크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됐던 ‘반도체 빅사이클 종료 논란’은 종지부를 찍은 듯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또 다른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메모리 반도체와 비(非)메모리 반도체의 불균형 때문이다.

 

3%에 불과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전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D램의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있어 당장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안일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2배 이상 큰 규모인 데다, 성장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인적 자본보다는 생산설비 확충과 같은 물적 자본 투자에 크게 의존하는 편이다. 때문에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산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었다. 실제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2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4~5위를 다투고 있다.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미국을 중심으로 인텔, 퀄컴, 브로드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AMD 등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뒤이어 유럽과 대만, 일본, 중국 순으로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3%로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으로의 편중이 높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삼성전자가 미세공정 기술력을 내세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6.9%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 화성 공장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들여 7나노 공정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시장점유율 2위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를 제치고 이 시장 2위 사업자로 올라설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오직 삼성전자만 보이고 있다. 정부가 균형 있는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팹리스 및 파운드리 업체에 대해 지원을 강화한다는 로드맵도 설정했지만, 아직 움직임은 미미하다.
 

  서울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의 이혁재 교수는 “모든 반도체 산업은 향후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관련 업체에서는 발 빠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한편,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 산업 전반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이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반도체 분야에서의 성장세가 더욱 도드라졌다. 게다가 중국 주요 반도체 업계는 최근 ‘올 연말에 3D 낸드플래시와 D램을 내놓겠다’고 엄포를 해놓은 상태다. 물론 아직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한국과 이제 막 첫 걸음을 땐 중국의 기술 격차는 크다. 하지만 상대가 중국이다. 중국에서 풀리는 물량에 의해 국내 반도체 업체는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정적으로 최근 업계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업체는 중국에 1,300여 곳이 있는데, 이는 한국의 10배 규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중국보다 한국이 두 세대 정도 앞서있다고 볼 수 있다”며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중국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화교를 90년대부터 대거 불러들이면서 팹리스에 강한 면모를 갖추게 됐다. 시장 규모가 상당히 큰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의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래 먹거리 확보 위해 인력 투자 필요
 

반도체 호황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최소 2년 이상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거란 시각이 우세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의 공격적인 반도체 산업 투자 등으로 호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긴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호황에 대한 효과가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생산라인의 자동화로 인해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평택시와 청주시에 각각 증설할 3D 낸드플래시 공장의 생산 인력 고용이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그동안 기술과 설비, 인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온 메모리 반도체 산업처럼, 비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제2, 제3의 반도체 산업을 대비해 기술·인력 투자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의 송용호 교수는 “반도체 공정 대부분의 작업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에서 반도체를 설계하고 맞춤 개발하는 고급 연구 인력은 많지만, 이 두 회사가 국내 반도체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큰 고용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의 김진형 원장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국내 엔지니어가 해외로 유출되는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고, 기술력 기반의 산업에 투자를 집중해야 앞으로 20~30년 뒤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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